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토트넘 홋스퍼의 운명은 더 이상 토트넘 자신들의 손에 있지 않다. 스스로 초래한 절망적인 비극 속에서, 그들은 이제 다른 팀의 경기 결과를 숨죽여 지켜봐야 하는 처량하고도 굴욕적인 신세로 전락했다.
영국 축구 전문 매체 '포포투'는 "리즈 유나이티드의 다니엘 파르케 감독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잔류를 이미 확정 지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승점 하나하나를 위해 처절하게 싸우겠다는 굳은 의지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 발언은 단순한 인터뷰용 겉치레 멘트를 넘어, 강등권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는 토트넘의 복잡한 잔류 계산기와 완벽하게 맞물린다. 보통의 경우, 일찌감치 리그 잔류를 확정 지은 팀들은 동기부여를 잃기 십상이다. 잔류라는 최대 목표를 달성한 후에는 주전 선수들에게 휴식을 부여하거나,
그동안 벤치를 달궜던 유망주들을 대거 기용하며 일종의 '보너스 게임'처럼 최종전을 낭비하는 것이 잉글랜드 무대의 일반적인 관례이기도 하다. 리즈 유나이티드 역시 이번 시즌 험난한 여정 끝에 일찌감치 생존이라는 1차 목표를 달성했다. 따라서 마지막 경기에서는 어느 정도 힘을 빼고 여유롭게 경기에 임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다니엘 파르케 감독의 축구 철학은 확고하고 또 냉정했다. 그는 남은 일정에서도 결코 나태해지지 않고, 프로다운 자세로 매 승점을 쟁취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겠다고 천명했다. 파르케 감독의 이러한 발언이 토트넘에게 그토록 절대적인 변수로 작용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리즈의 최종전 상대가 바로 토트넘과 피 말리는 잔류 경쟁을 펼치고 있는 런던 라이벌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이기 때문이다. 웨스트햄이 만약 총력전으로 나서는 리즈를 상대로 승점을 쌓지 못하고 무너진다면, 토트넘에게는 기적적인 생존의 문이 활짝 열릴 수 있다.
토트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격이다. 올 시즌 내내 이해할 수 없는 전술적 패착과 수비진의 붕괴, 그리고 선수단 내부의 끊임없는 잡음 속에서 스스로 멸망의 길을 자초했던 토트넘이다. 자력 생존의 기회를 수도 없이 걷어차 버린 끝에, 결국 남의 집 잔치나 불행에 목을 매야 하는 비참한 처지가 됐다.
불과 몇 년 전 챔피언스리그 결승 무대를 밟으며 유럽 전역을 호령하던 그 위풍당당했던 토트넘의 체면은 이미 진흙탕 속에 쳐박힌 지 오래다. 지금은 자존심이나 과거의 영광을 따질 때가 아니다. 그저 1부 리그 생존이라는 두 글자만이 구단의 명운을 건 유일한 목표일 뿐이다.
리즈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전력을 다해 뛰겠다는 파르케 감독의 묵직한 한마디는, 칠흑 같은 강등의 어둠 속에 갇힌 토트넘에게 비추는 한 줄기 강렬한 희망의 빛과 같다. 동기부여가 충만한 리즈를 상대로 웨스트햄이 고전하거나 패배의 쓴잔을 마신다면, 토트넘은 극적으로 기사회생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토트넘 팬들은 이제 자신들의 팀뿐만 아니라 리즈의 득점과 승리를 위해 열렬히 기도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직면했다. 그러나 이 모든 장밋빛 희망과 타 팀의 간접적인 도움도, 결국 토트넘이 자신들의 최종전에서 반드시 승리하여 제 몫을 온전히 해냈을 때만 비로소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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