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SEN=이인환 기자] 중국의 한탄이 깊다. 단순히 우버컵 결승에서 졌기 때문만은 아니다. 선수 싸움에서도 밀렸고, 벤치 싸움에서도 졌다.
박주봉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 대표팀은 3일 덴마크 호르센스에서 열린 2026 세계여자단체선수권대회 우버컵 결승에서 중국을 3-1로 제압했다.
한국 여자 배드민턴은 세계 최강을 자처하던 중국을 상대로 3-1 완승을 거두며 4년 만에 우버컵 정상에 복귀했다. 2010년, 2022년에 이어 통산 세 번째 우승이다.
중국은 대회 통산 16회 우승에 빛나는 최강팀이었다. 그러나 결승전 결과는 이름값이 아니라 준비의 차이를 보여줬다. 중국 매체와 팬들 사이에서 “한국은 전술을 업그레이드했는데 중국은 여전히 예전 방식에 머물렀다”는 자조가 나온 이유다.
출발은 예상대로 안세영이었다.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은 첫 단식에서 왕즈이를 2-0으로 완파했다. 점수는 21-10, 21-13. 접전조차 아니었다. 안세영은 이번 대회 6경기에서 단 한 게임도 내주지 않았고, 왕즈이 상대 전적도 20승 5패로 벌렸다. 중국 입장에선 첫 판부터 ‘확실한 1패’를 받아든 셈이었다.
중국도 곧바로 반격했다. 1복식에서 류성수-탄닝 조가 정나은-이소희 조를 2-0으로 꺾으며 승부를 1-1 원점으로 돌렸다. 하지만 박주봉 감독의 계산은 여기서 시작됐다. 그는 기존 복식 조합을 그대로 밀어붙이지 않았다. 이소희-백하나, 정나은-김혜정 조합을 과감하게 재편해 정나은-이소희, 백하나-김혜정으로 나눴다. 세계 최강급 1복식과 정면 충돌하기보다는 뒤의 승부처를 노린 선택이었다.
진짜 균열은 2단식에서 터졌다. 김가은이 천위페이를 2-0으로 잡았다. 세계랭킹 17위가 세계 4위를 꺾은 대이변이었다. 더 놀라운 건 내용이다. 김가은은 1게임 초반 8-15까지 밀렸지만 흐름을 뒤집어 21-19로 가져왔다. 2게임에서도 15-15 이후 6연속 득점으로 경기를 끝냈다. 상대 전적 1승 8패의 열세도 이날만큼은 아무 의미가 없었다.
중국이 가장 뼈아파한 대목도 바로 이 경기였다. 중국식 계산대로라면 안세영에게 한 점을 내주더라도 복식과 2단식에서 균형을 잡아야 했다. 그러나 김가은이 천위페이를 무너뜨리면서 판이 완전히 흔들렸다. 중국 매체는 여자 단식에서 두 점을 내준 것이 결정적이었다고 인정했다. 안세영의 압도적인 힘뿐 아니라 김가은의 반란이 중국의 우승 시나리오를 찢어버린 셈이다.

마침표는 백하나-김혜정 조가 찍었다. 두 선수는 자이판-장수셴 조를 상대로 첫 게임을 16-21로 내줬다. 하지만 2게임부터 전혀 다른 경기를 펼쳤다. 빠른 템포와 강한 압박으로 중국 조합을 흔들었고, 21-10, 21-13으로 내리 두 게임을 따냈다. 한국은 5번째 단식까지 갈 필요도 없이 우승을 확정했다.
결국 이번 결승은 ‘안세영 원맨쇼’가 아니라 ‘팀 코리아’의 승리였다. 안세영이 문을 열었고, 김가은이 판을 뒤집었으며, 백하나-김혜정이 끝냈다. 그리고 그 뒤에는 박주봉 감독의 설계가 있었다. 중국이 더 충격을 받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코트 위에서는 한국 선수들에게 졌고, 벤치에서는 한국 감독의 용병술에 졌다. 말 그대로 선수와 코치, 두 싸움에서 모두 밀린 패배였다.
중국 온라인 반응도 씁쓸했다. 일부 반응에서는 한국의 복식 운용과 전술 유연성을 배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고, 여자 단식과 여자 복식 강화를 위해 한국인 코치 영입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말도 등장했다. 과거 중국이 압도적 전력으로 상대를 찍어누르던 시대와는 완전히 달라진 분위기다.
한국은 이제 더 이상 안세영 한 명만 앞세운 팀이 아니다. 단식 2옵션도 중국 최상위권을 잡을 수 있고, 복식은 조합을 바꿔도 승부가 된다. 박주봉호의 이번 우버컵 우승은 단순한 트로피 하나가 아니다. 중국 여자 배드민턴이 가장 두려워해야 할 변화의 선언이었다. /mcadoo@osen.co.kr
[사진] 대한배드민턴협회/BADMINTON PHOT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