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사구 18개는 사회인야구도 안나온다"...흔들리는 김경문표 믿음의 야구

스포츠

이데일리,

2026년 4월 15일, 오전 11:47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경기가 역전패로 끝난 뒤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 남은 것은 적막감 뿐이었다. 경기장을 빠져나오는 팬들의 반응은 얼음처럼 싸늘했다. 한 팬은 “18 4사구는 사회인 야구에서도 안 나오는 기록”이라며 “티켓값이 아깝다”고 분노했다.

믿는 도끼에 발등이 계속 찍힌다. 한 번도 아니라 계속 반복되는 패턴이다. 위기 속에서 버텨주던 신념은 연패 흐름 앞에서 오히려 독이 되는 모양새다. 한화이글스와 김경문 감독이 쌓아온 ‘믿음의 야구’가 정면으로 시험대에 올랐다.

14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9회초 한화 김서현이 역전을 허용하며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뉴스1
한화이글스 김경문 감독. 사진=뉴스1
한화는 지난 14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삼성라이온즈와 KBO리그 홈 경기에서 5-0으로 앞서던 경기를 5-6으로 뒤집히며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했다.

스코어만 보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승부처럼 보일지 모른다. 그렇지 않다. 두 팀이 무려 25개 4사구를 주고받았다. 승리한 삼성은 이날 무려 4사구를 18개나 얻었다. 구단 역대 최다 4사구 신기록이다. 종전 팀 기록은 1990년 5월5일 잠실 LG전에서 기록한 17개였다.

사실 이긴 삼성도 잘한 건 없다. 4연승을 거두고도 기뻐할 수 없었다. 8안타 18사사구를 얻고도 득점은 6점에 그쳤다. 심지어 그 6점 모두 밀어내기 볼넷과 폭투로 얻은 점수였다. 제대로 된 적시타로 얻은 점수는 없었다. 잔루가 무려 17개나 됐다.

오죽하면 박진만 삼성 감독조차 경기 후 “적시타는 없었지만, 타자들이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발휘해줬다. 불펜진도 잘 막아줬다”고 머쓱한 승리 소감을 짤막하게 남겼을 정도다.

진짜 심각한 쪽은 한화였다. 불펜이 와르르 무너지며 자멸이었다. 9경기 연속 대전한화생명볼파크 관중석을 가득 메운 홈팬들은 눈을 의심했다. 쌓여가는 4사구에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경기 후반에는 아예 일찍 자리를 뜨는 관중들이 늘어났다.

더 뼈아픈 건 반복되는 붕괴의 패턴이다. 이 패배로 한화는 4연패에 빠졌고, 팀 전체가 동요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문제는 단순한 한 경기 참사가 아니다. 팀 핵심 전력들이 동시에 무너지고 있다.

‘300억원 사나이’ 노시환의 부진이 심각하다. 개막 13경기 타율 0.145, 홈런 0개. 중심타선의 축이 사실상 멈춰섰다. 결국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되는 초강수까지 나왔다. 장기계약의 상징이었던 타자가 1군에서 사라졌다. 벌써부터 ‘먹튀’ 소리가 나온다.

주장 채은성도 흔들린다. 잇따른 실책과 집중력 저하로 경기 흐름을 끊고 있다. 실제로 김경문 감독은 최근 경기에서 채은성을 문책성 교체하며 이례적으로 강수를 택했다. ‘끝까지 믿는다’는 원칙이 균열을 보인 장면이다. 이날 경기에서 5번 타자 1루수로 복귀했지만 볼넷 1개만 얻었을 뿐 3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최악은 마무리 김서현이다. 김경문 감독은 김서현에게 8·9회를 맡겼다. 하지만 심각한 제구 난조로 볼넷을 남발하며 경기를 통째로 내줬다. 이날만 7개 사사구를 기록하며 역전패의 원흉이 됐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9점대, 이닝당 출루허용률은 2.83에 달한다. ‘마무리’라는 는 수식어는 의미를 잃었다.

그럼에도 김경문 감독은 교체 카드를 쉽게 꺼내지 않았다. 흔들리는 투수를 끝까지 맡기는 선택은 결과적으로 최악의 결과를 냈다. ‘믿음’이 아니라 ‘방치’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는 경기를 보러 온 팬들에 대한 예의도 아니었다.

물론 김경문 감독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장기 레이스를 치르기 위해선 마무리 김서현을 어떻게 해서든 살려야 한다. 김서현은 지난해 한화가 정규시즌 우승 경쟁을 펼치고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하는 데 일등공신이었다. 지금 흔들린다고 해서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카드다. 김서현이 스스로 위기를 극복하길 바라는 마음이 뚜렷하다.

사실 김경문 감독의 야구는 분명한 성공 경험이 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극도의 부진에 빠졌던 이승엽을 끝까지 기용해 금메달을 이끌어낸 사례가 대표적 장면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경기 후반 보여준 투수 운영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뒤에 황준서라는 수준급 투수가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지금 한화는 투타 모두 흔들리고 있다. 거의 자연재해 수준이다. 팀 평균자책점은 6점대이고 수비 실책도 급증했다. 지난해 팀의 고공행진을 이끈 안정감은 사라졌다. 특히 불펜 평균자책점 8점대라는 수치는 지금 한화의 위기를 여실히 보여주는 수치다.

결국 화살은 지휘관에게 향한다. 김경문 감독의 리더십이 다시 평가받는 국면이다. 믿음은 결과가 좋으면 미덕이 된다. 하지만 결과를 담보하지 못하면 고집이 된다. 믿고 맏기는 것도 좋지만 선수의 컨디션과 데이터도 무시할 수 없다.

한화는 지금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신념을 지킬 것인가, 아니면 현실에 맞게 바꿀 것인가. ‘믿음의 야구’는 여전히 유효한 전략인가. 아니면 시대에 뒤처진 방식인가. 답을 고민하기에는 팀이 너무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지금은 어떤 형태로든 큰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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