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행복해" 한화처럼 잔인하게 감독 잘랐다, 승리한 날 밤에 경질이라니…보스턴 '무더기 해고' 사건의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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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2026년 4월 28일, 오전 12:08

[사진] 보스턴 알렉스 코라 전 감독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보스턴 알렉스 코라 전 감독(가운데)이 함께 해고된 코치들과 함께 비행기를 타기 전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알렉스 코라 SNS

[OSEN=이상학 객원기자] 3년 전 봄에 KBO리그 한화 이글스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을 전격 경질했다. 2023년 5월11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대전 홈경기를 4-0으로 승리한 뒤 구단 수뇌부가 감독실을 찾아가 수베로 감독에게 경질 통보를 했다. 밤 9시가 넘어 이뤄진 충격 조치. 인천으로 원정 이동을 앞둔 선수단도 갑작스러운 수베로 감독 작별 인사에 혼란스러워했다. 경질 당시 6경기 5승1패로 상승세를 탔지만 4월말 6연패를 당하며 꼴찌로 추락할 때부터 구단에선 감독 교체를 준비했고, 그룹의 최종 재가를 받는 절차를 거치면서 경질 타이밍이 애매했다. 수베로 감독과 함께 호세 로사도 투수코치, 대럴 케네디 작전·주루코치도 같이 짐을 쌌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일어났다. 어쩌면 더 잔인하다. 보스턴 레드삭스는 지난 26일(이하 한국시간) 볼티모어 오리올스전을 17-1 대승으로 장식한 후 알렉스 코라 감독을 비롯해 라몬 바스케스 벤치코치, 피트 팻시 타격코치, 딜런 로슨 보조 타격코치, 조 크로닌 타격전략코치, 카일 허드슨 3루 코치 등 6명의 코칭스태프를 무더기 경질했다. 제이슨 배리택 게임 플래닝코치는 구단 내 다른 보직으로 옮긴다. 2018년 보스턴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었고, 내년까지 계약 기간이 남은 코라 감독을 가차없이 잘랐다. 

보스턴 지역 매체 ‘매스라이브’가 그날 밤의 상황을 생생하게 전했다. 이날 볼티모어 원정 경기는 낮에 치러졌고, 타선이 모처럼 폭발하며 4연패를 끊었다. 경기 후 코치들과 저녁 식사를 잡은 코라 감독이 호텔에 도착했을 때 경질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날 오전 감독 경질을 결정한 구단주 존 헨리, 사장 겸 CEO 샘 캐네디, 야구운영책임자(CBO) 크레이그 브레슬로가 코라 감독과 코치들에게 경질을 통보한 뒤 밤 8시5분경 식사를 위해 호텔을 떠났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호텔 로비에 모인 보스턴 선수들도 당혹스러워했다. 마르셀로 마이어, 로만 앤서니, 요시다 마사타카 등 외부에서 저녁 식사한 선수들이 호텔에 돌아왔을 때 코라 감독과 경질된 코치들이 짐을 싸고 로비에 나왔다. 보스턴 구단은 이들을 공항으로 데려다줄 셔틀벤을 준비했다. 

코라 감독은 해고된 코치들과 함께 호텔에서 술을 마시며 석별의 정을 나눴다. 밤 9시경 셔틀벤에 올라 공항으로 이동하며 보스턴과 인연을 마무리했다. 보스턴에서 8시즌 통산 1162경기 621승541패(승률 .534)를 기록했다. 2018년 부임 첫 해 팀을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끌며 포스트시즌 진출에 3차례 진출했지만 올해는 경질 전까지 10승17패(승률 10승17패 승률 .370)로 아메리칸리그(AL) 동부지구 꼴찌에 그치고 있었다. 지난 22~24일 뉴욕 양키스와의 라이벌전에서 3연패 스윕을 당한 게 결정타였다. 

[사진] 보스턴 알렉스 코라 감독(가운데)이 심판 판정에 어필하는 트레버 스토리를 말리고 있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7일 볼티모어전을 앞두고 보스턴 수뇌부가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브레슬로 CBO는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는 모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우리는 새로운 방향, 새로운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믿었다. 우리 앞에는 135경기가 더 남아있고,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였다”고 밝혔다. 

케네디 사장은 “브레슬로가 구단 운영진을 이끌고 있고, 그는 여러 차례 과감한 결정과 제안을 해왔다. 이번 결정도 그 중 하나였고, 우리는 이를 전적으로 지지한다”며 단장 역할을 하고 있는 브레슬로의 건의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브레슬로는 “궁극적으로 성적에 대한 책임은 야구 운영진의 리더인 내게 있다. 해결책을 찾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 구단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야 할 책임이 내게 있다. 현재로선 이런 변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했다”고 이야기했다. 

현지 언론에선 단장과 감독의 파워게임으로 보는 시각이 짙다. 좌완 투수 출신으로 2023년 10월 보스턴 운영 책임자가 된 브레슬로가 입지가 탄탄하던 코라 감독과 미묘한 경쟁 관계에 있었다는 것이다. 브레슬로는 “코라와의 관계를 권력 다툼으로 규정하는 것은 부당하다. 파트너십이었다”며 갈등을 부정했지만 코라 감독은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남겼다. 경질 소식이 알려진 뒤 연락을 취한 기자들에게 “난 행복하다”는 문자를 보낸 그는 자신의 SNS에도 “Happy!”라는 글과 미소 이모티콘을 올리며 홀가분한 심경을 내비쳤다. 보스턴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기 전 해고된 코치들과 함께 활짝 웃으며 찍은 사진도 올렸다. 

[사진] 보스턴 크레이그 브레슬러 CBO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선수단의 충격도 크다. 베테랑 유격수 트레버 스토리는 “구단의 진정한 방향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세계 최고의 코치들이었고, 코라 감독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매일 선수들의 편이 되어줬다. 우리에게 매우 솔직했고, 선수들을 위해 비난을 감수하기도 했다. 감독으로서 바랄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줬다. 코라 감독 밑에서 뛴 게 얼마나 감사한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그를 존경한다”며 안타까워했다. 

에이스 투수 개럿 크로셰도 “선수들이 형편없는 경기를 했고, 코칭스태프들이 우리 잘못에 대한 대가를 치른 것 같다. 많은 선수들이 스스로를 되돌아봤다”고 말했다. 외야수 로만 앤서니도 앤서니 로만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결국 선수들에게 책임이 있다. 선수로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을 감독이나 코치가 대신 나가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선수들의 잘못이라고 자책했다. 

코라 감독을 내보낸 보스턴은 트리플A 우스터를 이끌던 채드 트레이시를 감독대행으로 승격시켰다. 감독 교체 첫 날이었던 27일 볼티모어전에서 5-3으로 승리하며 2연승에 성공했다. 6⅔이닝 2실점으로 승리를 이끈 선발투수 코넬리 얼리는 “지난 24시간 동안 모두에게 충격적인 일들이 있었다. 정신없이 지나갔지만 경기 전부터 선수들이 서로 응원하자고 했다. 훌륭한 야구를 했고, 코라 감독이 원했을 법한 방식으로 경기했다”고 말했다. /waw@osen.co.kr

[사진] 보스턴 채드 트레이시 감독대행이 첫 경기 승리 후 악수를 나누고 있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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