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자서 동반자로'…허웅·허훈, '우승 형제' 역사 썼다

스포츠

뉴스1,

2026년 5월 13일, 오후 08:59

부산 KCC 이지스로 이적한 허훈이 29일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열린 입단식에서 허웅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5.5.29 © 뉴스1 김성진 기자

2년 전 챔피언 트로피를 놓고 선의의 경쟁을 펼쳤던 허웅(33)과 허훈(31·이상 부산 KCC)이 이번에는 함께 우승 반지를 끼웠다.

KCC는 13일 경기도 고양 소노 아레나에서 열린 2025-26 LG전자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4선승제) 5차전에서 고양 소노를 76-68로 꺾고 시리즈 전적 4승1패로 우승 축포를 쐈다.

이로써 KCC는 정규리그 5위로 정상에 오른 2023-24시즌 이후 2시즌 만이자 통산 7번째 챔피언 왕좌에 올랐다.

허웅과 허훈도 각각 17점, 15점으로 활약하며 챔피언결정전 우승에 힘을 보탰다.

역대 프로농구에서 형제 선수가 한 팀에서 우승한 건 2005-06시즌 박성배과 박성훈(당시 서울 삼성)에 이어 두 번째다.

박성배와 박성훈이 당시 삼성의 주전 선수는 아니었던 반면 허웅과 허훈은 주축 선수로 알토란같은 활약을 펼치며 우승을 주도했다.

2년 전 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와 함께, 2014-15시즌 데뷔 이래 우승의 한을 풀었던 허웅은 개인 통산 두 번째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허훈도 2017-18시즌 프로 입문 이후 커리어 첫 우승을 경험했다.

2023-24시즌엔 '허씨 형제'가 적으로 코트에 마주했다. 당시 수원 KT 소속이었던 허훈은 허웅과 KCC의 우승 도전을 막으려 했다.

5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수원KT소닉붐아레나에서 열린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5차전 수원 KT와 부산 KCC의 경기에서 부산 허웅이 송교창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앞쪽은 수원 허훈. 2024.5.5 © 뉴스1 이재명 기자

'농구 대통령' 허재의 아들이자 현재 한국 농구의 인기를 이끄는 두 선수의 맞대결은 챔피언결정전 최고의 관전 포인트였다. 허웅과 허훈은 자기 기량 100%를 쏟아내며 코트를 달궜고, 매 경기 구름 관중이 몰렸다.

같은 유니폼을 입지 않았기에 둘 중 한 명안 웃을 수 있었다. 누가 먼저 우승의 갈증을 씻어낼지에 관심이 쏠렸는데, 승자는 형이었다.

허훈은 매 경기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며 분투했지만, 허웅이 이끄는 '슈퍼팀' KCC의 벽을 넘지 못했다. 아쉬움을 삼킨 허훈은 꽃가루 속에 트로피를 들어 올린 형을 바라보며 다음을 기약했다.

그러나 그 기회가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KT는 2024-25시즌 '야전사령관' 허훈의 지휘 아래 정규리그 4위에 올랐으나 4강 플레이오프에서 '우승팀' 창원 LG에 밀려 탈락했다.

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허훈은 우승 갈증을 씻기 위해 허웅과 가족의 설득 아래 KCC로 이적했다.

'전통의 명가' KCC는 허훈 가족에게 각별한 팀이었다. 형 허웅이 활약 중이기도 하지만, 아버지 허재도 2005년부터 2015년까지 지휘봉을 잡은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

13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고양소노아레나에서 열린 2025-26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5차전 부산 KCC와 고양 소노의 경기에서 KCC 허훈-허웅 형제가 숨을 고르고 있다. © 뉴스1 구윤성 기자

허훈은 "우승 반지 없이 은퇴하면 서럽고 후회할 것 같았다"며 "오직 우승만을 위해 KCC에 왔다"고 강조했다. 허웅도 동생의 입단을 환영하며 동반 우승을 향해 의기투합했다.

KCC가 정규리그에서 주축 선수의 연쇄 부상으로 주춤했고, 허웅과 허훈 역시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몇 차례 이탈하기도 했다.

시즌 개막 전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던 KCC는 정규리그 6위에 그쳤지만, 주축 선수의 복귀로 완전체가 된 뒤 '슈퍼팀'의 위력을 떨쳤다. 허웅과 허훈은 송교창, 최준용, 숀 롱과 함께 힘을 모으자 못 이길 상대가 없었다.

KCC는 6강 플레이오프에서 원주 DB, 4강 플레이오프에서 안양 정관장을 꺾더니 '마지막 관문' 챔피언결정전에서도 소노를 격파했다.

허웅과 허훈은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았고 공수에 걸쳐 맹활약하며 우승을 합작했다. 그리고 둘은 환하게 웃으며 함께 우승컵을 들었다.

rok195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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