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46용사' 무시→인공기·5.24 해제 구호 등장 결국 'AFC 우려' 현실 됐다

스포츠

OSEN,

2026년 5월 23일, 오후 05:31

[사진] AFC 공식 소셜 미디어

[OSEN=정승우 기자] 결국 우려는 현실이 됐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이 경계했던 '정치적 해석'은 결승전 현장에서 그대로 터져 나왔다. 태극기 제지 논란과 인공기 세리머니만으로도 거센 후폭풍이 이어지던 가운데, 이번에는 천안함 사건 이후 상징처럼 남아 있는 '5.24 조치'까지 응원 구호로 등장했다.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은 23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결승전에서 일본 도쿄 베르디 벨레자를 1-0으로 꺾고 우승했다. 우승 상금 100만 달러(약 15억 원)도 차지했다.

경기 자체보다 더 큰 논란은 경기장 밖과 관중석에서 이어졌다.

이날 현장에서는 내고향을 응원하던 이른바 '공동응원단' 일부가 "5.24 조치 해제하라", "평화를 위한 경제통일 하나된 한반도, 함께 여는 미래"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흔들다가 현장 스태프 제지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5.24 조치는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건 이후 이명박 정부가 발표한 대북 제재 조치다. 북한의 군사 도발 책임을 묻겠다며 남북 교역과 교류를 사실상 전면 중단한 상징적 조치이기도 하다. 천안함 사건으로 희생된 해군 장병 46명의 이름이 아직도 대한민국 현대사의 상처로 남아 있는 상황에서, 북한 팀 응원 과정에서 해당 조치 해제를 요구하는 현수막까지 등장한 셈이다.

실제로 국제축구계는 정치적 메시지와 상징 노출에 극도로 민감한 태도를 유지해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2 런던올림픽 당시 박종우의 '독도 세리머니'다. 박종우는 일본과의 남자축구 동메달 결정전 승리 직후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문구를 들고 세리머니를 펼쳤고, 국제축구연맹(FIFA)은 정치적 행위 금지 규정 위반을 이유로 A매치 2경기 출장정지와 벌금 징계를 내렸다. 당시 FIFA는 해당 행동이 우발적이었다고 인정하면서도 정치적 표현 자체는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국내 프로축구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은 지난 2023-2024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당시 인천 유나이티드 홈경기장에서 등장한 '2025년 APEC 인천 유치' 현수막에 대해서도 정치적·외부적 메시지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벌금 1000달러 징계를 내렸다.

이처럼 FIFA와 AFC 모두 정치·외교적 해석이 가능한 표현에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왔다. 그런 가운데 이번 AWCL 결승 현장에서는 인공기 세리머니는 물론이고 '5.24 조치 해제' 문구까지 등장하면서 형평성과 기준 논란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OSEN=수원, 이대선 기자] 수원FC 위민은 20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5-2026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4강전에서 북한 평양 내고향여자축구단과 경기에서 1-2로 패배했다.후반 관중들이 내고향여자축구단을 응원하는 걸개를 들고 응원을 하고 있다. 2026.05.20 /sunday@osen.co.kr이미 이번 대회는 준결승부터 거센 후폭풍에 휩싸여 있었다. 수원FC 위민과 내고향의 4강전 당시 공동응원단은 '양 팀 모두 응원'을 내세웠지만 실제 현장 분위기는 사실상 내고향 응원 일색이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소연의 페널티킥 실축 순간 환호가 터졌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태극기 제지 논란도 이어졌다. 일부 관중들이 태극기를 들었다가 현장 관계자들에게 제지를 받는 영상이 퍼지면서 "대한민국에서 왜 태극기를 못 드느냐"라는 반발이 쏟아졌다.

정작 내고향 선수단은 준결승과 결승 모두 인공기를 거리낌 없이 펼쳐 들었다. 결승전 우승 직후에도 선수단은 대형 인공기를 들고 그라운드를 돌며 세리머니를 펼쳤다. 공동응원단 역시 내고향 깃발과 응원봉을 흔들며 끝까지 환호했다.

[OSEN=수원, 이대선 기자]태극기는 민감한 대상이 됐고, 인공기는 우승 세리머니의 중심에 섰다. 여기에 5.24 조치 해제를 요구하는 정치적 문구까지 등장하면서 AFC가 우려했던 상황이 현실이 된 모양새다.

실제로 AFC 역시 최근 외부 분위기를 예의주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AFC는 이번 대회가 정치적 해석이 아닌 순수 스포츠 행사로 진행돼야 한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전달한 바 있다. 대회 외적인 논란이 과도하게 확대되는 상황 자체를 경계한 것이다.

우려가 현실이 됐다.

[사진] AFC 공식 소셜 미디어
대한민국 홈팀이었던 수원FC 위민은 탈락했고, 경기장에는 인공기와 북한 응원 구호가 남았다. 여기에 천안함 이후 유지돼 온 5.24 조치까지 응원 현수막 소재로 등장하면서 현장 분위기는 단순 스포츠 행사의 영역을 완전히 벗어나 버렸다.

여자축구 활성화와 교류라는 명분은 남았다. 다만 많은 팬들에게 이번 수원 AWCL 결승은 '축구 경기'보다 "도대체 어디까지 허용되는 것이냐"라는 질문을 남긴 하루로 기억될 가능성이 커졌다. /reccos23@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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