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 투어의 유일한 한국인 이주헌 매니저 “선수들의 꿈 이루는 순간 가장 큰 보람”

스포츠

이데일리,

2026년 5월 23일, 오전 12:06

[매키니(미국)=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PGA 투어의 꿈을 이루는 모습을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PGA 투어 사무국에서 유일한 한국인으로 일하는 이주헌 국제선수지원 매니저(왼쪽)와 매니지먼트를 운영하는 형 이권문 씨가 더CJ컵 바이런넬슨이 열리는 미국 텍사스주 매키니의 TPC 크레이그랜치 코스에서 만나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사진=주영로 기자)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더CJ컵 바이런 넬슨(총상금 1030만 달러)이 열리는 미국 텍사스주 매키니의 TPC 크레이그랜치(파71). 대회 개막을 앞두고 코스 곳곳을 분주하게 오가는 한국인이 눈길을 끌었다. 선수들과 스태프 사이를 오가며 능숙하게 한국어와 영어를 섞어 쓰는 이주헌(영어 이름 저스틴 리) PGA 투어 국제선수지원 매니저다. PGA 투어 본부에서 근무하는 유일한 한국인으로, 미국을 제외한 인터내셔널 선수들의 적응과 투어 생활을 돕는 역할을 맡고 있다.

22일(한국시간) 대회장에서 만난 이 매니저는 자신이 PGA 투어에서 일하는 유일한 한국인이라는 사실에 큰 자부심을 드러냈다. 명함에도 영어 이름과 함께 한글 이름을 새겨 넣을 정도다. PGA 투어에서 근무한 지는 2년 10개월. 1년 중 35주 이상을 집 밖에서 보내야 하는 강행군이 이어지지만, 그는 지금의 삶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인터뷰 도중에도 지나가는 선수와 관계자들의 인사가 끊이지 않았다. 밝고 친근한 성격 덕분에 투어 안에서도 폭넓은 인간관계를 쌓고 있었다.

1995년생인 이 매니저는 한국에서 태어나 생후 6개월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갔다. 이후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초·중·고등학교를 다닌 뒤 미국 에머리대학교에 진학해 학업을 이어갔다. 졸업 후에는 e스포츠 구단 에코 폭스와 미국프로풋볼(NFL)에서 근무하며 스포츠 산업 경험을 쌓았다.

학창 시절에는 NBA 선수의 꿈도 키웠다. 하지만 그의 인생을 이끈 건 결국 골프였다. 영어 이름 ‘저스틴’도 1997년 디오픈 챔피언 저스틴 레너드(미국)의 이름에서 따왔다. 골프를 좋아했던 부친이 TV로 디오픈을 시청하다 우승 장면을 본 뒤 아들의 영어 이름으로 정한 것이다. 골프 선수가 되지는 못했지만, 지금은 골프 산업 한복판에서 일하고 있으니 운명 같은 인연인 셈이다.

현재 그가 맡은 업무는 인터내셔널 선수 지원 전반이다. 한국 선수는 물론 호주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세계 각국 선수들의 투어 생활을 돕는다. 경기 규정 변화 안내와 통역, 생활 적응 지원부터 PGA 투어 진출을 꿈꾸는 선수들의 길잡이 역할까지 업무 범위도 넓다.

지난해 콘페리 투어를 거쳐 올해 PGA 투어에 데뷔한 이승택 역시 그의 도움을 받았다. 함정우와 최승빈 등 퀄리파잉스쿨에 도전했던 한국 선수들을 지원하는 것도 그의 몫이었다. 올해 열리는 미국과 인터내셔널 팀의 대항전 프레지던츠컵 관련 업무 역시 담당하고 있다.

이 매니저는 “PGA 투어에서 한국 선수 비중은 미국을 제외하면 잉글랜드 다음으로 많다”며 “더CJ컵이나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처럼 한국 기업이 후원하는 대회 현장에서 일할 때면 한국인이라는 자긍심을 많이 느낀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보람은 자신의 도움으로 선수들이 PGA 투어 진출의 꿈을 이루는 순간이라고 했다. 어린 시절 NBA 선수를 꿈꿨던 그는 자신의 꿈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지금은 새로운 꿈을 향해 도전하는 선수들을 돕고 있다.

그는 “많은 한국 선수가 PGA 투어에 대한 정보 부족 때문에 도전을 망설이거나 기회를 놓치는 모습을 봐왔다”며 “출전 자격이 있는데도 규정을 정확히 알지 못해 기회를 살리지 못하는 경우를 볼 때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제 꿈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제 도움으로 선수들이 PGA 투어에 진출하는 모습을 볼 때 정말 큰 보람을 느낀다”며 “더 많은 한국 선수들이 미국 무대에 도전하길 바라고 있고, 제가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라면 언제든 힘을 보태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주헌 매니저의 형 이권문 씨 역시 선수 지원 매니지먼트 회사를 운영하며 PGA 투어 현장을 함께 누비고 있다. 서로 다른 역할로 한국 선수들의 미국 무대 도전을 돕는 형제의 모습은 더CJ컵 현장에서 만난 또 하나의 특별한 풍경이었다.

이주헌 매니저(가운데)가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 비치에 있는 PGA 투어 사무국에서 동료 직원들과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이주헌 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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