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사람이길 바랐는데…" 미국 배신한 투수에게 감동을 받다니, 160km 끔찍한 안면 사구당한 날 무슨 일이

스포츠

OSEN,

2026년 3월 30일, 오전 05:31

[사진] 디트로이트 타릭 스쿠발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OSEN=이상학 객원기자] “나쁜 사람이길 바랐는데, 좋은 사람이었다.”

데이비드 프라이(30·클리블랜드 가디언스)에게 지난해 9월24일(이하 한국시간)은 떠올리기 싫은 끔찍한 날이었다.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의 홈경기. 6회 1사 1,3루에 들어선 프라이는 번트를 대려다가 상대 투수 타릭 스쿠발(29)의 시속 99.1마일(159.5km) 강속구에 얼굴을 맞았다. 배트를 살짝 스치고 굴절되긴 했지만 충격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프라이는 그 자리에서 쓰러져 얼굴을 감싸쥐었고, 충격을 받은 경기장은 정적이 흘렀다. 공을 던진 스쿠발도 사구가 되자마자 놀란 나머지 모자, 글러브를 벗어던지며 괴로워했다. 직접 일어서서 카트에 올라탄 프라이는 병원으로 이동했고, 안면과 코뼈 골절 진단을 받았다. 천만다행으로 수술은 피했지만 회복까지 6~8주 진단을 받으면서 포스트시즌 출전이 불발됐다. 

그로부터 6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지난 28일 ‘디애슬레틱’과 인터뷰에서 프라이가 그날을 떠올렸다. 사구 직후 채드 울프 트레이너가 뛰어나왔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프라이를 다시 눕혔다. 치아가 어떤지 물어봤고, 괜찮다는 소리를 들은 프라이는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이동하는 동안 또 다른 트레이너에게 “우리가 득점했어?”라고 물어봤다. “아프긴 했지만 경기에 집중하려 했다”는 게 프라이의 회상. 그날 클리블랜드는 5-2로 이기며 아메리칸리그(AL) 중부지구 우승을 확정했다. 

[사진] 클리블랜드 데이비드 프라이가 디트로이트 타릭 스쿠발의 공에 얼굴을 맞았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병원에서 만난 의사는 프라이에게 “1인치만 위나 아래에 맞았어도 지금 우리는 야구 이야기를 하지 못했을 것이다. 심각한 생명의 위협에 대해 이야기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안타까운 사고였지만 1인치 차이로 최악은 피했다. 프라이는 “100마일짜리 공에 얼굴을 정통으로 맞았는데 의식을 잃지 않았고, 뇌진탕도 없었다. 100% 기적이었다. 신의 뜻이었다. 3~4주 만에 완전히 회복해서 딸 아이를 쫓아다녔고, 막 태어난 둘째 아이를 키우고 있었다”고 돌아봤다. 

악몽 같았던 그날은 첫째 딸의 생일이기도 했다. 경기를 마친 뒤 집에서 생일 파티를 열기로 했는데 갑작스러운 사고로 취소됐다. 임신 36주째였던 아내가 프라이를 돌보러 간 사이, 경기장에 남겨진 딸을 위해 클리블랜드 구단이 급하게 생일 파티를 준비했다. 

프라이는 “딸 아이가 ‘겨울왕국’을 정말 좋아하는데 구단에서 영화 속 엘사와 안나 분장을 한 사람들을 데려왔다. 구단이 해줄 수 있는 가장 멋진 선물이었다. 모든 선수들, 코치진, 프런트 직원들이 함께해줬다. 우리 팀에는 정말 특별한 사람들이 많다”며 구단 배려에 고마워했다. 

[사진] 클리블랜드 스티븐 보그트 감독(왼쪽)이 안면 사구를 당한 데이비드 프라이의 상태를 살피고 있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프라이의 감동은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스쿠발이 경기를 마친 뒤 바로 병문안을 와서 프라이에게 사과의 뜻을 직접 전했다. 프라이는 “스쿠발이 병원에 찾아왔다. 동료들이 말하길 경기 중에도 스쿠발이 꽤나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고 했다. 그런데 직접 와서 내 상태를 확인해주니 정말 멋졌다”고 말했다. 

병원에는 클리블랜드 팀 동료 스티븐 콴도 왔다. 프라이는 봉합 수술을 받는 동안 콴과 판타지 풋볼 이야기를 나눴고, 스쿠발은 “지금 어떻게 그런 얘기를 할 수 있냐”며 신기해했다. 프라이는 “스쿠발은 정말 좋은 사람이었다. 나한테 너무 잘 던져서 나쁜 사람이길 바랐는데 정말 좋은 사람이더라”며 스쿠발의 따뜻한 인간미에 반했다고 말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미국 대표팀에서 한 경기만 던지고 소속팀에 돌아가 ‘이기적인 배신자’로 팬들에게 낙인 찍힌 스쿠발이지만 동업자 정신은 특별했다. 

구단의 배려, 스쿠발의 사과 덕분에 악몽 같은 날도 훈훈하게 돌아본 프라이는 이제 두려움을 극복하는 일만 남았다. 그는 “내 인생에서 헬멧에 맞은 게 다섯 번도 안 될 것이다. 본능적으로 반응하게 되고, 가끔은 끔찍한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지금은 타석에서 그런 생각이 머릿속에 떠오르진 않는다. ‘좋아, 이 공을 노리고 있어. 내 게임 플랜을 실행할 거야’라는 생각뿐이다. 공을 맞은 후에도 여전히 그 일이 생각나지 않는다”며 후유증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프라이는 지난 29일 시애틀 매리너스전에 5번 타자 포수로 선발 출장, 2루타 포함 5타수 2안타 멀티히트로 활약하며 부상 복귀전이자 시즌 첫 경기를 성공적으로 치렀다. /waw@osen.co.kr

[사진] 클리블랜드 데이비드 프라이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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