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풋볼 런던](https://file.osen.co.kr/article/2026/04/13/202604131117778395_69dc76660d3dd.png)
[OSEN=정승우 기자] "무슨 일이든 하겠다."
크리스티안 로메로(28, 토트넘)는 경기 전 그렇게 말했다. 토트넘 홋스퍼를 강등권에서 끌어올리기 위해서라면 뭐든 하겠다고 했다. 몇 시간 뒤, 그는 눈물을 흘리며 경기장을 떠났다. 어쩌면 이 장면이 토트넘의 2025-2026시즌 전체를 설명할지 모른다.
토트넘은 12일(한국시간) 영국 선덜랜드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에서 열린 프리미어리그 32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선덜랜드에 0-1로 졌다. 로베르토 데 제르비 감독 부임 후 첫 경기였다. 달라진 건 없었다. 토트넘은 18위에 머물렀고, 강등권 밖으로 올라가지 못했다.
경기 전까지만 해도 로메로는 누구보다 결연했다. 그는 영국 '스카이 스포츠'를 통해 팬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로메로는 "팬들에게는 감사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다. 상황이 어떻든 팬들은 늘 우리 곁에 있다. 선수도, 감독도 바뀌지만 팬들은 남아 있다"라며 "나는 이 구단과 팬들에게 큰 애정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시즌은 누구에게도 쉽지 않았다. 이런 시기일수록 더 함께해야 한다. 나는 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뭐든 하겠다"라고 강조했다.
현실에 대한 답답함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토트넘은 최소한 경쟁해야 하는 팀이다. 당장 우승을 말하는 게 아니다. 적어도 리그 상위권, 유럽대항전을 두고 싸우는 팀이어야 한다"라며 "지금은 나쁜 현실에서 벗어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남은 두 달을 버텨야 한다"라고 했다.
그 말은 공허하게 끝났다.
토트넘은 경기 내내 무기력했다. 후반 16분 노르디 무키엘레의 슈팅이 미키 판 더 펜을 맞고 굴절되며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불운이었다. 문제는 이후였다. 토트넘은 실점 뒤에도 아무 반응을 보여주지 못했다. 강등권 탈출이 걸린 경기였지만, 절박함조차 보이지 않았다.
더 큰 악재는 후반 20분 찾아왔다. 로메로가 브라이언 브로비를 막아내는 과정에서 골키퍼 안토닌 킨스키와 정면 충돌했다. 브로비가 로메로를 밀어 넣었고, 로메로와 킨스키가 그대로 부딪혔다.
경기는 8분 가까이 멈췄다. 킨스키는 머리에 붕대를 감고 다시 일어섰다. 로메로는 아니었다. 더 이상 뛸 수 없었다. 그는 얼굴을 감싼 채 눈물을 흘리며 벤치로 향했다. 동료들이 다가와 위로했지만, 로메로는 끝내 고개를 들지 못했다.
영국 'BBC'는 "로메로의 눈물이 토트넘 시즌의 상징이 될 수 있다"라고 표현했다. 이어 "토트넘은 이제 '강등되기엔 너무 좋은 팀인가'가 아니라 '잔류하기엔 너무 형편없는 팀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단계"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토트넘은 지난해 12월 28일 크리스털 팰리스전 이후 리그 14경기째 승리가 없다. 남은 경기는 단 6경기. 17위 웨스트햄과는 승점 2점 차다. 숫자만 보면 가깝다. 지금 경기력을 보면 너무 멀다.
BBC는 데 제르비 감독에게도 냉정했다. 브라이턴과 마르세유에서 전술가로 명성을 쌓은 그가, 지금 토트넘에서는 감독이 아니라 심리학자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선수들이 이미 강등 공포에 짓눌려 있다는 의미다.
데 제르비 감독도 인정했다. 그는 경기 뒤 "지금 내 일은 스타일을 가르치는 게 아니다. 공을 가졌을 때, 공이 없을 때를 이야기할 시간이 아니다. 선수들의 정신 상태를 되살려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훈련에서는 선수들이 잘한다. 머리가 깨끗할 때는 자신 있게 뛴다. 경기만 되면 완전히 달라진다. 내가 해야 할 일은 훈련장에서 보여주는 것을 경기에서도 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로메로의 눈물을 두고 논란도 나왔다. 전 잉글랜드 국가대표 골키퍼 벤 포스터는 BBC '매치 오브 더 데이'에서 "로메로는 이 팀에서 몇 안 되는 투지 있는 선수다. 그런 선수가 눈물을 흘리며 나가는 모습은 팀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주장이라면 동료들을 붙잡고 끝까지 싸우자고 해야 한다. 아직 25분이 남아 있었다. 눈물은 잘못된 신호"라고 했다.
토트넘 입장에서는 가혹한 말일 수 있다. 로메로는 끝까지 버티려 했고, 경기 전에도 누구보다 책임감을 드러냈다. "무슨 일이든 하겠다"라고 했던 선수였다. 정작 토트넘은 그를 지켜주지 못했다.
토트넘은 오는 18일 브라이튼을 만난다. 공교롭게도 데 제르비 감독의 친정팀이다. BBC는 "여기서도 달라지지 않는다면, 데 제르비는 프리미어리그가 아니라 챔피언십에서 재건을 시작하게 될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강등권. 눈물. 부상. 그리고 14경기 무승. 토트넘의 시즌을 설명하는 단어는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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