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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정승우 기자] 레스터 시티가 영국 축구 3부 리그(리그1)로 강등됐다.
2015-2016시즌. 아무도 믿지 않았던 팀이 축구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동화를 썼다. 5000대 1의 확률을 뒤집고 프리미어리그 정상에 오른 '여우 군단'이었다. 불과 1년 뒤에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에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맞붙었다. 또 2021년에는 FA컵 우승까지 차지했다.
그 팀이 이제 리그1, 잉글랜드 3부 리그로 추락했다.
레스터는 22일(한국시간) 헐 시티와 2-2로 비기며 챔피언십 강등이 확정됐다. 다음 시즌에는 134년 역사 중 132년을 비리그에서 보낸 브롬리와 같은 리그에서 뛰게 된다. BBC는 "레스터의 추락은 단순한 부진이 아니라, 통제 불가능한 자유낙하"라고 표현했다.
추락은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레스터는 2022년 프리미어리그 8위, 유럽축구연맹(UEFA) 컨퍼런스리그 4강에 올랐다. 당시 브렌던 로저스 감독은 구단에 "기대치를 바꿔야 한다"고 경고했다. 구단주 비차이 시왓타나쁘라파가 운영하던 면세점 기업 '킹파워'는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입었다. 항공 여행이 멈추면서 구단 재정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레스터는 투자 대신 버티기를 택했다. 결과는 후퇴였다.
제이미 바디, 제임스 매디슨, 유리 틸레만스 같은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있었지만, 선수단 보강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로저스 감독은 2023년 4월 강등권에 떨어진 채 경질됐다. 뒤이어 딘 스미스가 부임했지만 강등을 막지 못했다.
더 큰 문제는 그 이후였다. 레스터는 최근 3년 동안 감독만 7명을 바꿨다.
딘 스미스, 엔초 마레스카, 스티브 쿠퍼, 뤼트 판 니스텔로이, 마르티 시푸엔테스, 게리 로웨트까지. 스타일도, 방향도, 철학도 달랐다. 'BBC'는 22일(이하 한국시간) "레스터는 정체성 없이 감독만 바꾸며 흔들렸다"라고 지적했다.
그나마 마레스카 감독이 2024년 챔피언십 우승과 함께 승격을 이끌었다. 오래가지 못했다. 후임 스티브 쿠퍼는 실패했고, 판 니스텔로이는 27경기에서 단 5승만 거뒀다. 시푸엔테스 감독은 플레이오프권과 승점 6점 차인 14위에 팀을 올려놨지만 1월 경질됐다. BBC는 "시간이 갈수록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이라고 했다.
결국 레스터는 강등 경쟁팀 옥스퍼드에서 경질됐던 게리 로웨트를 데려왔다. 상황은 더 나빠졌다. 2월에는 재정 규정 위반으로 승점 6점 삭감 징계까지 받았다. 내부에서는 "우리는 괜찮을 것"이라는 안일한 분위기가 퍼져 있었다고 한다. BBC는 이 문화가 2023년 프리미어리그 강등 때부터 반복됐다고 전했다.
선수단과 팬의 관계도 무너졌다. 포츠머스전 패배 뒤, 해리 윙크스는 팀 버스로 향하는 과정에서 팬들과 언쟁을 벌였다. 헐 시티전에서는 후반 교체 투입될 때 홈 팬들의 야유를 받았다.
레스터의 몰락을 이야기할 때, 비차이 구단주의 죽음을 빼놓을 수 없다.
비차이는 2010년 약 3900만 파운드에 레스터를 인수했다. 구단 빚을 정리했고, 4년 만에 프리미어리그 승격을 이뤄냈다. 2015-2016시즌 우승은 그의 작품이었다.
이후 2018년, 웨스트햄전 직후 경기장 밖에서 헬리콥터 추락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당시 우승 멤버였던 로베르트 후트는 BBC를 통해 "비차이는 뭐든 해내는 사람이었다. 그가 구단에 끼친 영향은 절대 과소평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후 아들 아이야왓 시왓타나쁘라파, 이른바 '톱'이 구단과 킹파워를 물려받았다. 문제는 그가 너무 어린 나이에 모든 걸 떠안았다는 점이다.
후트는 "톱은 당시 33살이었다. 아버지를 갑자기 잃었고, 동시에 거대한 기업과 축구단을 책임져야 했다. 사람들은 쉽게 비판한다. 하지만 그는 하루아침에 모든 걸 떠안았다"라고 말했다.
구단 내부에서는 책임 전가 문화와 결정권자의 지나친 권한 집중도 문제로 지적된다. 특히 존 러드킨 디렉터에게 권한이 과도하게 집중돼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레스터 팬들은 이미 그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팬들의 절망은 더 직접적이다.
레스터 팬 모임 대표 린 와이어트는 BBC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매년 우승을 기대한 적은 없다. 그저 유럽 대항전권을 자주 노릴 수 있는 팀이 되길 바랐다"며 "문제는 추락이 너무 갑작스럽고, 너무 처참하다는 점이다. 브렌던 로저스 이후 모든 것이 통제 불능 상태로 망가졌다"고 말했다.
재정 상황도 암울하다. 레스터는 최근 두 시즌 연속 수익보다 많은 연봉을 지급했다. 2024-2025시즌 손실액만 7110만 파운드(약 1300억 원)에 달한다. 지난달에는 호주 투자은행 맥쿼리로부터 미래 중계권 수입과 이적료를 담보로 추가 대출까지 받았다.
문제는 이제 3부 리그다. 리그1은 TV 중계권 수입이 훨씬 적다. 다음 시즌부터는 추가 수입의 60% 이상을 선수단에 쓸 수도 없다. 패트슨 다카, 히카르두 페레이라, 해리 윙크스 등 고액 연봉자들은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다. 올리버 스킵, 야니크 베스테르고르처럼 장기 계약이 남은 선수들은 처분도 쉽지 않다.
10년 전, 전 세계를 감동시켰던 동화, 레스터의 동화는 끝났다. 남은 것은 무너진 구단, 떠난 영웅들, 그리고 3부 리그로 향하는 가장 잔혹한 결말뿐이다. /reccos23@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