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투병에도 벤치 지킨 사령탑...인천도시공사의 기적 이끌다

스포츠

이데일리,

2026년 5월 04일, 오후 03:52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인천도시공사가 창단 20년 만에 남자 핸드볼 정상에 섰다. 2015년부터 10년 연속 남자 핸드볼을 지배해온 두산의 아성을 넘어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챔피언결정전까지 제패했다. 그 중심에는 식도암 말기 판정을 받고도 끝까지 벤치를 지킨 장인익 감독이 있었다.

핸드볼 H리그 남자부 통합우승을 이룬 인천도시공사. 사진=한국핸드볼연맹
암투병 속에서도 끝까지 선수들과 함께 하면서 통합우승을 이끈 장인익 인천도시공사 감독. 사진=한국핸드볼연맹


인천도시공사는 지난 3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신한 SOL Bank 2025~26 핸드볼 H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 2차전에서 SK호크스를 26-25로 꺾었다. 1차전에 이어 2차전까지 잡은 인천도시공사는 시리즈 전적 2승으로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확정했다. 정규리그 1위에 이은 창단 첫 통합우승이었다.

인천도시공사의 우승은 이변에 가까웠다. 지난 시즌까지 2년 연속 4위에 머물렀다. 이번 시즌 전에도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지 않았다. 전력 보강이 거의 없었다. 오히려 몇몇 베테랑 선수들은 팀을 떠났다.

하지만 지난해 7월 부임한 장 감독은 팀 체질을 완전히 바꿨다. 청소년대표팀 사령탑 출신으로 2022년 아시아선수권 우승을 이끌었던 그는 젊고, 빠르고, 많이 뛰는 핸드볼을 전면에 내세웠다.

변화의 출발점은 혹독한 훈련이었다. 장 감독은 시즌 전 경남 남해 등에서 산을 뛰고 백사장을 달리는 고강도 체력 훈련을 실시했다. 실업팀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방식이었다. 일본 전지훈련을 다녀온 뒤에는 대학팀과 연습경기를 하면서도 경기 전 미리 체력을 소진한 뒤 본경기에 들어가는 ‘스키드 트레이닝’을 진행했다. 지친 상태에서도 빠른 템포를 유지하기 위한 훈련이었다.

결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인천도시공사는 이번 시즌 리그 최다인 14연승을 달렸고, 정규리그 우승을 조기에 확정했다. 항상 정상을 지키던 ‘절대 강자’ 두산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새로운 강자가 등장한 순간이었다.

인천도시공사의 핸드볼은 빠르고 직선적이었다. 탄탄한 수비로 공을 따낸 뒤 곧바로 역습을 전개했다. 상대 수비가 정비되기 전 ‘퀵 스타트’로 몰아쳤다.

장 감독은 “훈련량을 대폭 늘렸다. 선수들의 센스는 국내 최고 수준인 만큼 스피드만 더하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확신했다”며 “남해 백사장에서 진행한 고강도 훈련이 시즌 내내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주장 박영준도 “지난여름 훈련이 1년 농사의 시작이었다. 솔직히 많이 힘들었다”며 “그때 다진 체력이 시즌 막판까지 버티는 힘이 됐다”고 했다.

장 감독은 “박영준, 박동현 같은 선수들이 수비 중심을 확실히 잡아줬기에 공격이 살아날 수 있었다”며 “뒷문이 든든하니 이요셉과 김진영이 마음껏 코트를 누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잘 나가던 인천도시공사는 시즌 막판 큰 시련을 맞았다. 장 감독이 갑작스레 식도암 말기 판정을 받은 것이다. 평소 건강에 큰 이상을 느끼지 못했던 터라 예상하지 못한 진단이었다. 선수들도 큰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팀은 흔들리지 않았다. 장 감독은 항암 치료를 병행하면서도 벤치를 떠나지 않았다. 선수들을 다독였고, 경기 때마다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선수들도 투병 중인 감독을 위해 한 발 더 뛰었다. 몸을 던져 수비했고, 끝까지 코트를 달렸다.

박영준은 “감독님의 투병 소식을 듣고 처음에는 팀 분위기가 가라앉기도 했다”며 “하지만 곧 선수들끼리 ‘감독님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우승하자’고 다짐했고, 더욱 끈끈하게 뭉쳤다”고 말했다.

장 감독은 우승 뒤에도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그는 “선수들이 준비한 전략을 실전에서 유기적으로 잘 풀어냈고, 나는 옆에서 방향만 잡았을 뿐”이라며 “우승에 대한 간절함이 상대보다 더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힘든 상황 속에서도 끝까지 뛰어준 선수들이 고마울 뿐”이라며 “이 우승이 선수들에게 영원히 잊지 못할 좋은 추억이 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챔피언결정전 MVP 김진영은 “꿈꿔왔던 우승을 차지해서 정말 기분이 좋다. 마지막까지 팀원들과 함께였기에 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정규리그 MVP 이요셉은 “H리그의 새로운 역사에 인천도시공사의 이름을 새길 수 있어 영광”이라고 했다.

장 감독과 인천도시공사는 올 시즌 남자 핸드볼의 판도를 바꿨다. 언더독으로 출발한 팀은 강훈련을 통해 젊고 빠른 팀으로 다시 태어났다. 암 투병 중인 감독은 끝까지 팀과 함께 했고, 선수들은 그 감독을 위해 몸이 부서져라 뛰었다. 인천도시공사의 첫 통합우승은 전술과 체력, 그리고 스승과 제자의 간절함이 함께 만든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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