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드컵 비자 보증금 면제…그래도 팬들에겐 ‘그림의 떡’

스포츠

이데일리,

2026년 5월 15일, 오후 01:03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미국 정부가 2026 북중미월드컵을 앞두고 일부 참가자와 관중에게 적용되던 최대 1만5000달러 규모의 비자 보증금 납부 의무를 면제하기로 했다.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디 애슬레틱’은 15일(현지시간) “미 국무부가 최근 월드컵 참가 선수단과 일부 관중에 대해 비자 보증금 요건을 면제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미국 입국 제한 조치를 받게 되는 세네갈 축구팬들. 사진=AFPBBnews
미국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일부 국가 국민이 관광·상용 비자인 B-1, B-2 비자를 신청할 때 5000달러, 1만 달러, 1만5000달러의 보증금을 내도록 하는 ‘비자 보증금 시범 프로그램’을 시행해왔다. 정해진 기간 안에 미국을 떠나면 돌려받는 돈이지만, 팬 입장에서는 사실상 고액의 입국 장벽이었다.

이 제도의 영향을 받는 월드컵 본선 진출국은 알제리, 카보베르데, 세네갈, 코트디부아르, 튀니지 등이다. 이들 국가 국민은 미국에서 열리는 월드컵 경기를 보기 위해 비자를 신청할 경우 보증금을 내야했다. 선수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월드컵에 출전하는 선수와 코치진 역시 같은 종류의 비자를 신청해야 한다. 이로 인해 대회 참가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이 문제를 놓고 미국 정부와 협의를 이어왔다. 월드컵 본선에 오른 국가 선수단이 고액 보증금 문제로 입국 절차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대회 운영에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한 경쟁에도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결국 미국 정부는 선수단에 대해서는 한발 물러섰다. 국무부는 “자격을 갖춘 선수, 코치, 지원 스태프 등 팀 구성원에 대해 비자 보증금 요건을 면제한다”고 밝혔다. 선수들의 직계 가족도 면제 대상에 포함된다.

하지만 팬들에게 적용되는 조치는 훨씬 제한적이다. 국무부는 “월드컵 입장권을 구매하고 FIFA의 비자 예약 우선 시스템인 ‘FIFA PASS’에 등록한 팬도 보증금 면제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기준일이다. 지난 4월 15일까지 입장권 구매와 FIFA PASS 등록을 모두 마친 사람만 면제를 받을 수 있다. 이후 티켓을 샀거나 앞으로 재판매 시장에서 표를 구하는 팬은 대상이 아니다.

이로 인해 실제 혜택을 받는 팬은 많지 않을 전망이다. 고액 보증금 제도가 시행 중인 상황에서 상당수 팬은 애초에 티켓 구매나 비자 신청을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보증금 부담 때문에 관람 계획을 미룬 사람들은 이번 조치에서 제외된다.

FIFA PASS 등록자 규모는 크지 않다. 보도에 따르면 FIFA가 공유한 자료상 전 세계 등록자는 1만7000명 미만이다. 등록자가 많은 국가는 우즈베키스탄, 중국, 인도, 튀르키예, 멕시코, 콜롬비아 등으로 알려졌다. 보증금 제도의 직접 영향을 받는 국가 팬들이 얼마나 포함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미국 국무부도 해당 국가 팬 중 실제 면제 대상자가 몇 명인지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지 않았다.

비자 보증금 면제가 곧바로 입국 보장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세네갈과 코트디부아르 국민은 별도의 미국 입국 제한 조치를 받고 있다. 해당 조치는 월드컵 관람에 필요한 관광·상용 비자에도 영향을 미친다. 대회 개막을 한 달가량 앞둔 시점에도 아이티, 이란, 코트디부아르, 세네갈 등 일부 본선 참가국 국민은 미국 입국 제한 대상에 남아 있다.

FIFA는 미국 정부의 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미국 정부와 백악관 월드컵 태스크포스의 협력을 강조하며 감사의 뜻을 밝혔다. FIFA는 이번 발표가 성공적인 월드컵 개최를 위한 협력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팬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다르다. 이미 보증금 부담 때문에 여행을 포기했거나 절차를 미룬 사람에게는 ‘이미 정류장을 지난 버스’나 다름없다.

개최 도시들도 부담을 느끼고 있다. 2026 월드컵은 미국, 캐나다, 멕시코가 공동 개최하며, 미국 내 여러 도시가 경기를 치른다. 일부 도시는 관광 특수를 기대했지만, 여행 수요가 예상보다 약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비자 보증금과 입국 제한 조치는 해외 팬 유치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비자 보증금 면제는 월드컵에 대해 쏟아지는 비판과 리스크를 줄이려는 조치다. 이번 조치로 선수와 코칭스태프가 보증금 문제로 대회에 참가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그럼에도 일부 국가 팬들에게 미국행은 여전히 쉽지 않은 원정길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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