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자랑, 100세에 꿈을 이뤘다" 오타니가 먼저 악수를 청하다니, 로버츠는 무릎까지 꿇었다…원폭 생존자 향한 예우

스포츠

OSEN,

2026년 4월 20일, 오전 01:28

콜로라도 스가노 도모유키(왼쪽)가 원자폭탄 생존자인 100세 나카모토 모모요 켈리 씨와 만나 기념 사진을 찍었다. /콜로라도 로키스 SNS

[OSEN=이상학 객원기자] 훈련을 마친 오타니 쇼헤이가 한걸음에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데이브 로버츠 LA 다저스 감독은 한쪽 무릎을 꿇었다. 특별한 손님의 야구장 방문에 일본 출신 사람들이 모두 예우를 갖췄다. 

지난 1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쿠어스필드. 경기 전 다저스 전담 방송사 ‘스포츠넷LA’ 캐스터 스티븐 넬슨이 훈련을 마친 오타니에게 덕아웃 근처에 있는 휠체어를 탄 여성에 대해 말했다. 100세의 나카모토 모모요 켈리 씨로 지난 1945년 8월9일 세계 제2차 대전 당시 일본 나가사키 원자폭탄 투하 피해 생존자였다. 

평소 훈련을 마친 뒤 팬들의 사인 요청을 뒤로하고 클럽하우스로 곧장 들어가는 오타니이지만 이날은 달랐다. 넬슨으로부터 그 이야기를 들은 오타니가 즉시 켈리 씨에게 다가갔다. 훈련 직후 흐르는 땀을 닦으며 공에 사인을 했고, 환한 미소로 먼저 악수를 청하며 손을 잡았다. 일본 오키나와 태생인 로버츠 감독도 한쪽 무릎 꿇고 눈높이를 맞춰 켈리 씨와 이야기했다. 다저스의 또 다른 일본인 투수 사사키 로키, 콜로라도 로키스의 일본인 투수 스가노 도모유키도 켈리 씨와 만났다. 

‘MLB.com’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켈리 씨는 나가사키 원자폭탄 투하 때 살아남은 뒤 1950년대초 미군 공군 기지에서 만난 남편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했다. 현재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 거주 중인 켈리 씨는 콜로라도에 사는 딸, 손주들과 함께 쿠어스필드를 찾았다. 뉴욕 양키스 간판 타자였던 조 디마지오의 선수 생활 말년에 야구를 처음 보고 야구를 좋아하게 된 할머니를 위해 손자 패트릭 파우스트 씨가 오타니를 비롯해 일본인 선수들과 만남을 성사시켰다. 

파우스트 씨는 “100세라는 숫자 자체가 정말 대단하다. 원자폭탄 생존자 중 아직도 살아계신 분이 많지 않을 것이다. 할머니는 끔찍하지만 큰 경험을 하셨다. 그래서 우리는 특별한 일을 해드리고 싶었다. 할머니는 다저스와 콜로라도 경기를 모두 본다. 최근 몇 년간 일본 선수들이 많이 뛰면서 할머니가 야구에 정말 푹 빠져있다”고 말했다. 

켈리 씨는 콜로라도 전담 방송사 ‘로키스TV’와 인터뷰에서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이다. 좋아하는 선수들을 만났으니 꿈을 이뤘다”며 “이 선수들의 경기를 절대 놓치지 않고 본다. 딸에게 매일 TV로 경기를 틀어달라고 한다. 이렇게 경기장에 직접 온 건 처음인데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며 감격했다.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가 원자폭탄 생존자인 100세 나카모토 모모요 켈리 씨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디애슬레틱 기사 캡처

로버츠 감독은 “그녀를 만나게 돼 정말 기뻤다.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하됐을 때 그녀는 19세였다. 살아남아서 자신의 이야기를 전할 수 있게 된 것은 기적이나 다름없다. 그녀를 보는 것만으로도 역사의 한 조각을 마주하는 것이다”고 큰 의미를 부여했다. 

일본의 피가 흐르는 다저스 캐스터 넬슨은 눈물까지 흘리며 말을 쉽게 잇지 못했다. 그는 “마음이 겸허해진다. 일본계 4세로서 난 수많은 조상들의 어깨 위에 서있다. 그녀가 그 일을 견뎌내고, 자신과 미래 세대를 위해 더 나은 삶을 꾸리려고 이곳에 온 것을 우리는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다”며 “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미래 세대의 사람들이 잊지 않도록 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마음을 더 잘 표현할 말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진심을 이야기했다. 

오타니를 두고 “일본의 자랑”이라고 치켜세운 켈리 씨는 다저스뿐만 아니라 콜로라도 경기도 빼놓지 않고 본다. 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던질 때부터 지켜보며 응원한 투수 스가노가 있기 때문이다. 켈리 씨는 “만나 보니 아주 멋진 사람이었다”며 좋아했다. 스가노도 “이런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 그녀를 만날 수 있어 정말 기쁘다. 야구 보는 것을 정말 좋아하고, 내가 뛰었던 팀의 팬이었다고 말해줬다”고 전했다. /waw@osen.co.kr

LA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오른쪽)이 원자폭탄 생존자인 100세 나카모토 모모요 켈리 씨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MLB.com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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