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승부수를 던졌다. 물러설 곳 없는 상황에서 토트넘 홋스퍼가 선택한 카드는 단순한 감독 교체가 아니었다. 로베르토 데 제르비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올인’이었다.
글로벌 매체 ‘골닷컴’은 2일(한국시간) 토트넘의 결정을 조명하며 “데 제르비는 단순한 감독을 넘어 구단 운영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전권을 부여받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과거 알렉스 퍼거슨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행사했던 권한과 유사한 구조다. 현대 축구에서 보기 드문 파격이다.
배경은 명확하다. 토트넘은 벼랑 끝에 서 있다. 리그 13경기 무승, 순위는 17위까지 추락했다. 강등권과 격차는 단 1점이다. 다음 경기 결과에 따라 바로 추락할 수 있는 상황. 단순한 전술 변화나 분위기 반전으로 해결할 수 있는 단계는 이미 지났다.
결국 구조 자체를 바꾸기로 했다. 이탈리아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에 따르면 토트넘은 데 제르비에게 2031년까지 장기 계약을 제시하며 전례 없는 권한을 약속했다. 훈련과 경기 운영을 넘어 선수 영입, 스쿼드 구성까지 포함된 전방위 권한이다. 스포츠 디렉터 중심 체제가 일반화된 프리미어리그 흐름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토트넘 내부에서도 기대는 크다. 요한 랑게 디렉터는 “데 제르비는 가장 창의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지도자 중 한 명”이라며 “이번 선임은 구단의 방향성을 재정립하는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단순한 잔류 싸움이 아니라, 장기 프로젝트의 출발점이라는 의미다.
계약 조건 역시 상징적이다. 데 제르비는 프리미어리그 상위권에 해당하는 연봉을 받으며 5년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 그는 “구단이 보여준 비전과 야망이 명확했다. 그 계획을 믿기 때문에 이곳에 왔다”고 밝혔다. 책임과 권한이 동시에 주어졌다.
흥미로운 점은 타이밍이다. 데 제르비는 원래 시즌 종료 후 부임을 원했다. 잔류 여부가 확정된 뒤 팀을 맡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토트넘은 기다리지 않았다. 오히려 조건을 더 키웠다. 전권 보장이라는 카드가 결정을 바꿨다.
이로써 토트넘은 ‘매니저 체제’로 회귀한다. 과거 주제 무리뉴, 안토니오 콘테 같은 감독들도 구단 구조 안에서는 제한된 권한을 행사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 데 제르비는 선수단 구성부터 철학 구축까지 모든 축구적 결정의 중심에 선다.
이는 리스크를 동반한 선택이다. 현대 축구는 분업화가 일반적이다. 펩 과르디올라, 미켈 아르테타 같은 감독들도 명확한 조직 구조 속에서 움직인다. 반면 토트넘은 한 사람에게 모든 방향성을 맡겼다. 성공하면 재건, 실패하면 붕괴다.
현실은 냉정하다. 토트넘은 2026년 들어 리그 승리가 없다. 경기력, 결과, 분위기 모두 최악이다. 데 제르비는 즉각적인 반등과 장기적 재건을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 두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고난도 미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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