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SEN=고성환 기자] '한국 축구의 캡틴' 손흥민(34, LAFC)이 이례적인 결정을 내리게 됐다. 그가 '라스트 댄스'가 될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준비에 온 힘을 쏟도록 광고 촬영까지 취소됐다.
'게토레이' 코리아는 22일 소셜 미디어를 통해 "스포츠의 역사는 땀으로 만들어져 왔다. 그래서 축구의 새로운 역사를 위해 손흥민 선수와 신규 광고 촬영을 포기했다. 대신 작년 광고를 다시 사용하여 손흥민 선수가 촬영장이 아닌 훈련장에서 땀 흘릴 수 있도록 돕겠다. 우리의 갈증이 한없이 커져갈 때 그 어떤 광고보다도 강렬한 드라마로 모두의 기대를 넘어설 땀의 힘을 믿는다"라고 발표했다.
미국과 멕시코, 캐나다 3개국에서 열리는 2026 북중미 월드컵이 이제 약 50여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 중요한 시기 손흥민이 대회 준비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돕는 게토레이 측의 특별한 배려다.
손흥민 역시 "이번 여름이 저에게, 축구선수로서 얼마나 중요한 무대가 될지 몸과 마음으로 느끼고 있다. 그만큼 이번 여름을 위해 피지컬을 포함해 멘탈적으로도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있다. 지금까지 준비해온 시간과 노력, 그리고 흘린 땀을 믿고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께 기쁨과 행복한 기억을 선물해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통산 4번째 월드컵 무대를 준비 중인 손흥민이다. 그는 2010년 12월 시리아와 평가전을 통해 A매치에 데뷔전을 치른 뒤 꾸준히 태극마크를 달고 한국 축구의 공격을 이끌어 왔다.
손흥민은 2014 브라질 월드컵을 시작으로 2018 러시아 월드컵, 2022 카타르 월드컵까지 한 번도 놓치지 않고, 월드컵 본선 무대를 누볐다. 브라질과 러시아에서는 아쉽게 조별리그 탈락하며 슬픔의 눈물을 흘렸으나 카타르에선 포르투갈전 황희찬의 극장 역전골을 도우며 기쁨의 눈물을 쏟았다. 특히 그는 안면 골절로 보호 마스크를 쓰고 뛰는 투혼을 펼쳤기에 더욱 뜻깊었다.
이번 북중미 대회가 손흥민의 마지막 월드컵이 될 가능성이 크다. 1992년생인 그가 4년 뒤 스페인과 포르투갈, 모로코가 공동 개최하는 다음 월드컵에도 출전하긴 쉽지 않다. 베테랑이자 정신적 지주로서 동행할 수는 있겠지만, 최고의 경기력을 기대하긴 어렵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손흥민도 지난해 여름부터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에서 뛰면서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LAFC로 이적한 그는 작년 8월 토트넘을 떠난다고 발표하며 "내년 북중미 월드컵이 가장 중요하다. 마지막이 될 수 있기에 모든 것을 쏟아 부을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또 행복하게 축구할 수 있는 곳인지도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손흥민은 북중미 월드컵에서도 홍명보호의 핵심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그는 홍명보 감독 부임 이후 대표팀에서 최다 공격 포인트(6골 4도움)를 책임지고 있으며 측면에서든 중앙에서든 가장 날카로운 공격수가 될 수 있다. 경기 영향력은 전성기 시절과 비교하면 조금 떨어졌을지 몰라도 대표팀에선 빼놓을 수 없는 선수다.
홍명보 감독도 꾸준히 손흥민에 대한 신뢰를 드러내고 있다. 그는 지난 3월 대표팀 명단 발표 기자회견에서도 손흥민과 이재성에 대해 "둘 다 대표팀에서 중요한 선수다. 가장 많은 경험을 갖고 있고,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없어선 안 될 선수들이다. 물론 손흥민이 득점하지 못하고 있지만, 그 선수의 역할이 또 있기 때문에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손흥민은 한국 축구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15년 넘게 대표팀에 헌신 중인 그는 A매치 142경기에 출전해 54골 23도움을 기록 중이다. 차범근(136경기)과 홍명보(136경기)를 제치고 역대 A매치 최다 출전 단독 1위를 달리고 있으며 득점 부문에서도 차범근의 56골을 단 2골 차로 바짝 쫓고 있다.
요즘 손흥민의 득점포가 잠잠하긴 하지만, 두 골 정도면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열린 평가전이나 조별리그 단계에서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는 격차다. 그가 북중미 월드컵 무대에서 차범근의 역대 최다골 대기록을 경신하고 출전 부문과 득점 부문 모두 한국 축구 역대 1위에 오르는 역사적인 순간이 탄생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조 편성도 손흥민의 라스트 댄스 기대감을 더하고 있다. 한국은 개최국 멕시코와 유럽 플레이오프 패스 D를 뚫고 올라온 체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함께 A조에 배정됐다.
절대 강자도 절대 약자도 없는 비슷한 전력끼리의 팀들이 묶인 만큼 어떤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 한국이 조 1위로 32강 토너먼트에 오를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은 이유다. 손흥민은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멕시코의 골망을 흔든 기억이 있기도 하다.
한국의 첫 상대는 체코다. 홍명보호는 6월 12일 멕시코 과달라하라의 에스타디오 아크론에서 체코와 1차전을 치른 뒤 18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조별리그 2차전에서 멕시코와 맞붙는다. 그리고 25일 몬테레이의 BBVA 스타디움에서 남아공과 최종전을 소화한다.
12년 전 브라질에서와 달리 홍명보 감독과 함께 '해피 엔딩'을 맞이하길 꿈꾸고 있는 손흥민의 꿈이 이뤄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이번 대회는 사상 최초로 48개국이 참가하기에 조 3위만 차지해도 토너먼트 진출 가능성이 열려 있다. 남은 50일 동안 구슬땀을 흘릴 손흥민의 라스트 댄스는 과연 어떤 이야기로 막을 내리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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