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N 유경민 기자) 빠른 공이 전부는 아니다. 때로는 남들과 다른 리듬, 그리고 쉽게 꺾이지 않는 시간이 한 선수의 가치를 증명한다. 수많은 경쟁 속에서 잊혀졌던 이름, 배동현은 그렇게 다시 마운드 위로 돌아왔다.
배동현은 한일장신대를 졸업한 뒤 2021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한화 이글스에 2차 5라운드 전체 42순위로 입단했다. 데뷔 첫 해 20경기(38이닝)에 등판해 1승 3패, 34피안타(3피홈런), 26탈삼진, 평균자책점 4.50을 기록했으나, ‘투수 왕국’ 한화의 치열한 경쟁 속에 이후 1군 무대를 밟지 못했다.
전역 후 2024 퓨처스리그에서는 29경기에서 5승 7홀드, 평균자책점 0.30, 피안타율 0.121이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거뒀지만, 끝내 1군 기회를 얻지 못했다.
이후 2025 KBO 2차 드래프트를 통해 한화를 떠나 키움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었다. 시범경기에서는 평균자책점 6.75로 다소 부진했지만, 정규 시즌에서 5경기(2선발)에 등판해 3승 무패, 평균자책점 2.61로 반등에 성공하며 호투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KT 위즈 칼렙 보쉴리, KIA 아담 올러 등 정상급 외국인 투수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2026시즌 다승 부문 최정상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배동현은 독특한 디셉션으로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 피칭이 강점이다. 드롭 앤 드라이브 투구폼을 바탕으로 한 익스텐션과 무브먼트 역시 뛰어나다. 또한 체인지업, 커브, 커터성 슬라이더의 등 변화구의 제구와 완성도도 안정적인 편다.
과거에는 시속 130km대에 머물던 직구 구속이 약점으로 지적됐으나, 히어로즈 이적 이후 140km/h 후반대까지 끌어올리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다만 상승한 구위를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향후 과제로 꼽힌다.
한편, 배동현은 2019년 세상을 떠난 한화 우완 투수 김성훈의 고교 동기이자 절친한 친구로 알려졌다. 현재 그가 달고 있는 등번호 61번 역시 친구의 배번을 이어받은 것으로 전해지며 팬들의 응원을 받고 있다. 그는 한화 데뷔 첫 날 인터뷰를 통해 "뜻 깊은 번호다. 절대 번호는 안 바꿀거다"라고 밝히며 남다른 의미를 전한 바 있다.
남들이 외면했던 시간 속에서도 그는 자신의 공을 놓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 그 공은 다시 누군가의 타이밍을 무너뜨리고 있다. 변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등번호처럼, 배동현의 야구 역시 쉽게 바뀌지 않았다. 다만, 그 시간이 조금 더 단단해졌을 뿐이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