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강필주 기자] 왕즈이(26, 중국)가 난공불락처럼 여겨지던 '배드민턴 여제' 안세영(24, 삼성생명)의 성벽에 균열을 만들었다. 과연 중국 배드민턴계가 집요하게 파고든 '안세영 공략법'이 마침내 빛을 발한 것일까.
세계 랭킹 2위 왕즈이는 9일(한국시간) 영국 버밍엄에서 막을 내린 2026 전영오픈(슈퍼 1000) 여자 단식 결승에서 세계 1위 안세영을 세트 스코어 2-0(21-15, 21-19)으로 완파했다.
이 승리로 왕즈이는 지난해 10월 덴마크 오픈부터 이어져 온 안세영의 공식전 37연승 행진을 저지한 것과 동시에, 중국 선수로는 2019년 천위페이(28) 이후 7년 만에 이 대회 여자 단식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이번 경기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왕즈이의 셔틀콕 궤적과 체력이었다. 왕즈이는 안세영을 상대로 대각선 공격보다는 코트 중앙에 셔틀콕을 집중시키는 모습였고 상대적으로 지친 기색이 없었다.

중국 '텐센트 뉴스'는 10일 '10연패 뒤 반격.. 왕즈이, 강철 멘탈로 세계 1위를 무너뜨리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왕즈이가 안세영을 상대로 펼친 전략을 분석해 관심을 모았다.
이 분석에 따르면 이번에 왕즈이는 의도적으로 셔틀콕을 코트 중앙 부근으로 집중시켰다. 상대 안세영이 대각선으로 크게 치는 공격을 원천 차단하는 데 집중한 것이다.
매체에 따르면 중앙으로 공이 오면 안세영 역시 각도를 만들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왕즈이가 수비해야 할 반경도 좁아지는 효과를 거뒀다. 이른바 "정면 승부를 할 테니 뚫어볼 테면 뚫어봐라"라는 배짱 전술이 안세영의 발을 묶었다고 설명했다.
또 하나의 전략은 복식 기술을 단식에 이식한 것이었다. 뤄이강 중국 대표팀 코치는 왕즈이에게 단식 특유의 높은 로빙보다는 복식에서 주로 쓰이는 드라이브 앤 푸시 샷을 적극 주문했다. 셔틀콕을 빠르게 누르고 낮게 깔아 안세영의 강점을 최소화했다.

여기에 네트 앞 정교한 헤어핀 싸움에서 안세영에게 밀리지 않도록 의도적으로 공을 네트에서 길게 보내는 플레이를 섞었다. 이를 통해 안세영의 실책을 유도했고 실제로 안세영은 평소보다 실수가 잦았다.
왕즈이의 체력도 기술만큼 뛰어났다. 매체는 2세트 중반의 분위기에 대해 "현장 중계 마이크로 두 선수의 숨찬 소리가 선명하게 들릴 정도였다"며 "왕즈이는 올바른 전술과 강철 같은 의지로 세계 1위 안세영을 말 그대로 '물고 늘어져' 무너뜨렸다"고 표현했다.
안세영은 긴 랠리를 통해 상대의 체력을 갉아먹는다. 하지만 이번엔 왕즈이가 더 끈질겼다. 왕즈이는 중국 대표팀 내 800m 육상 기록 1위를 놓치지 않는 체력을 지니고 있다고.
이를 바탕으로 왕즈이는 안세영의 끈질긴 추격에도 지친 기색 없이 다음 랠리를 준비했다. 결국 안세영은 체력 저하로 인해 고비 때마다 시도한 대각선 공격이 번번이 라인을 벗어나는 실책을 범했다.

매체는 "직업 스포츠에서 같은 상대에게, 그것도 매번 결승에서만 10연패를 당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이는 한 선수의 의지와 자신감에 대한 극한의 시험이었다"고 왕즈이가 그동안 안세영에게 당한 아픔을 설명했다.
이어 "강철 같은 의지가 없었다면, 다음 기회가 올 때까지 버티지 못했을 것"이라고 왕즈이가 결승에서 보여준 집념에 경의를 표하기도 했다.
실제 지옥 같은 경기 끝에 우승을 확정한 왕즈이는 뤄이강 코치에게 달려가 "저 이제 새벽 체력 훈련 안 나갈래요"라고 외쳤다. 영하의 날씨 속 새벽 5시마다 반복된 혹독한 훈련이 세계 1위를 꺾는 '강철 체력'의 밑거름이 되었다는 것을 보여준 대목이었다.
그럼에도 이 매체는 안세영에 대한 존경심을 감추지 않았다. 매체는 "안세영은 여전히 세계 1위이며, 왕즈이와의 랭킹 포인트 격차도 1만 점 이상"이라고 현실적인 부분을 강조했다.
특히 "패배와 상관없이 안세영은 시종일관 위대한 선수였으며, 상대에게 허점이 발견되면 반드시 보완해 돌아오는 '디버그의 신'이기에 이번 전술이 다음에도 통할지는 미지수"라며 오류를 찾아내 수정하는 능력이 뛰어난 안세영의 복기 능력을 경계했다.

안세영은 이날 귀국 인터뷰에서 "실수가 너무 많았고 실수를 풀어내는 과정에서 막히는 부분이 많았던 것 같다"며 스스로 패인을 인정했다.
이어 "내가 천위페이를 이기려고 했던 것처럼, 왕즈이도 당연히 나를 이기려고 노력을 많이 했을 것"이라면서 "오히려 너무 고맙고 나도 계속해서 열심히 해야 될 이유라 생각한다"며 이번 패배가 또 다른 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안세영은 "진 것이 아니라 배웠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배움을 통해서 다시 한번 지지 않는 선수가 되어보도록 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letmeout@osen.co.kr
[사진] 전영오픈 SN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