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장' 과르디올라 “이제 떠날 시간”…맨시티와 10년 동행 마침표

스포츠

이데일리,

2026년 5월 23일, 오전 10:27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현역 최고의 명장으로 인정받는 펩 과르디올라 맨체스터 시티(맨시티) 감독이 올 시즌을 끝으로 팀을 떠난다. 10년 가까이 맨시티를 잉글랜드와 유럽 축구의 최정상으로 끌어올린 그는 “이제는 내 삶을 살아야 할 때”라며 결별을 직접 선언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23일(한국시각) 2025~26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아스톤 빌라전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때가 됐다”며 “어느 날 갑자기 ‘이제 떠나야겠다’고 생각한 것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느껴온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일은 며칠마다 계속된다. 셀허스트 파크, 안필드, 마드리드, FA컵이 이어진다”며 “이제는 내 삶을 살고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펩 과르디올라 맨체스터 시티 감독이 올 시즌을 끝으로 팀을 떠나겠다고 발표하면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다. 사진=AP PHOTO
과르디올라 감독은 체력과 에너지의 한계를 이유로 들었다. 그는 “매일, 사흘마다, 우승을 위해 싸우고 선수들 앞에 서는 데 필요한 에너지가 앞으로는 없을 것이라고 느낀다”며 “올 시즌에는 아직 에너지가 있지만, 그 이후에는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이날 오전 선수단에 직접 이별을 알렸다. 그는 “연설은 엉망이었다. 어느 때보다 긴장했다”면서 “어린 시절부터 가졌던 열정과 에너지를 더는 계속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을 선수들에게 설명했다”고 밝혔다.

맨시티 구단은 과르디올라 감독의 공로를 기리기 위해 재개발 중인 에티하드 스타디움 북쪽 스탠드에 그의 이름을 붙이기로 했다. 동상도 세운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칼둔 알 무바라크 회장으로부터 이 소식을 들었다”며 “말문이 막혔다. 내가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영예일지 모른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어 “내 기운이 그곳에 영원히 남아 있다고 느끼고 싶다”며 “팀과 구단이 어려운 순간에 누군가 그곳을 바라보며 나를 떠올린다면 좋은 에너지를 보내고 싶다”고 했다. 특히 94세인 아버지가 마지막 홈경기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는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감정이 북받친 모습을 보였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당분간 축구 현장을 떠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그는 “가까운 사람들은 내가 석 달 뒤 돌아올 것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며 “오랫동안 사흘마다 경기를 치르며 요구받는 삶을 살았다. 이제는 숨을 쉬고 쉬어야 한다”고 털어놓았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자신의 업적을 두고 ‘역대 최고 감독’ 논쟁이 벌어지는 데 대해서는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대신 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의 문자, 케빈 더브라위너의 연락, 함께했던 선수들과 관계가 더 큰 의미라고 했다. 그는 “바르셀로나, 바이에른 뮌헨, 맨시티에서 행복하게 일했다”면서 “내가 가진 마지막 한 방울까지 모두 쏟았다”고 말했다.

과르디올라 감독가 가장 자랑스럽게 떠올린 장면은 수많은 우승이 아니었다. 그는 오아시스 출신이자 맨시티 팬인 노엘 갤러거와의 대화를 떠올렸다. “예전에는 네 경기를 연속으로 이기지 못하던 팀이 이제는 프리미어리그를 네 번 연속 우승하는 팀이 됐다”는 갤레거의 말을 소개했다. 과르디올라의 10년을 압축한 문장이었다.

맨시티는 과르디올라 체제에서 잉글랜드 축구의 기준을 바꿨다. 이제 구단은 새 감독과 새 에너지로 다음 장을 써야 한다. 과르디올라는 “구단에는 새로운 감독과 새로운 에너지가 필요하다”면서 자신의 시대가 끝났음을 재차 강조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2016년 2월 마누엘 페예그리니 전 감독의 후임으로 맨시티 지휘봉을 잡았다. 맨시티를 10년 간 이끌면서 EPL 역사에 굵직한 발자취를 남겼다. 맨시티에서만 EPL 우승 6회, UCL 우승 1회, FA컵 우승 3회, 리그컵 우승 5회,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 우승 1회 등 총 17개의 메이저 트로피를 쓸어담았다.

2017~18시즌 EPL 사상 최초로 ‘승점 100’ 고지를 밟았고, 단일 시즌 최다 골(106골) 신기록도 썼다. 2022~23시즌에는 1998~99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이어 잉글랜드 구단 역대 두 번째로 EPL과 FA컵,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달성하는 ‘트레블’ 위업을 이뤘다. 2023~24시즌에는 잉글랜드 1부 리그 136년 역사상 최초로 리그 4연패의 금자탑을 쌓기도 했다.

지난 2024년 11월 구단과 2026~27시즌까지 계약을 연장했던 과르디올라 감독은 계약 기간을 1년을 남겨두고 아름다운 이별을 택했다. 맨시티는 지난 20일 본머스와 1-1로 비겨 EPL 우승 경쟁에서 밀려났다. 하지만 과르디올라 감독은 올 시즌 팀을 FA컵과 리그컵 우승 ‘더블’로 이끌면서 맨시티에서의 화려했던 지도자 생활을 마무리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향후 시티풋볼그룹(CFG)의 글로벌 앰버서더로 활동하며 산하 구단들에 기술적인 조언을 제공하는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과르디올라 감독의 후임으로는 맨시티에서 코치로 함께 활동했던 엔초 마레스카 전 첼시 감독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