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조별리그 C조 대한민국과 호주의 경기, 7-2 승리로 8강 진출을 확정지은 대한민국 선수들이 허구연 총재와 함께 환호하고 있다. 2026.3.9 © 뉴스1 구윤성 기자
한국의 '8강 경쟁자'로 꼽히던 대만은 잡아주고, 한국엔 '경우의 수'를 정확히 맞혀 패했다. 3년 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의 덜미를 잡았던 호주가 이번 대회에선 '특급 도우미'가 됐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WBC 1라운드 C조 최종전에서 호주를 7 2로 꺾었다. 한국은 2승2패로 호주, 대만과 동률을 이뤘는데, 아웃카운트 당 실점률(0.123)에서 호주, 대만(이상 0.130)을 따돌려 극적으로 8강에 진출했다.
마치 드라마와도 같은 8강 진출이었다. 한국은 앞서 대만과 연장 혈투 끝에 4-5로 패해 8강행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로 인해 호주전에서 승리하더라도 '5점 차, 2실점 이하'라는 어려운 조건을 맞춰야 하는 상황이었다.
사실 이 조건이 성사된 것부터가 한국엔 '기회'였다. 호주가 대만과의 첫 경기에서 3-0 승리를 거뒀기 때문이다.
당초 C조에선 일본이 '최강' 전력으로 꼽히고, 대만과 한국이 2위 싸움을 벌일 것으로 전망됐다. 호주는 2023년 대회에서 8강 진출의 이변을 일으켰지만 이번 대회에선 대만-한국보단 한 수 아래의 전력으로 꼽혔다.
만일 호주가 대만에 패했다면 어려운 '경우의 수'조차 없었다. 이미 대만이 3승1패가 돼 한국은 호주전에서 승리해도 대만을 넘을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류지현 야구대표팀 감독도 "우리에게 한 번 더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자"며 선수단을 독려했고, 선수들은 이를 악물며 승리를 다짐했다.
호주는 한국전 이전 3경기에서 기대 이상의 경기력을 보였다. 대만을 제압한 것은 물론, 최강 일본에도 3-4 한 점 차 승부를 벌였다. 한국전 이전까지 3경기에서 5실점의 '짠물 투구'를 했고, 타선은 '한방'을 갖춘 선수들이 즐비했다.
그러나 한국전에선 전혀 다른 양상으로 흘러갔다. 한국 타자들이 높은 집중력을 발휘한 점도 있었지만, 호주 투수들의 제구가 전반적으로 좋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전·현직 KBO리그 선수들이 다소 부진했다는 점도 눈에 띄었다.
이날 호주의 선발투수는 라클란 웰스로, 지난해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에서 대체 선수로 활약한 뒤 올해 LG 트윈스와 아시아쿼터 계약을 맺었다. 공은 빠르지 않아도 정교한 제구가 돋보이는 투수인데, 이날 경기에선 1⅔이닝 2피안타(1피홈런) 2볼넷 2실점으로 조기 강판했다.
웰스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올라온 코엔 윈도 지난해 LG에서 대체 외인으로 뛰었다. 윈 역시 ⅓이닝 2피안타 2실점으로 부진했고, 한국은 3회까지 4점을 뽑아내며 부담감을 크게 덜었다.
호주 입장에선 KBO리그 선수들에 익숙한 투수들을 내보내는 전략이었으나 결과적으로 크게 실패했다.
결정적인 순간은 9회초였다. 한국이 8회말 실점해 6-2가 되면서 다시 8강 진출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김도영이 볼넷으로 나갔지만 저마이 존스가 범타로 물러나 1사 1루인 상황.
여기서 이정후의 타구가 호주 투수 잭 오로플린의 글러브를 맞고 굴절됐다. 유격수 제리드 데일이 잡는 데까지는 문제 없었는데, 잠시 주저하다 2루에 던진 송구가 크게 빗나갔다. 최소 아웃카운트 한 개를 올렸어야 할 상황이 1사 1, 3루가 됐고, 다음 타석의 안현민이 희생플라이로 3루 주자를 불러들여 '8강 결승점'을 만들었다.
공교롭게도 데일 역시 올 시즌 KBO리그에서 뛸 선수다. 그는 KIA 타이거즈의 아시아쿼터 선수로 계약했는데, 호주 대표팀의 8강이 걸린 중요한 경기에서 결정적인 실책을 범하고 말았다.
데이브 닐슨 호주 감독도 경기 후 "9회 실책 장면은 실망스러웠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웰스와 윈, 데일까지, KBO리그 전현직 외인들이 본의 아닌 '부진'으로 한국의 8강을 도와준 셈이었다.
데일과 올 시즌 한 팀으로 뛸 김도영은 경기 후 "데일 선수가 우리 팀에선 잘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한국은 3년 전 호주에게 충격적인 패배를 당하며 1라운드 탈락의 고배를 마셨지만, 이번 대회에선 호주에게 여러모로 도움을 받아 기적 같은 8강 진출을 일궈냈다.
대표팀은 111일 0시 전세기를 통해 미국 마이애미로 출국, 14일 오전 7시30분(한국시간) 8강전을 치른다.
starburyny@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