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초염→골절→괴사' 불행의 도미노 극복…굽어버린 손가락으로 쥔 야구공, 이승헌의 151km가 더 감동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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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2026년 5월 14일, 오전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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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해, 조형래 기자] “재활군은 이제 질립니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투수 이승헌(28)은 지난 4월 25일 퓨처스리그 익산 KT전에 등판하면서 약 4년여 만에 실전 마운드에 올랐다. 이전 마지막 등판이 2022년 5월 11일 퓨처스리그 경기였으니 1445일 만이었다. 

2018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로 입단한 이승헌은 196cm의 매력적인 신체조건을 가진 우완 유망주였다. 키에 비해 구속이 나오지 않았지만 2020년 미국 드라이브라인 연수를 다녀온 뒤 큰 키에 맞는 폼을 만들고 밸런스를 찾으면서 구속이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140km 초반대의 구속은 140km 후반대까지 상승하면서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2020년 5월 17일 1군 데뷔 첫 선발 등판 경기에서 비극이 발생했다. 2이닝은 완벽에 가까운 피칭으로 팬들을 설레게 했는데 3회 정진호의 강습 타구에 머리를 맞고 쓰러졌다. 두부 미세골절 진단에 출혈까지 발생했다. 이승헌의 가파른 성장세가 꺾인 순간이었다.OSEN DB

이후 이승헌은 좀처럼 2020년 초반의 강렬했던 임팩트를 재현하지 못했다. 9월 말 1군에 복귀하긴 했지만 8경기 36⅔이닝 3승 2패 평균자책점 4.66의 성적을 남기며 미래를 기약했다. 그러나 밝은 미래가 오지는 않았다. 이후 오른손 중지 건초염으로 고생하며 재활군을 오르락내리락했고 2022년 8월 현역으로 입대했다.

2024년 1월 전역한 이승헌이다. 군 복무 중 민간 병원에서 건초염을 치료하기 위해 수술까지 받았다. 이제 다시 공을 던질 일만 남은 듯 했다. 그런데 2년여 를 자취를 감췄다. 

이승헌은 왜 그동안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던 걸까. 13일 김해 상동구장에서 만난 이승헌은 그동안에 일어났던 일들을 설명했다. 그는 “전역하고 몸을 만들고 있었는데 공을 던지다가 오른손 중지 손가락 뼈가 골절됐다”고 전했다. 건초염으로 고생했던 손가락이었다. [OSEN=부산, 이석우 기자] 롯데 자이언츠 이승헌 / foto0307@osen.co.kr

골절에서 끝나면 다행이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는 “핀을 박고 재활을 하고 있었는데 뼈가 제대로 붙지 않았다. 뼈가 썩었다. 그래서 손목의 뼈를 떼서 이식하는 과정을 거치며 재활을 했다. 그래서 다시 돌아오기까지 오래 걸렸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건초염에 골절, 괴사까지. 모두 한 손가락에 집중된 부상이었다. 

실제로 이승헌의 오른손 중지 손가락은 그동안의 부상을 설명하듯 굽어 있었다. 손가락을 보여주며 “이게 다 편 것이다”고 했다. 검지와 약지 손가락과 길이가 비슷했다. 손가락을 제대로 펴지 못했지만 공을 놓지 않았다. 

“뼈가 부러질 줄은 몰라서 저도 당황했다”고 털어놓은 이승헌이다. 지금이야 웃으면서 말할 수 있지만 선수생명까지 끊길 수 있는 부상이었다. 그는 “멘탈적으로 정말 너무 힘들었다. 전역하도 돌아와서 아팠던 곳은 다 괜찮아서 ‘이제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또 이렇게 부상을 당했다”면서 “멘탈적으로 많이 힘들었는데 부모님과 친누나가 좋은 말들을 많이 해주고 긍정적인 말을 많이 해줘서 잘 버틸 수 있었다. 친누나와 정말 사이가 좋다”고 설명했다. [OSEN=수원, 최규한 기자] 25일 오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열렸다.4회말 KT 공격을 무실점으로 막아낸 롯데 선발 이승헌이 더그아웃으로 향하며 동료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dreamer@osen.co.kr

옆에서 이승헌의 힘든 과정을 지켜본 임경완 재활군 퍼포먼스코치는 “보통의 선수라면 야구 그만뒀을 것인데, 그래도 잘 이겨냈다”면서 “그래도 다행히 재활 단계들을 길게 잡아놓고 너무 급하게 안하려고 했다. 재활은 작년 겨울에 다 끝났다. 이후 본인이 캠프 합류하기 전까지 몸을 잘 만들어 왔다. 피지컬도 좋고 공을 때리는 감각이 있으니까 금방 찾더라. 재활 트레이너들이 정말 고생을 많이 했고 멘탈도 잘 잡아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승헌은 퓨처스리그 5경기에서 1홀드 평균자책점 1.80(5이닝 1자책점), 6피안타 1볼넷 2사구 7탈삼진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시속 151km까지 찍었다. 

그는 “제구도 흔들리지 않아서 다행이고 제일 걱정했던 것은 구속인데 구속도 잘 나오고 있다. 손가락 때문에 어떻게 될까 생각했는데 더 끌어올리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다. 손가락만 걱정이지 몸은 100%다”고 말했다.

[OSEN=잠실, 최규한 기자] 2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시범경기 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열렸다.6회말 롯데 투수 이승헌이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 2022.03.27 / dreamer@osen.co.kr

굽은 손가락 때문에 공 던지는 감각 자체를 다시 익혀야 했던 상황. “직구 던지는 것은 크게 이상은 없다”고 말하지만 “변화구는 손가락이 걸려야 하니까 감각적으로 찾는데 시간이 걸리는 느낌이다”고 말하는 이승헌이다. 특히 주무기였던 체인지업의 구사에 어려움이 생겼다. 

그는 “손가락이 다 펴져 있을 때랑은 감각이 너무 다르다. 그래서 여러가지 그립을 잡아가면서 계속 연습하고 있고, 지금 제 손가락 상황에 맞는 그립을 찾아가고 있다”고 언급했다. 

전역 이후에도 “아프지 않으면 된다”라고 강조했지만, 결국 불의의 부상이 겹쳤다. 그래도 다시 일어서서 돌아왔다. 일단 온전히 한 시즌을 보내고 싶다. 

그는 “재활군은 이제 질린다”고 웃으면서 “1군에 올라갈 지 올라가지 않을 지는 모르겠지만, 2군에서라도 일단 풀타임 시즌을 한 번 보내고 싶다. 그 목표 뿐이다. 나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항상 얘기하지만 아프지 않으면 항상 자신있다. 1군에 다시 올라갈 수 있도록 꼭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OSEN=창원, 민경훈 기자] 8일 오후 창원 NC파크에서 ‘2021 신한은행 SOL KBO 리그’ NC 다이노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열렸다.1회말을 마친 롯데 선발 이승현이 덕아웃에서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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