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를 울린 동화의 끝..."영혼도, 투지도 없다" 팬들 분노 폭발→3부 강등 위기 '직면'

스포츠

OSEN,

2026년 4월 22일, 오전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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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정승우 기자] 10년 전, 레스터 시티는 축구가 왜 사람들을 울리고, 또 꿈꾸게 만드는지 보여준 팀이었다.

누구도 믿지 않았다. 프리미어리그 우승 확률 5000대 1. 이름값도, 돈도, 스타도 없던 팀이었다. 그럼에도 레스터는 기적을 만들었다. 제이미 바디가 질주했고, 리야드 마레즈가 춤췄고, 은골로 캉테는 경기장을 혼자 뛰어다녔다. 전 세계 축구 팬들은 작은 팀의 거대한 반란에 열광했다.

그렇게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감독의 여우 군단은 동화를 썼다.

10년이 지난 지금, 그 동화는 잔혹동화가 되어가고 있다.

영국 'BBC'는 21일(한국시간) "레스터가 이르면 22일 리그1 강등을 확정할 수 있다"고 전했다. 프리미어리그 우승팀이 불과 10년 만에 잉글랜드 3부 리그 문턱까지 밀려난 것이다.

상황은 절망적이다. 레스터는 현재 강등권 탈출 마지노선과 승점 8점 차다. 남은 경기는 3경기뿐이다. 이론적으로 얻을 수 있는 승점은 9점. 이미 벼랑 끝이다.

지난 19일 포츠머스 원정 패배가 치명적이었다. 강등 경쟁 상대에게 무릎을 꿇으면서 레스터는 스스로 마지막 희망마저 걷어찼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이제 살아남기 위해선 기적이 필요하다. 레스터는 잠시후 열리는 경기에서 헐 시티를 반드시 꺾어야 한다. 그와 동시에 웨스트브로미치가 승리하지 않아야 하고, 하루 뒤 블랙번도 미끄러져야 한다. 찰턴마저 비겨야 한다. 이 모든 조건이 맞아떨어져도, 25일 밀월전에서 이기지 못하면 끝이다.

레스터가 할 수 있는 것은 승리가 아니라 기도에 가까워졌다.

더 암울한 것은 흐름이다. 레스터는 최근 3개월 동안 단 1승에 그쳤다. 남은 세 경기를 모두 잡아도 남의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팀이 됐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레스터는 또 다른 트로피를 들고 있었다. 2021년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우승. 우승 신화는 아직 끝나지 않은 듯했다.

현실은 정반대였다.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강등된 데 이어, 이번 시즌 챔피언십에서도 추락 직전이다. 두 시즌 연속 강등. 최근 4시즌 동안 세 번째 강등 위기다.

팬들은 더 이상 참지 못했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포츠머스전이 끝난 뒤 원정석에서는 "너희는 이 유니폼을 입을 자격이 없다"는 노래가 울려 퍼졌다. 일부 팬들은 구단주 아이야왓 시왓타나쁘라파의 퇴진과 존 러드킨 디렉터 경질을 요구했다.

선수와 팬이 충돌하는 장면까지 나왔다. 토트넘 홋스퍼 출신으로 손흥민과 함께 뛰었던 해리 윙크스는 경기 후 버스로 향하던 과정에서 팬들과 말다툼을 벌였고, 욕설까지 내뱉은 것으로 전해졌다.

분노는 선수단 전체를 향하고 있다. BBC와 인터뷰한 한 팬은 "저 선수들이 누구인지 모르겠다. 절박함도 없고, 영혼도 없다. 창의성도, 투지도 보이지 않는다"며 "몇백 킬로미터를 달려와 이런 경기를 보는 건 너무 비참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팬은 "평생 봐온 레스터 중 가장 형편없는 팀"이라고 했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그럼에도 선수단 안에는 아직 희미한 희망을 말하는 목소리가 남아 있다. 베테랑 골키퍼 아스미르 베고비치는 "팬들의 분노를 이해한다. 우리도 똑같이 괴롭고 답답하다. 헐 시티전을 이기면 아직 가능성은 있다. 운이 따라야 하겠지만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지금의 레스터를 보면, 그 말조차 너무 늦어버린 메아리로 들린다.

10년 전 전 세계를 울렸던 레스터의 동화는 이제 끝을 향하고 있다. 모두를 감동시켰던 여우 군단의 이야기는, 가장 잔인한 방식으로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있다. /reccos23@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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