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우석 비난하지마"→"GG 칠드런" 이런 일본인을 봤나…한국을 향한 진심, 베이징 흑역사도 빛난다

스포츠

OSEN,

2026년 3월 11일, 오전 01:02

G.G. 사토가 2021년 열린 도쿄 올림픽 때 베이징 올림픽 시절 자신의 실수 장면을 익살스럽게 재현하고 있다. /G.G. 사토 SNS

[OSEN=이상학 객원기자] “고마워요 G.G. 사토!”

18년 전이나 지금이나 한국 야구의 역사적인 현장에는 이 사람이 있었다.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준결승 한일전에서 치명적인 수비 실책을 저질러 일본 패배를 자초했던 G.G. 사토(47)가 한국을 향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한국이 호주를 꺾고 극적으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8강 진출에 성공한 지난 9일 일본 도쿄돔에는 G.G 사토도 있었다. 넷플릭스 최강응원단 공식단원으로 한국-호주전 현장을 찾은 G.G. 사토는 자신의 SNS에 이런 글을 남겼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한국은 금메달. 그 대회에서 한국 야구 인기는 폭발했다. 그때 야구를 시작한 아이들이 지금 WBC 한국 대표. 즉 GG 칠드런.’

한국 야구 최고의 순간이었던 2008년 베이징 올림픽. 9전 전승 금메달 신화로 가는 길목에서 준결승 일본전이 백미였다. 한국은 8회 이승엽의 결정적인 투런 홈런으로 4-2 역전에 성공한 뒤 계속된 공격에서 2사 1루 찬스를 만들었다. 여기서 고영민의 좌중간 뜬공 타구를 일본 좌익수 G.G. 사토가 놓쳤다. 워닝 트랙까지 날아간 타구는 G.G. 사토의 글러브를 맞고 옆으로 튀었다. 그 사이 1루 주자 김동주가 홈까지 들어오며 한국이 쐐기점을 추가했다.

멀리 날아가긴 했지만 충분히 잡을 수 있는 타구. 글러브를 맞고 떨어졌으니 한국으로선 행운이었다. 현재 KBO 총재를 맡고 있는 허구연 당시 MBC 야구 해설위원이 “고마워요 G.G. 사토!”라고 흥분해서 말한 것이 화제가 됐다. 현재까지도 국제대회에서 실수한 상대 선수에게 쓰이는 밈으로 활용되고 있다. 

일본을 꺾고 결승에 오른 한국은 쿠바마저 제압하며 9전 전승 금메달 신화를 썼다. 한국 야구 인기가 대폭발한 계기였고, 그때 야구를 시작한 어린이들이 지금 대표팀 선수들로 성장했다. 이른바 ‘베이징 키즈’라고 불리는 세대인데 G.G. 사토 말대로 ‘GG 칠드런’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일본 좌익수 G.G. 사토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준결승 한국전에서 8회 고영민의 뜬공 타구를 놓치고 있다. 2008.08.22 /OSEN DB

선수 본인에겐 감추고 싶은 ‘흑역사’였다. 한국전 여파인지 미국과의 3~4위 동메달 결정전에서도 수비 실수를 했고, 일본은 노메달 수모를 겪었다. 올림픽 전만 해도 올스타 최다득표를 받은 인기 스타였지만 올림픽 이후로 전범 취급을 받으며 심리 치료까지 받아야 했다. 

결국 시간이 약이었다. 지난 2021년 열린 도쿄 올림픽 때 해설가로 활동한 GG 사토는 자신의 흑역사를 스스로 소환했다. 글러브를 끼고 공을 놓치는 모습을 재현한 픽토그램 분장과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셀프 디스하며 웃음으로 승화시켰다. 잊고 싶은 흑역사를 빛낸 것이다. 

그렇다고 웃음만 주는 사람은 아니다. 그해 올림픽 준결승 일본전에서 한국 투수 고우석은 8회 1사 1루에서 치명적인 베이스 커버 실수를 했다. 2-2 동점 상황에서 1루 땅볼을 유도하며 병살로 이닝을 끝낼 수 있었지만 베이스 커버를 들어간 고우석의 오른발이 1루를 찾지 못했다. 몇 차례 헛발질한 사이 타자 주자가 살았다. 이후 볼넷을 주며 만루 위기를 자초한 뒤 싹쓸이 3타점 2루타를 맞고 무너졌다. 

한국의 패배로 고우석에게 비난이 쏠렸고, 베이스 커버 미스는 ‘탭댄스’라는 조롱을 받았다. 그때 G.G. 사토는 베이징 시절 자신을 떠올린 듯 SNS에 이런 글을 남겼다. ‘베이스를 밟지 못한 고우석 선수가 한국 언론에서 전범으로 취급돼 맹비난받는 것 같다. 이런 건 정말 그만해야 한다. 한국을 위해 열심히 한 결과다.’

G.G. 사토가 지난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WBC 한국-호주전을 찾았다. /G.G. 사토 SNS

그로부터 5년의 세월이 빠르게 흘렀고, G.G. 사토는 한국 야구 기적의 순간을 현장에서 직접 지켜봤다. 일본 경기는 아니었지만 야구에 대한 애정은 이날 그의 또 다른 글에서도 엿볼 수 있다. ‘나라와 나라의 진검승부. 공 하나의 무게, 한 타석의 긴장감, 경기장의 공기. 단순한 경기가 아니다. 나라를 짊어지고 싸우는 야구, 이것이 국제 대회의 매력이다.’

한편 G.G. 사토는 대학 졸업 후 필라델피아 필리스 마이너리그에서 3시즌을 뛴 뒤 2004년 일본 세이부 라이온즈에 입단했다. 2014년 지바 롯데 마린스에서 은퇴할 때까지 NPB 8시즌 통산 587경기 타율 2할7푼6리(1835타수 507안타) 88홈런 270타점 OPS .825를 기록했다. 본명은 사토 다카히코로 중학교 때 얼굴이 노안이라는 이유로 ‘영감’을 뜻하는 일본어 ‘지지(じじ)’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그 별명을 좋아해 선수 등록명도 ‘G.G. 사토’로 썼다.

2011년 이탈리아 리그를 다녀왔고, 은퇴한 뒤에는 일본 사회인리그와 독립리그에서도 잠시 뛰었다. 현재 야구 해설가로 활동하며 아버지가 설립한 지바현의 측량회사에서 근무 중이다. 측량사보, 2급 토목시공관리, 공인중개사, 보육사 등 다양한 자격증을 취득하며 제2의 인생을 보내고 있다. /waw@osen.co.kr

G.G. 사토가 지난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WBC 한국-호주전을 찾았다. /G.G. 사토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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