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서 울린 ‘위송빠레’…7분 뛴 박지성, 추억은 풀타임이었다

스포츠

이데일리,

2026년 4월 19일, 오후 09:19

[수원=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한국 축구가 낳은 ‘레전드’ 박지성이 다시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그가 주장 완장을 차고 잔디 위로 올라서자 관중석에서는 엄청난 환호와 함께 응원가 ‘위송빠레’가 터져나왔다. 짧은 7분의 시간이었지만 모두가 추억 속으로 빠졌다.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했던 시절 멤버들로 구성된 OGFC(더오리지널FC)가 1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삼성과 레전드 매치를 치렀다. 결과는 전반 초반에 터진 산토스의 결승골을 끝까지 지킨 수원삼성의 1-0 승리로 끝났다.

주장 완장 차고 드리블하는 박지성. 사진=연합뉴스
드리블하는 박지성. 사진=연합뉴스
비록 은퇴한지 10년도 훨씬 넘은 선수들이 대부분이고 선수 시절보다 몸이 훨씬 불어난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승부욕을 불태웠고 현역 선수들처럼 최선을 다해 그라운드를 누볐다. 이벤트 경기라는 수식어가 무색하게, 승부는 끝까지 팽팽했다.

OGFC는 이름값만으로도 컴퓨터 게임에서나 가능한 멤버들로 구성됐다. 무릎이 안좋은 박지성은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지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황금기를 이끈 라이언 긱스, 리오 퍼디난드, 네마냐 비디치, 파트리스 에브라, 에드윈 판 데 사르 등이 선발로 출전했다. 심지어 감독은 ‘올드 트래퍼드의 왕’으로 불렸던 에릭 칸토나였다. 맨유 전성기 시절 수석코치였던 마이클 펠란이 칸토나를보좌했다.

수원삼성 레전드 역시 만만치 않았다. 이운재, 곽희주, 송종국, 김두현, 염기훈, 고종수 등 전성기를 함께한 이름들이 총출동했다. 경기 전부터 레전드들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중석은 요동쳤다. 특히 수원삼성 서포터스들은 경기 시작 전부터 뜨거운 응원전을 펼치면서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다.

골은 딱 한 골이 터졌다. 전반 8분 데니스가 찔러준 스루패스를 산토스가 잡아 왼발로 마무리했다. OGFC 골문을 지키던 판 데 사르가 손쓸 틈이 없었다. 이 득점은 이날 결승골이 됐다.

경기는 90분 내내 치열했다. ‘친선’ 아니라 ‘실전’에 가까웠다. 슬라이딩 태클과 거친 몸싸움이 이어졌다. 심지어 판정에 대한 항의가 이어졌고 옐로카드도 나왔다. 긱스의 골은 오프사이드로 취소됐고, 비디치의 슈팅은 이운재의 선방에 막혔다. 비록 스피드나 운동능력은 예전같지 않지만 순간순간 보여지는 클래스는 여전했다.

하이라이트는 역시 박지성이었다. 박지성은 후반 38분 교체 투입됐다. 주장 완장을 차고 그라운드에 들어서자 경기장을 가득 메운 3만8000여 팬들은 일제히 엄청난 함성을 쏟아냈다.

박지성은 투입 직후 측면 돌파와 크로스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수원삼성 레전드들도 박지성을 봐주지 않았다. 2002 한일월드컵을 함께 누볐던 송종국과 공을 두고 벌인 치열한 몸싸움은 이날 경기의 백미였다. 후반 막판에는 수원삼성 이병근이 백태클을 해 박지성이 쓰러지는 아찔한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그 순간 관중석에선 엄청난 야유가 쏟아지기도 했다.

박지성의 출전 시간은 10분도 채 되지 않았다. 하지만 박지성이 직접 뛰는 모습을 본 관중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팬들을 위해 잠깐이라도 뛰겠다며 무릎 시술까지 받았던 박지성의 투혼이 경기 이상의 의미를 남겼다.

OGFC는 경기 막판 총공세를 펼쳤지만 끝내 골문을 열지 못했다. 베르바토프와 하파엘의 결정적 기회가 무산되며 균형은 깨지지 않았다. 결국 승자는 수원삼성이었다. 결과보다 중요한 건 레전드들의 열정과 되살아난 추억이었다. 전설들은 다시 뛰었고, 팬들은 다시 열광했다.

맨유 출신 전설들로 구성된 OGFC 맨유 레전드들이 축구 콘텐츠·이벤트 제작사 ‘슛포러브’와 함께 꾸린 이벤트 팀이다. 수원삼성과 경기가 첫 공식 일정이다. 맨유 전성기 시절 기록한 최고 승률 ‘73%’를 넘지 못하면 팀을 해체하겠다는 흥미로운 조건을 내걸었다. 향후 전세계를 돌면서 이벤트 매치를 치를 예정이다.

팬들에게 박수 보내는 박지성.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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