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경기를 보다 보면, 또 하나 은근히 눈에 들어오는 게 있다. 선수들 가슴에 붙어 있는 엠블럼. 그리고 팀의 별명이다. 자세히 보면 재미있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생각보다 많은 나라들이 ‘동물’을 대표로 내세운다는 점이다. 그것도 그냥 동물이 아니라, 꽤 사나운 쪽이다.
호랑이, 사자, 독수리. 듣기만 해도 이미 강하다. 이유는 어렵지 않다. 축구는 기술도 중요하지만, 결국 기세 싸움이다. 밀어붙이고, 압도하고, 분위기를 가져오는 힘. 이걸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존재가 바로 맹수다.
한국 축구대표팀 '호랑이' 엠블럼
지금은 당연한 호랑이 엠블럼도 사실은 2002년 월드컵을 계기로 자리 잡았다. 그전에는 태극기를 그대로 달고 뛰었으니까. ‘이제 우리만의 상징을 만들자’는 흐름 속에서, 가장 한국적인 동물이 선택됐다.
잉글랜드 대표팀 '삼사자' 엠블럼
스페인도 사자를 쓴다. 여러 왕국이 하나로 합쳐진 나라다 보니, 엠블럼 안에 각 지역의 상징이 들어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사자다. 그냥 동물이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하나가 됐는가’를 보여주는 조각이다.
아프리카로 가면 사자는 더 직설적이다. 카메룬은 ‘불굴의 사자들’, 세네갈은 ‘테랑가의 사자들’. 이건 거의 설명서다. 끝까지 안 포기한다는 뜻이다.
한편 팬들 사이에는 이런 농담도 있다. “월드컵 우승하려면 독수리를 써야 한다.” 웃기지만, 묘하게 설득력 있다. 독수리 쓰는 팀이 진짜 많기 때문이다. 독수리는 잘 날고, 멀리 보고, 정확하게 낚아챈다. 이거, 축구 잘하는 팀 특징이랑 거의 똑같다.
독일 축구대표팀 '독수리' 엠블럼.
같은 독수리라도 의미는 조금씩 다르다. 어디는 자유, 어디는 권위. 그런데 하나는 같다. ‘우린 강하다’는 메시지다. 그런데 여기서 반전이 있다. 모든 나라가 맹수만 고르는 건 아니다.
프랑스 축구대표팀 '수탉' 엠블럼.
싶은데, 알고 보면 꽤 멋있다. 고대 로마 시절부터 이어진 언어유희에서 시작해, 프랑스 혁명을 거치며 ‘새로운 시작’과 ‘빛’을 상징하게 됐다. 이쯤 되면 닭이 아니라 철학이다.
일본은 더 독특하다. 까마귀인데, 다리가 세 개다. ‘삼족오’, 야타가라스. 신화 속에서 길을 안내하는 존재다. 축구로 치면 방향을 잃지 않는 팀, 그런 느낌이다.
호주 축구대표팀 '캥거루' 엠블럼
이 모든 상징은 그 나라가 어떤 팀인지 잘 보여준다. 어떤 방식으로 싸우는지, 그리고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지, 어떤 목표를 공유하는지 뚜렷하게 드러난다. 그래서 월드컵은 조금 다르게 보면 더 재미있다. 골 장면만 보는 게 아니라, 엠블럼 하나에도 이야기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에서는 한 번 이렇게 봐도 좋다. 저 팀은 왜 저 동물을 쓸까? 아마 경기보다 더 흥미로운 이야기가 보일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