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 8개-경고 0장' 너무 얌전했던 '선비 축구'...현지 언론이 잉글랜드 향해 던진 "파이터가 필요하다"는 경고, 홍명보호에도 적용 가능

스포츠

OSEN,

2026년 3월 30일, 오후 03:30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OSEN=정승우 기자] 같은 날, 서로 다른 두 대표팀이 똑같은 약점을 드러냈다. 잉글랜드는 우루과이전에서 지나치게 얌전했고, 한국은 코트디부아르전에서 지나치게 순했다. 재능은 있었다. 전술도 있었다. 정작 월드컵 같은 거친 무대에서 반드시 필요한, 상대를 불편하게 만들고 분위기를 바꾸는 '한 명'이 없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29일(이하 한국시간) 잉글랜드 대표팀을 향해 "파이터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월드컵에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28일 필 포든이 우루과이 수비수 로날드 아라우호의 거친 태클에 쓰러졌지만, 잉글랜드 선수들은 조용했다. 포든은 혼자 통증을 견뎠고, 심판에게 달려가 항의하거나 상대를 압박하는 선수는 없었다.

반대로 우루과이는 달랐다. 아라우호와 페데리코 발베르데를 중심으로 경기 내내 심판과 상대를 흔들었다. 거칠게 부딪혔고, 끊임없이 항의했고, 선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들었다. 화려하진 않았다. 대신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경기를 끌고 갔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텔레그래프는 이를 두고 "우루과이는 잉글랜드에 없는 무언가를 갖고 있었다"라고 했다. 토너먼트에선 단순히 기술 좋은 선수들만으론 부족하다는 이야기다. 상대를 위축시키고, 심판에게 압박을 넣고, 필요할 때 흐름을 거칠게 끊을 수 있는 선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고스란히 홍명보호에도 적용된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28일 코트디부아르에 0-4로 무너졌다. 스리백에 윙백을 세우는 수비 중심 전술을 꺼냈다. 수비 숫자는 많았다. 몸싸움에 밀리지 않겠다는 의도도 있었다. 결과는 정반대였다. 상대 개인기 하나를 막지 못했고, 역습은 번번이 허용했다. 에반 게상, 시몽 아딩그라에게 전반에만 두 골을 내줬고, 후반에도 코너킥과 역습으로 연속 실점했다.

더 큰 문제는 내용이었다. 한국은 90분 동안 파울 8개에 그쳤고, 경고는 단 한 장도 받지 않았다. 코트디부아르의 거친 압박과 빠른 전환에 끌려다니면서도 경기를 멈추거나, 흐름을 끊거나, 상대를 불편하게 만드는 장면이 거의 없었다. 이강인의 슈팅이 골대를 때렸지만, 분위기는 바뀌지 않았다. 한국은 끝까지 너무 얌전했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월드컵 본선은 친선전과 다르다. 객관적으로 더 강한 상대들이 나온다. 기술, 조직력, 피지컬 모두 밀리는 상황에서 '선비 축구'만 하겠다고 나섰다간 버티기 어렵다. 누군가는 거칠게 부딪혀야 하고, 누군가는 상대에게 "오늘은 편하게 못 뛴다"는 메시지를 줘야 한다. 텔레그래프가 잉글랜드를 향해 했던 지적은, 지금 한국 대표팀에도 거의 똑같이 적용된다.

문제는 한국에 그런 유형의 선수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손흥민, 이강인, 황희찬은 경기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선수들이다. 김민재는 수비에서 존재감이 있다. 정작 상대를 집요하게 괴롭히고, 필요하다면 파울 하나쯤 감수하면서 경기의 톤을 바꾸는 선수는 보이지 않는다. 코트디부아르전 한국은 너무 착했고, 너무 순했다. 그래서 더 쉽게 무너졌다.

그 점에서 더욱 아쉬운 이름이 있다. 옌스 카스트로프(23, 묀헨글라트바흐)다.

대한축구협회는 29일 카스트로프를 발목 부상으로 소집해제했다. 대체 선수도 없다. 결국 한국은 4월 1일 오스트리아전, 더 나아가 월드컵 본선까지 카스트로프를 제대로 시험해보지 못한 채 가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카스트로프는 지금 대표팀에 거의 없는 유형이다. 그는 거칠다. 많이 뛰고, 강하게 부딪힌다. 파울도 많고, 카드도 많다. 2023-2024시즌엔 개막 후 11경기에서 경고 8장과 퇴장 1장을 기록했을 정도다. 단점일 수 있다. 동시에 토너먼트에선 꼭 필요한 성향이기도 하다.

카스트로프는 상대를 편하게 두지 않는다. 거칠게 따라붙고, 필요하면 몸으로 막고, 심판과 상대를 끊임없이 신경 쓰게 만든다. 홍명보 감독이 구상한 스리백과 윙백 시스템에서도 더욱 필요한 선수였다. 특히 황인범, 박용우, 원두재까지 줄줄이 이탈하며 3선의 압박 강도와 활동량이 떨어진 상황에선 더 그렇다.

코트디부아르전에서 박진섭, 김진규, 백승호가 번갈아 중원을 맡았지만 상대를 위축시키진 못했다. 공은 돌렸다. 공간은 내줬다. 싸움은 없었다.

텔레그래프는 잉글랜드를 향해 "토너먼트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어둠'과 집요함을 잃어가고 있다"라고 했다. 지금 한국 대표팀도 마찬가지다. 너무 점잖고, 너무 신사적이다. 월드컵은 그런 선비들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홍명보호에 지금 필요한 것은 전술 변화만이 아니다. 상대를 불편하게 만들고, 흐름을 바꾸고, 때론 경기를 거칠게 만들 수 있는 선수다. 카스트로프가 바로 그 역할을 해줘야 했다. 그래서 그의 부상 이탈이 더 뼈아프다. /reccos23@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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