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히라타 그룹의 조건 없는 KLPGA 선수 후원... 성적으로 보답

스포츠

이데일리,

2026년 4월 10일, 오전 12:10

[여주=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일본 히라타그룹이 박현경과 고지우·지원 자매 등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스타들을 연이어 후원하며 국내 골프계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한국 기업도 아니고 소비자 브랜드도 아닌 일본의 제조업 기반 회사가 한국 선수들을 전폭 지원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후지타 준 히라타 그룹 대표가 지난 5일 경기 여주시의 더시에나 벨루토 컨트리클럽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히라타 그룹 로고가 새겨진 모자와 티셔츠를 직접 제작해 착용하고 대회장을 찾았다.(사진=이데일리 골프in 조원범 기자)
후지타 준 히라타 그룹 대표가 지난 5일 경기 여주시의 더시에나 벨루토 컨트리클럽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사진=이데일리 골프in 조원범 기자)
후지타 준 히라타그룹 대표는 지난 5일 더시에나 벨루토 컨트리클럽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비즈니스 계산이 아닌, 타국에서 고생하는 선수들에 대한 공감에서 시작한 일”이라며 후원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스포츠를 통해 한국과 일본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사람에게는 겸허하게, 일에는 성실하게’라는 기업 슬로건처럼 선수들을 홍보 수단이 아닌 진심으로 응원하는 파트너로 대하는 것이 히라타 그룹의 후원 배경이다.

히라타그룹과 한국 골프의 인연은 2019년 오사카의 한 식당에서 시작됐다. 후지타 대표의 옆자리에 당시 일본프로골프투어(JGTO)에서 활동하던 권기택이 앉아 있었고, 그가 부상과 싸우며 고군분투하는 사연을 듣고는 선뜻 도움을 제안했다. 후지타 대표 본인의 경험도 투영됐다. 그는 중국과 베트남 등지에서 13년간 주재원 생활을 하며 ‘이방인’으로서 겪는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타지에서 홀로 분투하는 한국 선수의 모습이 과거의 자신과 겹쳐 보였고, 이는 곧 조건 없는 후원으로 이어졌다.

후지타 준 히라타 그룹 대표가 지난 5일 경기 여주시의 더시에나 벨루토 컨트리클럽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사진=이데일리 골프in 조원범 기자)
히라타그룹은 2024년에는 투병 중인 아버지를 위해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마지막 도전에 나선 안신애의 기사를 보고 감명을 받아 후원을 결정했다. 안신애를 계기로 박현경과 인연이 이어졌다. 박현경이 JLPGA 투어 메이저 월드 레이디스 살롱파스컵에서 공동 8위를 기록하며 경쟁력을 입증했고, 처음 만난 후원사 관계자들에게 보인 성실한 태도까지 더해지며 단발성 후원이 연간 계약으로 확대했다.

이를 계기로 히라타그룹은 한국 골프계에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히라타그룹은 일본 내 한국 선수 매니지먼트사인 ‘WINS’를 인수하며 체계적인 서포트 시스템도 갖췄고, 올 시즌에는 고지우·지원 자매까지 후원 선수로 추가했다.

히라타그룹의 후원 방식은 일반적인 기업과는 다르다. 투자 대비 마케팅 효과를 따지기보다 ‘응원단’에 가깝다는 것이 후지타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운동회에서 가족이나 친구를 응원하듯 한국 선수들이 일본에 와서 편하게 경기하고 맛있는 것을 먹고 돌아가길 바라는 마음이 우선”이라며 “투자한 만큼 돌려받겠다는 생각이었다면 지금 같은 인연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 면에서는 경영자로서 좋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고 말하며 웃어 보였다.



(왼쪽 두 번째부터) 윤상준 WINS 대표, 고지원, 후지타 준 히라타 그룹 대표가 지난 5일 KLPGA 투어 더시에나 오픈에서 우승한 고지원과 함께 기념 촬영을 진행하고 있다.(사진=KLPGT 제공)
이런 ‘무욕의 철학’은 성적으로 돌아왔다. 실제로 고지원은 더시에나 오픈에서 후지타 대표가 지켜보는 앞에서 시즌 첫 우승을 차지하며 화답했다. 고지원은 우승 인터뷰에서 “히라타 그룹 대표님들의 갤러리 응원이 큰 힘이 됐다”며 감사를 전했다.

히라타 그룹은 일본에서 여자 농구와 모터 스포츠도 후원을 하고 있는데, 골프와 마찬가지로 오랜 인연에서 시작된 후원이 우승까지 이어졌다. 후지타 대표는 “최근 일본 모터 스포츠 후원 역시 오래 알고 지낸 레이서가 감독을 맡아 도전하는 모습을 보고 응원하는 마음에서 시작했다. 그 선수는 지난해 슈퍼 GT300에서 바로 우승을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철학은 본업 경영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후지타 대표는 “사업에서도 고객 만족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며 “골프 후원에서 선수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것이 우선이듯, 비즈니스 역시 눈앞의 단기적인 이익을 계산하기보다 파트너사와 고객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가치를 성실하게 제공하다 보면 수익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결과물”이라고 강조했다.

히라타 그룹은 후원을 넘어 한일 골프 교류 확대에도 힘을 쏟고 있다. JLPGA 투어 대회 스폰서 초청 자격을 활용해 시드가 없는 한국 선수들의 일본 대회 출전 기회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박현경은 지난달 히라타 그룹 초청으로 JLPGA 투어 V포인트·SMBC 레이디스 골프 토너먼트에 출전해 활약했고, KLPGA 투어 정상급 선수들도 JLPGA 투어 대회 참가를 확정했다.

후지타 대표는 “한국 선수들의 일본 진출을 돕는 데 그치지 않고 향후 일본 선수들도 한국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진정한 한일 골프 교류를 완성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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