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엔 '파이터'가 없다" 자국 언론이 분석한 英 대표팀의 치명적인 단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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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2026년 3월 30일, 오전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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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정승우 기자] 잉글랜드가 월드컵을 앞두고 뼈아픈 약점을 드러냈다. 재능은 넘친다. 필 포든, 주드 벨링엄, 해리 케인, 부카요 사카까지 공격진 이름값은 어느 팀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다. 정작 큰 무대에서 상대의 거친 도발과 신경전을 받아칠 '한 명'이 없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29일(이하 한국시간) 이를 강하게 지적했다. "잉글랜드는 집행자가 필요하다. 없으면 월드컵에서 대가를 치를 수 있다"라고 짚었다.

문제의 장면은 지난 28일 웸블리에서 열린 우루과이와 평가전이었다. 후반전, 우루과이 수비수 로날드 아라우호가 포든의 발목을 향해 깊게 들어갔다. 사실상 퇴장감 태클이었다. 토마스 투헬 감독은 터치라인에서 격분했다. 직접 경기장으로 뛰어들 듯 분노를 드러냈다.

정작 그라운드 위 잉글랜드 선수들의 반응은 조용했다. 포든은 혼자 통증을 견뎠고, 마커스 래시포드가 잠시 다가와 살펴본 정도였다. 심판에게 달려가 항의하거나, 아라우호를 둘러싸고 압박하는 선수는 없었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반대로 우루과이는 경기 내내 집요했다. 벤 화이트의 득점이 취소돼야 한다고 주장했고, 종료 직전 페널티킥 여부도 VAR 판독을 강하게 요구했다. 페데리코 발베르데와 아라우호는 경기력뿐 아니라 분위기까지 지배했다. 우루과이는 화려한 축구를 하지 않았다. 대신 거칠고 끈질기게,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경기를 끌고 갔다.

텔레그래프는 "우루과이는 잉글랜드에 없는 무언가를 갖고 있었다"라고 분석했다. 월드컵 같은 토너먼트에선 단순한 기술과 전술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이야기다. 상대를 위축시키고, 심판에게 압박을 넣고, 필요할 때 선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선수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과거 잉글랜드였다면 달랐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브라이언 롭슨, 토니 아담스, 폴 인스 같은 선수들이 있었다면 포든을 향한 아라우호의 태클은 그냥 넘어가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들은 단순히 보복하는 선수가 아니었다. 경기 전체의 경계선을 만들고, 상대에게 '더 이상은 안 된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유형이었다.

아라우호 역시 그런 선수의 전형으로 언급됐다. 그는 난폭한 선수는 아니다. 바르셀로나 주장이고, 라리가 통산 퇴장도 많지 않다. 다만 상대와 심판이 어디까지 허용하는지 끊임없이 시험한다. 이날도 비슷했다. 포든에게 향한 위험한 태클은 지나쳤다. 그 이전부터 경기 내내 심판과 상대를 흔들며 자신에게 유리한 흐름을 만들었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잉글랜드는 그런 압박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데이비드 베컴, 웨인 루니의 월드컵 퇴장 악몽 이후 잉글랜드는 '충돌을 피하는 팀'이 됐다. VAR 시대가 오면서 더 조심스러워졌다. 리스크를 줄이려 했고,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 했다. 문제는 월드컵 같은 무대에선 결국 누군가는 부딪혀야 한다는 점이다.

텔레그래프는 모든 우승 후보 팀엔 반드시 그런 선수가 있다고 강조했다. 스페인엔 세르히오 라모스가 있었다. 현재는 마르크 쿠쿠렐라와 로드리가 그 역할을 어느 정도 이어받고 있다. 이탈리아엔 조르지오 키엘리니가 있었다. 유로 2020 결승에서 부카요 사카의 유니폼을 잡아챈 장면은 이탈리아 특유의 냉혹함을 상징했다. 포르투갈엔 페페가 있었다. 아르헨티나의 2022 월드컵 우승팀엔 크리스티안 로메로와 로드리고 데 폴이 있었다.

현재 잉글랜드에선 조던 헨더슨과 해리 매과이어가 그나마 그런 유형으로 평가받는다. 헨더슨은 동료를 위해 싸우는 선수고, 매과이어 역시 충돌을 피하지 않는다. 다만 둘 다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주전이 보장된 선수는 아니다. 해리 케인은 심판에게 끊임없이 압박을 넣는 스타일이지만, 상대를 위축시키는 위압감은 다르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그나마 희망은 있다. 주드 벨링엄이다. 그는 경기 종료 후 투헬 감독에 이어 제4심판에게 거칠게 항의했다. 포든을 향한 아라우호의 태클 순간 그라운드에 있었다면 절대 가만있지 않았을 선수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벨링엄의 공격적이고 신경질적인 성향은 종종 약점으로 지적됐다. 이번만큼은 오히려 잉글랜드가 가장 필요로 하는 모습일 수 있다.

텔레그래프는 "잉글랜드는 훌륭한 선수들을 길러냈다. 기술적으로도 최고 수준이다. 다만 토너먼트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어둠과 집요함, 상대를 압박하는 능력은 잃어가고 있다"라고 했다. 이어 "한 팀은 공격수의 발목이 부서질 뻔해도 조용했다. 다른 팀은 경기 내내 심판과 상대를 흔들었다. 월드컵에선 이런 차이가 승부를 가른다"라고 덧붙였다. /reccos23@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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