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 매킬로이가 지난 13일(한국시간) 열린 제90회 마스터스에서 타이틀 방어에 성공한 뒤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웃고 있다. (사진=AFPBBNews)
매킬로이는 13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끝난 제90회 마스터스에서 정상에 오르며 두 번째 그린재킷을 입었다. 지난해 생애 첫 우승으로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완성한 데 이어, 올해는 정상 자리를 지켜냈다. 이로써 챔피언스 라커의 새 주인은 등장하지 않았다. 같은 선수가 2년 연속 우승해 새로운 이름이 추가되지 않은 것은 타이거 우즈(미국)가 2001년과 2002년 연속 우승을 차지한 이후 24년 만에 있는 일이다. 그만큼 챔피언스 라커에 새 이름이 등장하지 않는 해 자체가 드문 일이다.
마스터스 챔피언스 라커룸은 이 대회가 지닌 전통과 권위를 상징하는 공간이다. 1978년부터 운영된 이 방에는 단 27개의 라커만 있다. 역대 우승자가 이미 수십 명을 넘어섰지만, 라커 숫자는 지금까지 한 번도 늘리지 않았다. 공간이 협소해 새로운 챔피언이 탄생할 때마다 라커를 늘리는 대신, 기존 챔피언들과 함께 사용하는 방식이 이어져 왔다. 이름이 추가된다는 것은 곧 새로운 전설이 탄생했다는 의미다.
마스터스에서 우승자가 된다는 것은 단순히 트로피 하나를 들어 올리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우승자는 평생 이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자격과 함께 또 하나의 특권을 얻는다. 바로 챔피언스 라커를 사용할 권리다.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작은 문 하나가 평생 남는다는 것은, 마스터스의 또 다른 상징으로 여겨진다.
로리 매킬로이가 2025년 마스터스를 제패한 뒤 자신의 챔피언스 라커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사진=로리 매킬로이 인스타그램)
매킬로이는 지난해 첫 우승 이후 처음 이 방을 찾았을 때의 감동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고 했다.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라커 문을 열자 안쪽에는 짧은 메모 한 장이 놓여 있었다. ‘웰컴 투 더 클럽(Welcome to the club)’. 메시지를 남긴 사람은 마스터스 통산 6승의 잭 니클라우스(미국)였다. 매킬로이는 그 순간을 두고 “정말 달콤한 순간이었다”고 표현했다.
챔피언스 라커룸은 단순한 탈의실이 아니다. 이곳은 마스터스의 역사 자체가 모여 있는 장소다. 라커는 보통 두 명 또는 세 명의 챔피언이 함께 사용한다. 전설과 현재의 이름이 나란히 놓이는 이 독특한 전통은 마스터스만의 상징이 됐다.
예를 들어 우즈는 1956년 우승자인 잭 버크 주니어와 같은 라커를 사용해 왔고, 니클라우스 역시 초대 챔피언 호튼 스미스와 이름을 나란히 했다. 매킬로이 또한 전설적인 챔피언 벤 호건, 레이먼드 플로이드와 같은 라커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는 또 하나의 변화도 있었다. 드라이빙 레인지 옆에는 최신 시설을 갖춘 ‘플레이어스 빌딩(Player Services Building)’이 새로 문을 열었다. 그동안 일반 선수들은 클럽하우스 지하에 마련된 선수용 라커룸을 사용해 왔지만, 이제는 이 새로운 건물의 넓고 현대적인 라커룸을 이용한다. 그러나 역대 우승자들만은 여전히 클럽하우스 2층의 오래된 챔피언스 라커룸을 이용한다. 시대가 바뀌고 시설이 달라져도, 챔피언들의 공간만큼은 그대로 남겨둔 셈이다.
올해처럼 ‘새 이름이 추가되지 않는 해’는 더욱 특별한 의미가 있다. 마스터스에서 2연패는 흔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잭 니클라우스(1965·1966년), 닉 팔도(1989·1990년), 우즈(2001·2002년)에 이어 매킬로이까지 단 네 명만 타이틀 방어에 성공했다.
누군가는 내년에도 챔피언스 라커의 문을 여는 꿈을 꿀 것이다. 새 건물의 넓은 라커가 아닌, 여전히 그 오래된 방 한 칸에 자신의 이름을 남기기 위해서다.
2025년 마스터스를 처음 제패한 로리 매킬로이가 우승자만 사용하는 챔피언스 라커에 앉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로리 매킬로이 인스타그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