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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정승우 기자] 강등권과 싸우는 팀은 보통 현실적인 감독을 택한다. 수비부터 정리하고, 실점을 줄이고, 승점 1점이라도 챙기는 방식이다. 그런데 토트넘은 정반대로 갔다. 선택은 로베르토 데 제르비(47)였다.
토트넘은 남은 7경기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데 제르비 감독에게 주어진 시간도, 여유도 없다. 더 큰 문제는 그의 축구가 짧은 시간 안에 익히기 어려운 방식이라는 점이다.
데 제르비 감독의 축구는 위험하다. 대신 성공하면 한 번에 상대를 무너뜨린다.
그의 팀은 후방에서부터 짧은 패스로 경기를 풀어간다. 일부러 상대를 끌어들인 뒤, 빠른 패스로 압박을 벗기고 전진하는 방식이다. 수비수와 미드필더가 좁은 공간에서 공을 주고받다가, 한순간에 전방으로 찔러 넣는다.
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과 올랭피크 마르세유에서 보여준 축구가 그랬다. 공을 자기 진영에서 돌리다가도 몇 초 만에 상대 골문 앞까지 도달했다.
영국 'BBC'는 10일(이하 한국시간) "데 제르비의 축구는 위험을 감수하는 대신, 가장 좋은 기회를 만드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핵심은 중앙이다. 데 제르비 감독은 센터백들이 공을 오래 잡길 원한다. 오히려 상대 공격수를 끌어내기 위해 일부러 시간을 끈다. 최근 훈련에서는 수비수들에게 "압박이 없으면 공을 더 오래 소유하라"라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데 제르비 감독의 센터백들은 종종 공 위에 발을 올려놓는다. 상대 공격수가 참지 못하고 달려들게 만들기 위해서다. 그 순간 빈 공간이 생긴다.
중앙 미드필더들은 센터백 바로 앞에서 공을 받는다. 상대가 바짝 붙어 있어도 한두 번의 터치로 다시 연결한다. 오래 끌지 않는다. 일종의 벽 패스다. 그렇게 압박을 벗겨내고, 뒤늦게 비어 있는 선수가 전방으로 나간다.
문제는 토트넘 선수단이 이런 축구에 어울리느냐다.
토마스 프랭크 감독 시절 토트넘은 완전히 다른 팀이었다. 중앙 대신 측면을 활용했다. 측면에 선수를 몰아넣고, 길게 연결했다. 위험 부담은 적었지만 공격도 단조로웠다.
데 제르비 감독은 그 반대다. 위험한 중앙을 파고든다. BBC는 현재 토트넘 선수단 가운데 좁은 공간에서 압박을 이겨낼 수 있는 선수가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나마 루카스 베리발, 사비 시몬스, 아치 그레이 정도가 데 제르비 감독의 스타일에 어울릴 수 있다고 봤다.
희망은 있다. 토트넘 선수들은 이미 비슷한 축구를 경험했다.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 시절 토트넘도 짧은 패스로 중앙을 뚫으려 했다. 골키퍼까지 빌드업에 참여했고, 중앙에서 수적 우위를 만든 뒤 전진했다.
세부적인 차이는 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풀백을 안쪽으로 집어넣었다. 데 제르비 감독은 중앙 미드필더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그래도 기본 원리는 같다. 공을 지키고, 압박을 끌어낸 뒤, 중앙에서 벗겨내고, 빈 공간을 향해 빠르게 나간다.
그래서 BBC는 "데 제르비 감독이 완전히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은 아닐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수비도 마찬가지다. 데 제르비 감독은 공을 잃은 뒤에도 앞으로 나간다. 브라이턴 시절에는 1대1 압박을 자주 사용했다. 상대가 뒤로 공을 돌리는 순간이 압박 신호였다. 전원이 달려들었다.
토트넘도 최근 비슷한 수비를 썼다. 이고르 튜도르 감독 체제에서였다. 튜도르 감독은 짧은 기간 동안 1대1 대인 마크를 도입했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44일 만에 물러났다.
데 제르비 감독에게는 도움이 된다. 선수들이 이미 한 차례 비슷한 수비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물론 위험한 선택인 건 분명하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후벵 아모림 감독과 함께 겪고 있는 혼란이 대표적이다. 선수보다 시스템에 맞추는 감독은 시간이 필요하다. 강등권 팀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
그럼에도 토트넘은 데 제르비 감독을 택했다.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간 감독 가운데 한 명이기 때문이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도 그를 두고 "지난 20년 동안 가장 영향력 있는 감독 중 한 명"이라고 평가했다.
토트넘은 지금 흔들리고 있다. 생각도, 자신감도 잃었다. 어쩌면 복잡한 축구보다 더 필요한 건 정해진 움직임과 분명한 원칙일지 모른다. /reccos23@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