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SEN=이인환 기자] 참 묘한 밤이었다. 원래라면 적이었어야 할 관중이, 정작 상대 팀을 무너뜨린 손흥민에게 박수를 보냈다.
LAFC는 15일(한국시간) 멕시코 푸에블라 에스타디오 쿠아우테목에서 열린 2026 CONCACAF 챔피언스컵 8강 2차전에서 크루스 아술과 1-1로 비겼다. 1차전 3-0 완승을 앞세운 LAFC는 합산 스코어 4-1로 여유 있게 준결승 티켓을 손에 넣었다.
손흥민은 최전방에서 선발 풀타임을 소화했다. 공격 포인트는 없었지만 끝까지 버텼고, LAFC는 후반 추가시간 상대 핸드볼 반칙으로 얻어낸 페널티킥을 드니 부앙가가 성공시키며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더 인상적인 장면은 경기 후 나왔다. 미국 '인포바'에는 손흥민이 경기장에 모인 멕시코 팬들로부터 환영과 박수를 받았다고 전했다.

이날 경기장은 결코 온순하지 않았다. 실제로 후반전에는 관중석에서 나온 차별적 구호 탓에 경기가 잠시 중단되기까지 했다.
원정팀 입장에선 숨이 막힐 만한 분위기였다. 그런데도 손흥민만큼은 예외였다. 적지의 공기가 그에게만은 이상할 정도로 부드러웠다.
사실 불씨는 이미 한 번 튄 바 있다. 손흥민은 1차전에서 2026년 첫 필드골을 터뜨리며 자신의 11경기 연속 무득점 흐름을 끊었다. 직후 손으로 입가를 재잘대듯 흔드는 이른바 ‘블라블라’ 제스처를 보였다.
현지에서는 이를 두고 “도발인가, 조롱인가”라는 반응이 나왔다. TV 아즈테카는 크루스 아술 팬들 사이에서 불필요한 무례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짚었다.
하지만 2차전이 끝난 뒤 남은 건 앙금이 아니라 존중이었다. 논란은 있었지만, 손흥민을 향한 멕시코 팬들의 감정은 적대보다 호감에 더 가까웠다.
배경은 분명하다. 멕시코 축구팬들에게 손흥민은 여전히 ‘2018 러시아 월드컵의 은인’ 이미지가 강하다. 당시 한국이 독일을 꺾는 데 힘을 보태며 멕시코의 16강행에 결정적 영향을 줬고, 그 기억은 시간이 지나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인포바에는 이 인연을 두고 손흥민이 많은 멕시코 팬들에게 사실상 ‘형제 같은 존재’로 받아들여진다고 설명했다. 적으로 만났지만 낯설지 않은 이유, 바로 그 정서가 이번 푸에블라에서도 다시 확인된 셈이다.
손흥민은 행동으로도 여운을 남겼다. 탈락에 고개 숙인 크루스 아술 주장 에리크 리라에게 먼저 다가갔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리라는 경기 후 “손흥민이 와서 격려의 말을 해줬고, 신이 허락한다면 월드컵에서 보자고 했다”고 밝혔다.
세계적인 스타가 먼저 손을 내민 순간, 패자는 오히려 더 크게 감동했다. 더 흥미로운 건 이 장면이 몇 달 뒤 실제 재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FIFA 일정상 멕시코와 한국은 오는 6월 18일 과달라하라에서 월드컵 조별리그 A조 맞대결을 치른다. 적지에서 박수를 받은 손흥민이, 진짜 본 무대에서도 멕시코 팬들의 마음을 다시 흔들 수 있을지 시선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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