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현의 감성, 골프美학] 같은 캐디와 또 홀인원을..‘골프에 인생을 건’ 41년 차 골퍼의 이야기

스포츠

MHN스포츠,

2026년 5월 09일, 오전 05:00

며칠 전이다. 올해 78세 된, 골프밖에 모르는 지인께서 전화를 걸어왔다. 골프 이야기가 아니면 연락을 하지 않는 분이라서 대충 짐작은 갔다.

“이 양반, 또 사고를 치셨네!”

예감은 적중했다. 생애 7번째 홀인원을 작성하고 시무룩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왔다. 보통은 홀인원을 하면 흥분하거나 격앙된 목소리가 대부분인데, 이 분은 아주 침착하게 “또 사고 쳤다”며 시무룩해했다. 7번째 홀인원을 하고 웃지 못하고 산에 올라가 긴 한숨을 내쉰 사람은 본인뿐일 것이다. 홀인원 때마다 체면치레를 해야 하고 주변에서 한턱내라는 말이 이제는 겁이 난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G골프장 40년간 회원으로 하필 그 골프장에서만 홀인원을 6번 했는데 이번에도 G골프장에서 했던 것이다. 그는 이제는 제발 홀인원을 하면 진심으로 마음으로만 축하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이번 홀인원이 아주 의미가 깊긴 하다고 말한다. 지난 2025년 6월 27일 6번째 홀인원을 했을 당시 멤버와 캐디까지 똑같아 소름이 돋았다고 한다. 세상에 이런 기적 같은 기록이 있을까 싶다면서 ‘데자뷔 홀인원’의 의미는 평생 간직하고 싶다고 말한다. 홀인원을 1년 만에 두 번, 그것도 같은 멤버와 같은 캐디와 함께한 일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라며 그나마 위안이 된다는 것이다.

그는 7번째 홀인원 기념품으로 뜨개질로 만든 골프공 주머니를 만들어 선물하겠다고 한다. 80세를 바라보는 나이지만 그래도 7번째 홀인원 기념으로 직접 뜨개질한 볼 주머니 선물이 남다를 것 같다고 말한다. 그냥 편하게 밥 한 끼나 기념 볼을 주면 되지만 의미와 정성이 먼저일 것 같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왜 우리나라는 홀인원을 하면 먼저 축하해주거나 커피 한 잔 사주지 않으면서 의무적인 한턱이 당연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홀인원을 하고 반갑지 않은 것은 우리 사회가 홀인원 한턱에 대한 기대와 무리한 요구가 많기 때문이다. 식사비, 떡값, 기념 식수와 기념 볼 제작, 라운드와 상관없는 사람들에게까지 식사 대접을 하는 것은 정말 기둥뿌리 뽑히는 일이다. 이제는 사라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홀인원 7번뿐만 아니라 이글 기록도 100회까지 세다가 말았는데 아마도 120회는 넘을 것이라고 한다. 홀인원과 이글을 한 라운드에서 동시에 기록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 분의 라이프 베스트 스코어는 68타이며, 9홀 32타의 기록을 가지고 있다.

이 분은 G골프장 사감 선생으로도 유명하다. 골프를 하면서 쓰레기를 줍고, 잡초를 없애고, 룰과 에티켓에 어긋나면 바로 지적한다. 뿐만 아니라 친환경 실천을 위해 일회용 컵 대신 개인 컵 4개를 항상 가지고 다닌다. 옷도 한 번 사면 10년 이상 입는데, 꾸미거나 옷 사러 갈 시간을 차라리 골프에 투자하겠다고 한다. 그는 이제 골프가 한국에 들어온 지 100년이 훨씬 넘었으니 골프 문화가 많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드라마 ‘하이바이, 마마!’의 대사인 “꽃잎 떨어져도 꽃은 지지 않았다. 그 향기가 세상에 남아 우리의 기억 깊은 곳을 찌르고 있었다”라는 말을 좋아한다고 했다. 진정한 골퍼, 골프를 사랑한 리얼리스트로 오랜 향기로 남고 싶다는 설명이다.

80을 바라보는 할머니 골퍼이지만 세 번 중 두 번은 78타 이내를 기록하는 에이지슈터 김선흠 씨다.

1985년에 골프를 시작한 구력 41년째 골퍼이지만 아직도 깨닫고 배울 게 많은 것이 골프라고 한다. 이미 유언도 자식들에게 했다. 죽으면 화장해서 골프장에 뿌려달라고.

지금 이 순간이 막 지는 노을과 같으며 해가 지기 전 가장 뜨겁다는 것을, 그래서 더 열정적인 골퍼로 마지막도 골프장이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마지막 영혼마저도 골프 코스에 불태우겠다는 김선흠 씨야말로 이 시대의 가장 멋진 로맨티스트가 아닐까.

글, 이종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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