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N 권수연 기자) 레베카 라셈(흥국생명)은 아쉽게 봄의 열기를 더 이어갈 수 없었지만, 한국에서 큰 부상 없이 시즌을 잘 마치고 소회를 전했다.
흥국생명은 지난 24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25-26시즌 진에어 V-리그 여자부 준플레이오프(P.O) 경기에서 GS칼텍스에 세트스코어 1-3으로 패했다.
준P.O는 정규시즌 3~4위의 점수차가 3점 이내일 경우 치러진다. 막판 봄배구행을 확정한 GS칼텍스는 실바가 42득점 폭격을 퍼부으며 수원으로 향하는데 성공했다.
레베카는 이 날 경기에서 선발이 아닌 교체로 출발했다. 그리고 '퐁당퐁당' 투입을 했던 요시하라 감독의 모험수에도 23득점으로 팀 내 최다 득점을 올렸다. 하지만 팀은 결국 패했고 봄배구를 조금 일찍 마무리하게 됐다.
레베카의 올 시즌 성적은 정규리그 36경기 풀출전에 누적 746득점(6위), 공격종합성공률 41.19%(5위), 오픈종합성공률 39.52%(3위), 퀵오픈성공률 49.46%(3위)의 성적을 기록했다. 준PO에서는 23득점에 공격성공률 50%로 활약했다.
레베카는 MHN과 26일 진행한 서면 인터뷰를 통해 "올 시즌은 정말 많은 기복이 있던 시즌이었다"며 "모든 순간에 감사함을 느낀다. 다양한 경험과 도전을 통해 선수로서뿐만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도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다시 이 리그에서 뛸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하고, 오래전부터 목표로 했던 것들을 이룰 수 있어 의미가 있는 시즌이었다"고 전했다.
한국계 쿼터 선수인 레베카의 V-리그 경험은 이번이 두 번째다.
할머니가 한국인으로 알려지며 이름을 알린 그는 지난 2021-22시즌 전체 6순위로 IBK기업은행에 지명받았다. 다만 당시에는 기량이 딱히 눈에 띄지 않았고, 무엇보다 팀에 내홍이 생기며 2021년 12월 달리 산타나(푸에르토리코)와 교체됐다.
이후 자국인 미국 리그와 푸에르토리코 리그 등에서 경험치를 쌓고 돌아온 그는 흥국생명에서 주포로서 한층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팬들에게서는 '김백화'라는 한국식 애칭까지 얻었다.
그는 실바(GS칼텍스) 모마(한국도로공사) 등 최상위권 외인만큼의 화력은 아니지만 적지 않은 득점으로 팀의 상위권 경쟁에 기여했다. 지난 4라운드에는 팀의 선두경쟁을 이끈 공로로 첫 MVP까지 수상했다.
흥국생명은 시즌 막판 조금 흔들렸지만 꾸준히 봄배구 경쟁을 해왔고, 레베카는 첫 포스트시즌까지 경험할 수 있었다.
그는 준P.O 진출을 확정했을 때의 기분에 대해 "팀과 함께 더 많은 경기를 치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점에서 매우 기대됐었다"며 "자신감 있게 준플레이오프를 대비할 수 있었고, 준비된 상태로 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외인 아포짓으로 풀시즌을 치르며 짊어져야 했던 부담감에 대해서도 건실한 태도를 보였다. 레베카는 "한국에 오기 전 시즌에도 이전 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으며 득점과 핵심 선수 역할을 했던 경험이 있었다"며 "같은 역할을 맡는 것에 대해 잘 준비되어 있었고 기대감도 있었다. 시즌 동안 모든 선수들이 그렇듯 힘든 시기도 있었지만, 회복에 최대한 신경 쓰면서 더 강하게 돌아오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V-리그 입성 직전 그는 푸에르토리코 과이나보 메츠에서 시즌 MVP를 수상하는 등 톡톡한 활약을 펼쳤다. 특히 당시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 감독이던 페르난도 모랄레스 감독이 메츠를 동시에 끌며 화두에 오르기도 했다.
당시에 대해 레베카는 "모랄레스 감독님은 선수의 능력을 잘 이해해 경기와 훈련에서 개선할 부분도 잘 짚어주시고 항상 도움을 주셨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두 리그를 비교하면, 푸에르토리코 리그는 시즌이 비교적 짧고 경기가 집중되어 있고, 한국 리그는 시즌이 길고 많은 경기를 소화해야 한다. 그래서 회복 관리가 더욱 중요하고, 긴 시즌 동안 꾸준히 경기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차이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타 리그를 거치며 그가 쌓아온 경험과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바로 회복제였다. 자신에 대한 신뢰로 스트레스를 극복한 레베카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목표에 집중하며 흔들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힘줘 말했다.
또 세터 로테이션도 그에게는 시험대였다. 요시하라 감독은 선수들을 고루 육성하며 주전 한 명에 치우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가장 돋보인 것은 세터진 기용. 주전 세터였던 이고은이 부상으로 이탈했지만, 중도 영입된 이나연과 더불어 서채현, 박혜진, 김다솔 등을 돌아가며 기용했다.
이에 레베카는 "한 시즌 동안 이렇게 다양한 세터와 함께 한 것은 처음"이라며 "각 세터마다 다른 방식으로 소통하고 제 플레이를 조정해야 했다. 모든 세터들이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해줬다고 생각한다. 어려운 순간도 있었지만 이 경험으로 많은 것을 배우고 공격수로서 성장할 수 있었다고 느낀다"고 밝혔다.
또 "시즌 내내 신체적, 정신적으로 전체적인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다"며 "특히 일관성을 유지하는 부분, 즉 공격, 블로킹, 판단 등 모든 플레이에서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전체적으로 제 플레이는 계속 발전시켜야 할 부분이 많다고 생각하고, 더 완성도 높은 선수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그는 한 시즌을 함께 달린 동료들에게 " 한 시즌 동안 보여준 노력에 감사드리고 싶다. 서로에게 큰 힘이 되어주며 함께 성장할 수 있었던 점이 정말 의미 있었다"고 전했다. 또 경기장을 찾아와준 팬들에게도 "여러분의 사랑과 응원은 저에게 큰 힘이 되었고, 평생 잊지 못할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라고 전했다.
레베카는 '할머니의 나라' 한국에서의 여유를 조금 더 즐긴 후 출국할 예정이다.
사진=KOVO, MHN DB, 흥국생명, 레베카 SN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