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N 일산, 권수연 기자) 2025-26시즌, 여자 프로당구 성장의 척도를 말하자면 단연 정수빈(NH농협카드)을 꼽을 수 있다.
큐를 잡은지는 불과 5년. 처음 시작은 당구장 아르바이트였다. 통계 전공이었고 하루 친구의 대타로 아르바이트에 나섰다가 그대로 큐를 잡고 인생 역전을 일궜다.
그리고 2022-23시즌 LPBA에 입성해 네 시즌 만에 결승전까지 올랐다. 2025-26시즌 마지막 대회인 웰컴저축은행 대회에서 파이널까지 올라 임경진(하이원리조트)과 진검승부를 펼쳤다. 비록 세트스코어 3-4로 석패하며 준우승에 그쳤지만 임팩트는 작지 않았다.
이 성적과 스타성, 화제성으로 정수빈은 올해 열린 시상식에서 영스타 상을 수상했다.
25일 오후 일산 PBA라운지에서 MHN 취재진과 만난 정수빈은 시즌 후 "여유롭게 생활하고 있다"며 "연습은 좀 여유로워졌다. 비시즌에 들어와서 2~3주 정도는 푹 쉬고 연습은 제가 하고 싶을 때 하고 있다. 시즌 전에 다시 빡빡한 연습에 들어갈 것"이라고 알렸다.
길고 지난했던 한 시즌을 돌아본 그는 "겉으로만 봤을때는 꾸준히 성장했지만 좀 아쉬웠다"며 "제가 좀 더 노력할 수 있었는데 못했던 과정들이 있다. 결과론적으로도 그렇다. 특히 하이원리조트 대회때 8강에서 역전패를 당했던게 그렇다. 결승에서 집중을 잘 못해서 그런 부분이 많이 아쉬웠다"고 소회를 밝혔다.
정수빈이 올 시즌 기록한 성적은 1~3차 투어 연달아 16강 세 번에 7차 투어(하이원리조트 대회) 8강, 웰컴저축은행 대회 준우승, 월드챔피언십 16강이다. 직전 2024-25시즌에는 하나카드 대회 준결승을 제외하고 거의 모두 64~32강의 성적표를 받았다. 큰 반등을 이룬 셈이다.
점프한 성적만큼 팬들 사이에서의 주목도도 단숨에 높아졌다.
주목 포인트 중 하나는 바로 '황제' 김가영(하나카드) 킬러였다는 점이다. 정수빈은 김가영과 상대전적 4전 3승 1패를 기록했다. 이 1패도 최근 막을 내린 월드챔피언십 기록으로 그 전까지는 김가영과 맞붙어 전승을 기록했다.
월등한 적과의 맞대결에서 전적이 좋거나 이길 경우, 많은 선수들은 "운이 좋았다"고 표현하며 상대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에 대해서 정수빈도 마찬가지로 신중한 의견을 냈다. 그는 "운이라기보단 그 날의 컨디션이 있다. 내 컨디션이 괜찮은데 만약 김가영 프로의 컨디션이 덜 좋다던가. 그런 부분에서 운이 좋다고 하지 않나 싶다"며 "누구나 그런 날에는 이길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제가 봤을 때 저는 약간 강강약약 스타일인 것 같다(웃음)"고 덧붙였다.
당구가 ‘멘탈 스포츠’로 불리는 것과, 개인 트레이닝에 대한 대한 생각도 밝혔다. 정수빈은 “따로 멘탈 트레이닝을 받지는 않는다. 세트제 경기라 흐름이 계속 바뀌는데, 그때마다 마음을 다잡으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김가영 프로께서 멘탈이 엄청나게 강하다고 느끼진 않지만, 실력이 아주 월등해서 좋은 결과가 나온다고 생각한다. (좋은 경기는) 온전히 멘탈로만 되는건 아니다. 멘탈은 실력이 어느 정도 됐을 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실력이 첫 번째”라고 강조했다.
'차세대 LPBA 주역'으로 주목받는 상황은 그에게는 원동력이다. 부담은 의외로 크지 않다. 오히려 이 부담마저도 그에게는 힘이다. 정수빈은 “부담이라는 얘기를 오늘 처음 생각했다”며 “물론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거의 없는 편이다. 계속 성장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담도 관심도 그저 감사할 따름”이라고 겸손하게 덧붙였다.
선수 생활의 터닝포인트에 대해서 물었다. 잠시 고민하던 그에게서는 “큰 전환점은 없었다”는 담담한 대답이 돌아왔다. 정수빈은 “조금씩 늘고 있는 데이터가 다음 시즌에도 이어지도록 노력하는 마음가짐이 터닝포인트라고 생각한다”며 “그전에는 손 가는 대로 연습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영스타'의 눈으로 바라본 LPBA 판도 변화는 어떨까. 그는 “예전에는 우승 선수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었다면 지금은 상향 평준화가 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연습량이 늘어나면서 선수 간 실력 차가 크지 않다. 이제는 누가 우승해도 이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물론 결승 경험에 대해서는 아쉽지만, 그마저도 성장의 발판이 됐다. 아무나 할 수 있는 경험이 아니다. 다음 결승을 노릴 수 있는 귀한 밑거름이 됐다. 정수빈은 “그때 대진표도 김예은(웰컴저축은행), 김가영, 백민주(크라운해태) 프로, 임경진 프로 등 엄청 어려웠다"며 "결승까지 어떻게 올라갔는지도 기억이 안 날 정도로 과정이 힘들었다. 기대하지 않았는데 결승에 올라갔고, 아쉬운 경기를 했다. (경험을 해봤으니) 다음에는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비시즌이 길지는 않다. 이 기간 보완할 점으로는 기본기와 뱅크샷을 꼽았다. 그는 “애버리지는 많이 올라왔지만 기본공 중에서도 부족한 부분이 많다”며 “최근에는 쓰리뱅크 감이 좋지 않았다. 제주도에서도 뱅크샷이 잘 안 됐다”고 밝혔다.
시즌 중 스트레스 해소는 먹는 것으로 푼다. “맛있는 걸 먹는다”며 “곱창이나 치킨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성향은 천상 집순이. 누군가 끌고 나가야 여행을 다닌다. 그는 "익스트림 스포츠는 좋아하지만, 보는 것만 좋아한다"며 씩 웃었다.
다가오는 2026-27시즌을 향한 각오도 전했다. 정수빈은 “안주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연습하겠다”며 “우승은? 하자!”라고 웃으며 말했다.
끝으로 팬들에게 “응원해주시는 것 잘 보고 듣고 있다. 많은 힘이 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 더 열심히 하겠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사진=MHN D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