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쇼' 킨스키 '17분' 공개망신, 투도르 감독도 '무시'했다…'모래알' 토트넘, '빠른 경질'이 마지막 희망일까[찬기자의 K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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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N스포츠,

2026년 3월 12일, 오후 06:37

(MHN 박찬기 기자) 안토닌 킨스키의 꿈은 단 17분 만에 악몽으로 뒤바뀌었다. 이고르 투도르 감독은 킨스키를 빼며 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토트넘은 지난 11일(한국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의 메트로 폴리타노에서 열린 2025-26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원정 경기에서 아틀레티코에 2-5로 패했다.

이날 경기의 주인공은 킨스키였다. 물론 긍정적인 의미의 주인공은 아니었다.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며 6개월 만에 공식전에 나서게 된 킨스키는 평소 자신이 꿈꿔왔던 무대인 챔피언스리그에서 데뷔전을 치르게 됐다. 하지만 누구도 꿈만 같던 그 데뷔전이 단 17분 만에 악몽으로 물들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킨스키의 호러쇼는 전반 5분 만에 나왔다. 후방 빌드업 과정 중 미끄러지면서 치명적인 패스 미스로 볼을 헌납했고, 마르코스 요렌테의 선제골로 이어졌다. 원정에서 어이없는 실책으로 초반부터 경기의 주도권을 내주며 리듬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킨스키의 탓이었을까. 이후 토트넘은 전반 14분 센터백 미키 판더펜 역시 미끄러지면서 볼을 헌납, 앙투안 그리즈만에게 추가 실점까지 내줬다.

실점의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 킨스키가 또 한 번 미끄러졌다. 1분이 채 지나기도 전, 킨스키가 후방에서 다시 한번 미끄러지며 볼을 제대로 컨택하지 못했고, 빗맞은 패스는 훌리안 알바레스에게 향했다. 골문은 비어있었고, 알바레스는 손쉽게 밀어 넣으며 전반 15분 만에 3-0의 리드를 완성했다. 좌절한 킨스키는 경기장에 그대로 쓰러져 얼굴을 파묻고 한동안 일어서지 못했다.

하지만 여기서 또 한 번 놀라운 장면이 연출됐다. 이고르 투도르 감독이 곧바로 킨스키를 빼고, 주전 골키퍼 굴리엘모 비카리오를 투입한 것. 흔히 볼 수 없는 이례적인 결정이었다. 망연자실한 킨스키는 장갑을 벗으며 경기장을 빠져나왔고, 단 17분을 소화하며 3실점을 기록한 뒤였다.

아틀레티코의 팬들은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킨스키를 향해 기립 박수를 보냈다. 자신들에게 3골을 내준 데에 대한 조롱의 의미로 볼 수도 있었으나, 그 박수의 의미는 분명한 격려의 박수였다. 경기 후에도 킨스키를 향한 아틀레티코 팬들의 격려는 이어졌다.

더불어 골키퍼 동료들도 킨스키를 지지하는 메시지를 전했다. 아틀레티코 출신으로 현재 피오렌티나에서 뛰고 있는 다비드 데 헤아는 "골키퍼를 해보지 않은 사람은 이 포지션이 얼마나 어려운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며 "고개를 들어라. 너는 다시 성공할 것이다"라며 위로를 건넸다.

과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한 전설적인 골키퍼 피터 슈마이켈은 투도르 감독을 비난하며 "그가 킨스키의 커리어를 망쳤다. 적어도 전반전이 끝날 때까진 그를 기용했어야 했다. 정말로 그가 안타깝다"라고 밝혔다.

킨스키의 호러쇼가 정녕 그의 잘못일까. 물론 아주 어이없는, 프로 무대에선 절대로 나와선 안 될 실수가 연이어 두 차례나 나온 것은 분명한 잘못이고, 책임이다. 하지만 여기서 더 주목해야 할 부분은 바로 투도르 감독의 교체 결정이다.

축구계에서 이러한 교체를 감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실수가 나온 것에 실망스러울 수는 있으나, 슈마이켈의 주장처럼 적어도 전반까진 마무리하게 한 뒤 교체를 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우다. 실점한 지 2분도 채 되지 않는 시간에 바로 빼버린 것은, 그에게 이 모든 책임을 묻겠다는 뜻을 보여준 것이나 다름없다.

실제로 투도르 감독은 킨스키가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동안, 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킨스키는 6개월 동안 경기를 뛰지 않아 경기 감각이 매우 떨어진 상태였고, 이날 킨스키를 선발로 내세운 것은 다름 아닌 자신이었다. 그럼에도 그런 선택을 했다는 것은 자신이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라 킨스키의 잘못과 책임을 공개적으로, 적나라하게 확인 사살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디에고 시메오네 아틀레티코 감독은 "프로 수준에서 이러한 교체는 본 적이 없다"라며 난색을 표했고, 그리즈만 역시 "골키퍼를 교체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개인적으로 골키퍼는 감독이 선발로 기용했으면 끝까지 믿고 가야 하는 포지션이라고 생각한다"라며 "교체는 최선의 선택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아직 홈에서 2차전이 남아있지만, 토트넘에 더 중요한 과제는 프리미어리그 잔류다. 하지만 발 벗고 나서 팀을 하나로 똘똘 뭉쳐 싸워나가야 할 감독이 정작 중요한 상황에서 이러한 선택을 했다는 것이 지금 토트넘의 상황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현지에선 투도르 감독의 이 결정에 선수들에 불만이 더 커졌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을 정도다.

강등 위기에 놓인 토트넘의 미래가 더욱 암울해져만 가고 있다.

 

사진=433,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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