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가 대한민국 스포츠의 미래를 고민합니다. 젊고 유망한 연구자들이 현장의 문제를 날카롭게 진단하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합니다. 변화의 목소리가 만드는 스포츠의 밝은 내일을 칼럼에서 만나보세요.[편집자 주]
야구 벤치클리어링 모습. 이미지=AI 생성
승리를 향한 과정에서 협력은 필수적이다. 협력의 기반은 스포츠맨십이어야 한다. 이미지=AI 생성
스포츠는 참여자의 호응을 유발히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그들만의 고유 영역이 아닌 우리 사회를 축소한 것과 다르지 않다. 사회 구성원은 스포츠에 참여하는 행위를 통해 사회 규칙과 규범, 규율을 습득하는 사회화 과정을 거친다.
사회를 구성하는 인간의 의미는 개인이 아닌 타인과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존재이다. 사회 구성원 간 조화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곧 건강한 사회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사회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는 스포츠 속 상황을 바라보자. 스포츠 경기에서 경쟁하고 승리를 쟁취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자칫 승리지상주의에 매몰돼 개인의 이익을 우선하는 잘못을 범하고 있지 않는가?
로버트 엑설로드(Robert Axelrod)는 그의 저서 ‘협력의 진화’(The Evolution of Cooperation)를 통해 국가 간 관계, 비즈니스 관계, 나아가 일상적인 인간관계에서 통용되는 전략인 ‘팃포탯’(Tit-for-Tat) 개념을 주창했다. 이것은 게임이론에서 협력을 유지하는 효과적인 전략으로 먼저 협력한 이후 상대의 행동을 고려해 대응하는 방식이다. 단순하지만 그 어떤 전략보다도 효과적임을 죄수의 딜레마 개념을 바탕으로 한 반복적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증명했다.
팃포탯의 의미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풀이된다. 상대와 경쟁에서 처음에는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시작한다. 이후 상대의 반응에 따라 협력에는 협력으로, 배신에는 배신으로 대응한다. 대응 후 상대의 반응에 따라 역시 협력에는 협력으로 배신에는 배신으로 즉각 대응한다. 특징은 첫째, 신뢰와 협력으로 시작하는 것, 둘째, 상대 행동에 따라 단호하지만 배신 후 협력에는 관용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앞서 스포츠 속 사회의 구성원 간 관계에서 승리를 맹목적으로 지향하는 잘못된 상황에 문제를 제기하였다. 하지만 스포츠에는 이와 같은 잘못에 대응하는 개념이 있다. 바로 스포츠맨십(Sportsmanship)이다. 스포츠에서 공정한 경쟁, 상대방에 대한 존중, 예의, 매너를 중요시하는 정신이다. 스포츠의 본질적 가치 중 하나로 스포츠에 참여하는 모든 이들에게 마땅히 요구되는 개념이다.
스포츠 경기는 게임이고 스포츠맨십을 전제로 공정한 경쟁을 추구해야 한다. 하지만 진실로 스포츠에서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고 있는가. 스포츠맨십을 통해 우리는 공정한 경쟁을 체득할 수 있는가? 게임이론에서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 조건을 전제하는 전략인 팃포탯과 같은 선택이 스포츠 경기에서 공정성, 존중,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전제하는 스포츠맨십과 같다고 할 수 있는가.
스포츠맨십이 부재한 상황을 의도적 전략 혹은 비의도적 실수로 치부할 수만은 없다. 잘못된 것임을 인지하더라도 집단 내부의 암묵적 동의와 동조 현상은 승리를 위해 스포츠맨십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선택을 하도록 만든다. 불법 약물 사용, 승부 조작, 폭력적 지도 방식 등 다양한 일탈이 바로 이러한 선택의 결과다.
스포츠에 만연한 잘못된 풍조인 승리지상주의 앞에서는 스포츠맨십은 선택받지 못하는 대상일 뿐이다. 단, 스포츠맨십을 외면하는 실태를 특정 개인의 문제나 조직의 비정상적 구조 특성으로만 바라본다면 문제 해결은 지엽적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다.
승리를 향한 과정에서 협력은 필수적이다. 협력의 기반은 스포츠맨십이어야 한다. 스포츠맨십은 단순히 이상적이고 무조건적인 태도가 아니다. 스포츠 경기에서 승리를 향해 가는 과정에서 반드시 공유해야 하는 조건이다. 공정성과 존중, 규칙 준수라는 원칙이 협력의 토대가 될 때만이 승리의 정당성이 확보될 수 있다.
스포츠맨십의 존재 가치를 명확히 하는 것은 한국 스포츠 문화의 선진화를 위한 혁신의 출발점이다. 승리를 위한 협력은 스포츠맨십을 조건으로 삼을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를 갖는다. 한국 스포츠의 성장은 스포츠맨십의 회복으로부터 시작돼야 한다.
강민욱 칼럼니스트. 국민대학교에서 스포츠사회학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강의와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선진 스포츠환경 조성 및 스포츠복지를 실현하기 위한 실천방안에 관심을 갖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