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손흥민(34, LAFC)이 또 해냈다. 그런데 정작 LAFC의 방향은 손흥민을 더 살리는 쪽이 아니라, 손흥민을 더 희생시키는 쪽으로 가고 있다.
LAFC는 지난달 30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BMO 스타디움에서 열린 톨루카와 2026 북중미카리브축구연맹(CONCACAF) 챔피언스컵 준결승 1차전에서 2-1로 승리했다. 결승 진출을 향한 유리한 고지를 점한 값진 승리였다.
주인공은 단연 손흥민이었다. 후반 6분 세르지 팔렌시아의 크로스가 박스 안으로 향했고, 손흥민이 침착한 원터치 패스로 티미 틸먼에게 연결했다. 틸먼은 강력한 슈팅으로 톨루카 골망을 흔들었다.
끝도 손흥민이었다. 1-1로 끝나는 듯했던 후반 추가시간, LAFC가 왼쪽 측면에서 프리킥을 얻었다. 키커로 나선 손흥민은 문전으로 날카로운 공을 배달했고, 은코시 타파리가 정확한 헤더로 마무리했다. 손흥민의 두 번째 도움이자 LAFC의 극적인 결승골이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손흥민은 올 시즌 공식전 15경기 2골 14도움으로 여전히 공격 포인트를 쌓고 있다. 하지만 리그에서는 8경기째 골이 없다. 지난 시즌 13경기 12골 4도움으로 LAFC 공격을 폭발시켰던 모습과는 분명 다르다. 팬들이 답답해하는 이유다.
손흥민이 못하는 것이 아니다. 역할이 달라졌다. 지금의 손흥민은 마무리하는 선수라기보다 만들어주는 선수에 가깝다. 드니 부앙가와 함께 상대 뒷공간을 찢던 ‘흥부 듀오’의 파괴력도 예전만 못하다.
마크 도스 산토스 감독도 이 문제를 알고 있다. 그는 최근 “손흥민은 득점을 원하지만 도움 수치가 뛰어나다. 손흥민과 부앙가를 더 가깝게 배치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단서를 달았다. “수비 구조를 잃지 않으면서”라는 말이었다.
결국 답은 나왔다. 도스 산토스 감독은 톨루카전 이후 “과거 LAFC가 카를로스 벨라 같은 선수들을 앞세워 화려한 공격을 했다면, 지금 우리는 강한 수비 기반 위에 구축된 팀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것이 우승 타이틀을 따내는 길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감독의 철학은 분명하다. 손흥민과 부앙가의 폭발력보다 팀 밸런스가 우선이다. 우승을 위해 수비를 앞세우겠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그 선택의 가장 큰 희생자가 손흥민이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손흥민은 톨루카전에서 2도움을 올리고도 득점 침묵 논란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이상한 일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지만, 팬들이 기대하는 손흥민은 여전히 골을 넣는 손흥민이다.
LAFC는 이겼다. 손흥민도 빛났다. 그러나 도스 산토스 감독의 수비 우선 선언은 불편한 질문을 남긴다. LAFC는 우승을 향해 가고 있는가, 아니면 손흥민이라는 최고의 무기를 스스로 반쯤 묶어두고 있는가. /mcadoo@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