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SEN=고성환 기자] 크리스티안 에릭센(34, 볼프스부르크)이 '라스트 댄스'를 펼치지 못한다. 그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에서 손흥민(34, LAFC)과 만날 수 없다.
덴마크는 1일(한국시간) 체코 프라하의 스타디온 레트나에서 열린 대회 유럽축구연맹(UEFA) 예선 플레이오프(PO) 패스 D 결승전에서 체코와 2-2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1-3으로 패하며 탈락했다.
그 결과 체코가 지난 2006년 독일 월드컵 이후 20년 만에 본선 진출을 일궈내며 한국과 조별리그 맞대결을 벌이게 됐다. A조에 묶인 체코는 첫 경기에서 한국을 상대한 뒤 남아프리카공화국, 멕시코와 차례로 만난다.
반대로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던 덴마크는 북중미행이 좌절됐다. 2018 러시아 월드컵(16강)과 2022 카타르 월드컵(조별리그 탈락)에 이어 3회 연속 본선 진출을 꿈꿨으나 한 끗 차로 실패하고 말았다. 에릭센을 비롯해 라스무스 호일룬,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 크리스티안 뇌르고르 등 유럽 빅리그 선수들이 많지만, 마지막 관문을 넘지 못했다.

이날 덴마크는 경기 시작 3분 만에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갔다. 코너킥 공격에서 뒤로 흐른 공을 파벨 슐츠가 다이렉트 발리슛으로로 연결해 골망을 갈랐다.
끌려가던 덴마크는 후반 28분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프리킥 상황에서 미켈 담스고르가 올린 공을 요아킴 안데르센이 헤더로 마무리했다. 양 팀은 더 이상 득점을 만들지 못하며 연장전으로 향했다.
체코가 다시 앞서 나갔다. 이번에도 세트피스였다. 연장 전반 10분 코너킥 혼전 상황에서 라디슬라프 크레이치가 득점했다. 위기에 몰린 덴마크는 후반 6분 카스퍼 회그의 골로 재차 동점을 만들며 승부차기로 끌고 갔다.
최후의 승자는 체코였다. 덴마크는 1번 키커 호일룬의 슈팅이 골대를 강타했다. 2번 키커로 나선 에릭센은 골망을 흔드는 데 성공했지만, 이후 동료들이 잇달아 실축했다. 결국 덴마크는 4명 중 3명이 실축하며 눈앞에서 월드컵 티켓을 놓쳤다.

경기 후 에릭센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덴마크 '폴리티켄'은 "34세 에릭센은 체코와 플레이오프 결승에서 패한 뒤, 더 이상 월드컵 무대에 설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접었다. 그는 경기장 구석에 서서 어두운 봄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이미 지나가버린 순간을 찾으려는 듯한 눈빛이었다"라고 전했다.
또한 매체는 "에릭센의 앞에는 산산이 부서진 꿈이 펼쳐져 있었다. 그것은 그건 모습 속에서도, 그리고 붉은색과 흰색으로 가득 찬 관중석 속에서도 보였다. 레트나 스타디움을 채운 팬들은 선수들이 내뿜는 고통을 그대로 비추고 있었다. 얼굴을 감싸 쥔 사람들, 빛을 잃은 눈빛, 축 처진 어깨. 마치 대표팀 유니폼이 이전보다 더 무겁게 느껴지는 듯했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에릭센은 "덴마크가 월드컵에 나가지 못하는 것은 스캔들이다. 우리의 자기 반성은 훨씬 더 강해질 것이다. 여러 미디어와 팟캐스트에서 많은 비판이 쏟아질 거다. 선수들에게 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나올 것이다. 우리가 월드컵 진출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며 책임을 인정했다.
이어 그는 "그건 정당한 비판이며 우리는 그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다시 일어서야 한다. 다음 목표는 유로 대회다. 그것을 이루면 이번 일은 잊힐 수 있다. 우리에게는 충분한 전력이 있었다. 우리가 상대했던 팀들을 고려하면 반드시 예선을 통과했어야 했다. 체코도 이겼어야 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덴마크 국민 여러분께 사과해야 할 거 같다"고 고개를 숙인 에릭센. 당장 덴마크 대표팀을 은퇴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아직 결정된 건 없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영국 4개국과 아일랜드에서 개최되는 UEFA 유로 2028 출전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에릭센이 월드컵 무대를 다시 누비는 모습을 보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미 만 34세에 접어든 그에겐 이번이 사실상 최후의 기회였다. 토트넘에서 함께 활약했던 동갑내기 손흥민과 나란히 마지막 불꽃을 불태울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무산되고 마랐다.
현실적으로 에릭센이 4년 뒤 월드컵에 출전하긴 쉽지 않다. 특히 덴마크는 지난해 11월 스코틀랜드전에서 경기 종료 직전까지 본선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었지만, 막판 두 골을 허용하며 기회를 놓쳤기에 더욱 뼈아픈 결과다.
'골닷컴' 역시 에릭센을 '월드컵 출전이 좌절된 대형 스타'로 선정하며 "에릭센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떠난 뒤 입지가 흔들리면서 스코틀랜드전엔 뛰지 못했다. 이후 그는 볼프스부르크로 이적해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고, 대표팀에 재발탁되면서 마지막 월드컵 도전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그러나 결국 그 꿈은 이루어지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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