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은 무디고 방패는 헐겁게 만든다'.. 홍명보호 스리백이 만드는 '공수 불균형' 비상

스포츠

OSEN,

2026년 4월 04일, 오후 07:10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OSEN=강필주 기자]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을 불과 70여 일 앞둔 홍명보호가 '유럽 원정 2연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무엇보다 10개월간 공들인 스리백 전술에 대한 비판이 컸다. 공격과 수비 양면에서 '엇박자'를 내며 월드컵 본선 경쟁력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전문가들의 혹평이 쏟아지고 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지난달 28일 코트디부아르(0-4 패)와 4월 1일 오스트리아(0-1 패)에 잇따라 무릎을 꿇었다.

특히 코트디부아르전의 지표는 참담했다. 한국은 12개의 슈팅을 시도하며 상대(13개)와 비슷한 공세를 펼치는 듯했으나, 기대 득점(xG) 값에서 1.07 대 3.22로 압도당했다. 슈팅 수는 비슷했지만 질에서 완전히 갈렸다는 뜻이다.

홍명보호의 스리백 전술이 상대의 역습과 개인기에 얼마나 취약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다. 수비 숫자는 늘렸지만 정작 박스 안에서의 대처는 '헐거웠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스트리아전은 아예 실점을 막기 위해 양 윙백을 내린 파이브백 형태로 대응했다. 상대의 슈팅 숫자는 급감했다. 박스 안까지 침투할 공간을 최소화한 덕분이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공격에서는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통계 업체 '폿몹'에 따르면 코트디부아르전에서 그나마 한 번 있었던 빅 찬스가 오스트리아전에서는 아예 사라졌다.

손흥민(34, LAFC)의 경우 기량 저하 논란까지 나왔다. 실제로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중원으로부터 볼 공급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번 대표팀은 풀백, 윙백, 수비형 미드필더 등이 약하다는 평가다. 대신 2선 자원이 풍부해 다양한 공격 전술을 노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홍명보호의 스리백은 정작 그 중원을 활용하지 못한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안고 있다. 최전방으로 넘어가는 공이 중원을 거치지 않고 직접 연결되는 경우가 잦아질 수밖에 없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조적 딜레마다. 수비를 강화하기 위해 윙백을 내리면 공격이 힘들어지고, 윙백을 올리면 뒷공간이 열려 역습을 허용한다. 이번 유럽 2연전이 그 딜레마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벤치의 순간 대응 능력도 도마에 올랐다. 스리백이든 포백이든 다양한 전술을 활용하려면 상대의 변화에 즉각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홍명보호는 경기 중 변화에 기민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대회부터 도입된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전·후반 22분경 3분간 휴식)' 지침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코트디부아르전에서 한국은 브레이크 전까지 대등한 모습을 보였으나 이후 급격히 무너졌다. 상대가 그 사이 전술을 정비하고 나온 반면, 한국은 별다른 전략을 마련하지 못한 탓이었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결국 홍명보호의 스리백은 수비 숫자를 늘리고도 뒷공간을 내어주고, 중원을 생략한 채 전방의 개인 기량에만 의존하는 '공수 불균형'의 전형을 보여줬다. 방패를 두껍게 하려다 창끝까지 무디게 만든 셈이다.

한국과 같은 3-4-2-1 포메이션을 쓰는 일본의 경기력은 전혀 달랐다. 홍명보호 스리백이 얼마나 미완성인지를 더욱 선명하게 느끼게 한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일본은 같은 기간 스코틀랜드(1-0 승)에 이어 잉글랜드마저 1-0으로 꺾으며 A매치 5연승을 달렸다. 아시아 국가가 잉글랜드를 홈에서 꺾은 건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점유율 31%, 슈팅 7대 19의 열세 속에서도 수비 조직을 유지하며 역습 한 방으로 승리를 따냈다.

일본 스리백의 핵심은 '연동'이다. 수비 전환 시 양쪽 윙백이 수비 라인까지 완전히 내려와 수비수 5명, 미드필더 4명이 두 줄로 늘어서는 밀집 대형을 만든다. 같은 숫자지만 훈련을 통해 서로의 공백을 유기적으로 메운다.

수비가 많아도 각자 일대일로 맞선다면 개인 기량이 뛰어난 상대에게 뚫릴 가능성이 높다. 일본은 시스템으로 스리백 효율을 극대화했다면, 한국은 '숫자'에만 매몰돼 있는 격이다.

결정적인 차이는 시간이다.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 감독은 2018년 부임 후 8년째 같은 전술을 다듬어왔다. 반면 한국은 파울루 벤투 감독의 빌드업 시스템이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체제에서 붕괴됐다. 스리백 전환도 월드컵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야 실험 중이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월드컵 본선까지 남은 시간 안에 홍명보호가 스리백의 공수 불균형을 얼마나 메울 수 있을지. 유럽 원정 2연패가 남긴 숙제는 결코 가볍지 않다. /letmeout@osen.co.kr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