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인회는 왜 연장에 못 갔나..늑장과 오판이 만든 최악의 재정 참사

스포츠

MHN스포츠,

2026년 5월 04일, 오전 12:30

허인회가 3일 열린 GS칼텍스 매경오픈 최종라운드에서 샷 방향을 쳐다보고 있다. 
허인회가 3일 열린 GS칼텍스 매경오픈 최종라운드에서 샷 방향을 쳐다보고 있다. 

(MHN 김인오 기자) "이게 프로 골프대회에서 진짜 일어난 일이라고?"

일은 벌어졌다. 오랜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GS칼텍스 매경오픈이 한순간에 판정 논란의 상징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단순한 오심을 넘어 골프 규칙의 근간을 흔든 결정과 늑장 대응이 겹치면서 국제적으로도 고개를 들기 어려운 수준의 논란을 낳았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직접적인 피해자가 된 허인회가 있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분명하다. 골프 규칙에 없는 판단이 경기 흐름을 뒤틀었고, 뒤늦은 정정이 선수의 운명을 바꿨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해보자. 문제의 장면은 3라운드 7번 홀에서 발생했다. 허인회의 티샷은 오른쪽 숲으로 향했고, 포어캐디는 아웃오브바운즈를 의미하는 흰 깃발을 들었다. 이에 따라 허인회는 정상적으로 프로비저널볼(잠정구)를 플레이했다.

그러나 이후 상황이 비정상적으로 흘렀다. 포어캐디가 원구를 인플레이 구역으로 옮기면서 혼선이 발생했고, 아웃오브바운즈 여부를 두고 선수와 현장의 판단이 엇갈렸다. 결정은 쉽지 않았고, 뒤에 있는 팀을 먼저 보내는 상황까지 생겼다.

이때 경기위원회가 내려야 할 결정은 규칙에 따른 판정이거나, 혹은 2볼 플레이와 같은 절차적 대안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내려진 결론은 납득하기 어려웠다. 원구의 스트로크 자체를 취소하고 잠정구로 계속 플레이하라는 지시였다. 허인회는 그대로 따랐다. 골프 규칙이 정한대로 플레이를 이어갔다. 

허인회가 3일 열린 GS칼텍스 매경오픈 최종라운드에서 샷을 하고 있다.
허인회가 3일 열린 GS칼텍스 매경오픈 최종라운드에서 샷을 하고 있다.

스트로크 취소는 골프 규칙상 극히 제한된 상황에서만 허용된다. 전세계 투어를 통틀어도 최근 몇 년간 들어본 적이 없다. 정상적인 플레이에서 나온 샷을 임의로 없애는 것은 아마추어 레저 골프 경기에서나 있는 '멀리건'을 허용한 것과 다르지 않다. 공식 프로 대회에서 이러한 판단이 내려졌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규칙 적용의 실패를 의미한다.

경기위원은 규칙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주체이지,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내는 존재가 아니다. 그 경계를 넘는 순간 대회의 공정성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이후 대응이었다. 오판은 경기 중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바로잡는 과정은 신속하게 명확해야 한다. 허인회가 분노하는 것도 분명 이 부분일 것이다. 

경기위원회는 최종 라운드 당일 새로운 증언을 근거로 뒤늦게 해당 샷을 아웃오브바운즈로 판정하고 2벌타를 부과했다. 문제는 이 결정이 허인회에게 전달된 시점이었다. 모든 경기가 끝난 뒤였다.

허인회는 마지막 날 7언더파 맹타를 휘두르며 공동 선두에 올라 연장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경기 종료 후 통보된 2타 추가로 최종 성적은 9언더파로 수정됐고, 연장 진출은 허무하게 사라졌다.

이는 단순한 스코어 수정이 아니다. 선수의 전략과 심리, 경기 운영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이다. 벌타가 제때 통보됐다면 허인회는 분명 남은 홀에서 다른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허인회가 억울함을 호소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아웃오브바운즈 판정 여부를 확인하지 못한 채 경기를 이어갔고, 이후 결과적으로 가장 불리한 형태로 판정이 뒤집혔다. 절차적 정당성조차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내려진 결정은 선수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불이익으로 돌아왔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해프닝으로 치부할 수 없다. 대한골프협회(KGA)와 아시안투어가 공동 주관하는 대회에서 발생한 일이라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규칙에 없는 판단을 내린 1차 오판, 이를 즉각 바로잡지 못한 판단 지연, 그리고 선수에게 제때 알리지 않은 행정 실패까지 모든 과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한 선수의 결과를 바꿨다. 허인회는 억울함을 호소할 곳이 없다. 평소 그의 성격이라면 그냥 삼킬 것이다.   

강형모 대한골프협회 회장
강형모 대한골프협회 회장

이번 사태에 대해서는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해야 한다. 현장 경기위원과 치프 레프리, 그리고 최종 판단을 승인한 위원회까지 어느 한 곳도 명확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같은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세계적인 투어에서 이와 같은 일이 발생했다면 단순한 해명으로 끝나지 않는다. 명확한 조사와 책임 규명, 그리고 재발 방지 대책이 뒤따른다. 이번 사안 역시 같은 기준에서 접근해야 한다. 

국내 미디어를 담당하는 대한골프협회는 2벌타가 결정된 후에 공식 입장문을 내지 않았다. 전화 응대로 제한된 정보만 제공할 뿐이었다. 골프업계 한 인사는 "주로 아마추어 골프를 관장하는 곳이라 프로 선수들에게 관심이나 있을지 모르겠다"며 조롱섞인 비판을 보냈다. 이날 현장에 있었던 강형모 대한골프협회 회장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올해 매경오픈은 우승자보다 판정 논란이 더 크게 기억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연장 기회를 빼앗긴 허인회의 이름이 남게 됐다. 우승상금 3억원과 KPGA 투어 5년, 아시안투어 2년 시드. 프로 선수에게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결과는 되돌릴 수 없다. 하지만 공정해야 할 스포츠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 공정이 무너졌다. 그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다.

사진=성남, 권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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