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SEN=청담동, 이후광 기자] 이런 얄궂은 운명이 있나. ‘배구여제’ 김연경처럼 화려한 라스트댄스를 꿈꾸는데 20년지기 절친이 그 앞에 서 있다. 절친의 사과까지 받은 양효진(현대건설)은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을 넘어 우승으로 커리어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까.
강성형 감독이 이끄는 현대건설은 22승 14패(승점 65)로 2025-2026시즌을 마치며 정규리그 2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을 거머쥐며 오는 26일 홈구장인 수원실내체육관에서 GS칼텍스-흥국생명 간 준플레이오프 승자와 플레이오프(3전 2선승제) 1차전을 치른다.
배구명가 현대건설의 이번 봄배구가 유독 주목을 받는 이유는 ‘레전드 미들블로커’ 양효진이 뛰는 마지막 무대이기 때문이다.
2007-2008 V리그 여자부 신인드래프트에서 현대건설 1라운드 4순위 지명된 양효진은 지난 3일 2025-2026시즌을 마지막으로 19년간의 선수생활을 마무리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현역 은퇴 선언과 함께 8일 페퍼저축은행과 홈경기에서 성대한 은퇴식을 치른 양효진은 등번호 ‘14’가 현대건설 구단 최초 영구결번이 되는 영예를 안았다.
양효진은 "2007년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응원해주신 팬 여러분과 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구단에 깊이 감사드린다. 무엇보다 지금의 제가 있을 수 있도록 이끌어주신 감독님과 코칭스태프의 가르침, 그리고 함께 땀 흘린 동료 선수들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남은 시즌 마지막 순간까지 현대건설 선수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현대건설이 플레이오프에 직행하며 양효진은 은퇴 시즌 우승이라는 화려한 라스트댄스를 꿈꿀 수 있게 됐다. 3전 2선승제의 플레이오프를 통과해 챔피언결정전에서 1위 한국도로공사와 5경기 가운데 3승 고지를 선점하면 지난 시즌 김연경처럼 잊지 못할 은퇴 시즌을 만들 수 있다.

공교롭게도 플레이오프를 통과하면 챔피언결정전에서 V리그 입단 동기이자 20년 절친 배유나(한국도로공사)가 양효진을 기다리고 있다. 그 누구보다 양효진의 은퇴를 아쉬워한 배유나이지만, 그렇다고 친구에게 우승 트로피를 내줄 생각은 추호도 없다. 승부의 세계는 냉정한 법이다.
배유나는 20일 호텔 리베라 청담에서 열린 V리그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에서 “(양)효진이와 20년 가까이 코트에서 적으로 만났는데 친구가 한 명 은퇴한다고 해서 너무 아쉽고, 감정이 많이 안 좋다”라며 “지금 미리 사과를 하겠다. 미안하게 됐다. 우리가 통합우승을 하겠다”라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이를 들은 양효진은 “ 사과할 건 아닌 거 같다. 정규리그 때도 본인이 우승하겠다고 이야기하더라”라며 “한국도로공사가 정규리그 우승을 했고, 배유나는 45살까지 배구를 할 거라 우리가 우승을 하고 마무리했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남겼다.
양효진은 커리어 마지막 봄배구를 어떻게 임할 것이냐는 질문에 “별다른 감정을 갖고 하진 않을 것이다. 우리 팀의 포스트시즌 출사표가 ‘하던 대로 마지막까지’인데 나 또한 마찬가지다. 나도 늘 해오던 대로 해서 마지막까지 마무리를 잘하겠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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