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지안루이지 돈나룸마가 고개를 떨궜다. 주장 완장을 차고도 이탈리아를 월드컵 무대로 이끌지 못했다. 세 번째 실패다. 이번에는 변명의 여지도 남지 않았다.
영국 ‘BBC’는 2일(한국시간) “돈나룸마가 북중미 월드컵 진출 실패 이후 대표팀을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고 다짐했다”라고 전했다.
이탈리아는 1일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유럽 플레이오프 결승에서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와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1-4로 패했다. 경기 흐름은 초반부터 꼬였다. 전반 알레산드로 바스토니의 퇴장으로 수적 열세에 놓였고, 끝까지 버티기는 했지만 결국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결과는 역사다. 2018 러시아, 2022 카타르에 이어 2026 북중미까지. 이탈리아는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3회 연속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아주리’라는 이름이 더 이상 과거의 영광을 보장하지 않는다.
그 중심에 돈나룸마가 있었다. 그는 경기 내내 분투했다. 후반 연속된 위기를 막아내며 팀을 연장전까지 끌고 갔다. 혼자서 버텼다. 그러나 승부차기는 다른 영역이었다. 단 한 개의 슈팅도 막아내지 못했다. 골문 앞에서 더 이상 기적은 없었다.
경기 종료 직후 감정은 폭발했다. 돈나룸마는 상대 골키퍼 니콜라 바실리와 신경전을 벌였고, 보스니아 선수들을 향해 달려들려다 동료들에게 제지됐다. 현지에서는 그가 상대의 승부차기 메모지를 훼손했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분노와 좌절이 뒤섞인 장면이었다.
그리고 다음 날 돈나룸마는 무너졌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어젯밤 울었다. 이탈리아를 있어야 할 자리로 데려가지 못한 실망감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대표팀 주장으로서 느끼는 엄청난 슬픔 때문이다. 팬들도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냉정한 사실이 하나 더 있다. 돈나룸마는 아직 월드컵 무대를 밟아본 적이 없다. 17세에 데뷔해 이탈리아의 미래로 불렸고, 이제는 주장이다. 하지만 월드컵 경험은 ‘0’이다. 2026년에도 그 기록은 이어진다. 다음 기회는 2030년, 그의 나이 31세다. 보장된 미래는 아니다.
팀 역시 무너졌다. 승부차기에서 피오 에스포지토와 브리얀 크리스탄테가 실축했다. 마지막 순간, 누구도 해결사가 되지 못했다. 외신의 시선도 냉혹하다. BBC는 “이탈리아가 마지막으로 월드컵 토너먼트에서 승리한 이후 레스터 시티가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했고 아이폰이 등장했으며, 라민 야말은 태어나지도 않았다”라고 꼬집었다. 시간의 흐름 자체가 이탈리아의 정체를 증명한다.
비판은 전방위로 향하고 있다. 정치권까지 나섰다. 조르자 멜로니 총리 연정에 속한 동맹당은 “용납할 수 없는 수치다. 가브리엘레 그라비나 회장은 사퇴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안드레아 아보디 체육부 장관 역시 “이탈리아 축구는 밑바닥부터 다시 만들어야 한다”라고 했다. 단순한 감독 교체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이다.
이탈리아 언론도 직설적이다.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이번 사태를 “월드컵의 저주”라고 표현하며 전면적인 재건을 요구했다. 실패가 반복되면서 이제는 ‘이변’이 아닌 ‘현실’이 됐다.
팬들의 상처는 더 깊다. 광장과 술집에 모인 이들은 마지막 희망을 걸었다. 이번만큼은 다를 것이라 믿었다. 결과는 같았다. 한 팬은 “이해할 수 없다. 충격적이다”라고 말했고, 또 다른 팬은 “실망하면서도 또 기대하게 된다. 이번이 세 번째다”라고 했다. /mcadoo@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