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호는 한국오픈 예선전을 앞두고 마음을 다잡았다. 몸 상태도 좋지 않았고 긴 이동에 지쳐 있었다. 출전을 접을까 고민하던 순간, 아내가 먼저 움직였다. 남편이 조금이라도 편하게 이동하며 몸을 회복할 수 있도록 직접 대리운전 기사를 불러 용인에서 춘천까지 차를 맡겼다. 그 선택은 단순한 내조가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한국오픈 역사를 바꾼 ‘신의 한 수’가 됐다.
양지호가 24일 충남 천안시 우정힐스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코오롱 한국오픈 우승을 확정한 뒤 두 팔을 번쩍 들어올리며 기뻐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골프in 김상민 기자)
양지호는 24일 충남 천안시 우정힐스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최종합계 9언더파 275타를 기록해 우승했다.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단 한 번도 선두를 내주지 않은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이었다. 한국오픈 역사상 통산 14번째 기록이다.
우승의 과정은 기적에 가까웠다. 양지호는 예선을 통과해 본선에 오른 선수였다. 한국오픈 68년 역사에서 예선 통과자가 우승까지 차지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한국오픈에는 1차 예선에만 500명이 참가했다. 이후 146명이 최종 예선에 올랐고, 양지호는 최종 예선 통과자 33명 중 18위로 어렵게 본선 티켓을 손에 넣었다. 그리고 본 대회에서 누구보다 강한 경기력을 보여주며 결국 우승 트로피를 품었다.
기적의 출발점에 아내의 선택이 있었다.
양지호는 우승 뒤 기자회견에서 “한국오픈 예선 직전 대회에서 챔피언조로 경기했다가 공동 17위로 밀려나 침울했고 몸도 너무 힘들어서 예선에 가지 않으려고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런데 아내가 대리운전 기사를 불러줘서 편하게 이동할 수 있었고, 결국 이 자리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양지호가 아내 김유정 씨와 함께 우승트로피 그리고 메이저 대회 디오픈 출전을 상징하는 메달을 들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골프in 김상민 기자)
이번 대회에서는 임신 중이라 캐디백을 멜 수 없었다. 그러나 코스 밖에서 더 큰 역할을 했다. 남편이 포기하려는 순간, 몸 상태를 걱정해 가장 현실적인 방법으로 컨디션 회복을 도왔다. 결과적으로 아내의 현명한 판단 하나가 예선 통과로 이어졌고, 그 흐름은 결국 한국오픈 우승이라는 기적으로 완성됐다.
그 결실은 엄청났다. 양지호는 우승 상금 5억원과 보너스 2억원 등 총 7억원을 받았다. 여기에 KPGA 투어 5년 시드와 아시안투어 2년 시드를 확보했고, 오는 7월 영국 로열 버크데일에서 열리는 메이저 대회 디 오픈 챔피언십 출전권까지 손에 넣었다. 단돈 10만원의 대리운전 비용을 쓰고 돈으로 가치를 따지기 어려운 큰 결실을 만들어 냈다.
양지호는 “오늘 아침에는 밥도 안 들어가고 헛구역질이 나와 바나나만 먹었다”며 “초반 연속 보기에 당황했지만 다른 선수들도 흔들리는 걸 보면서 마음을 빨리 다잡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대회에서는 모든 기운이 저에게 온 것 같다”고 웃었다.
그리고 가장 먼저 가족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아내와 곧 태어날 아이에게 정말 고맙다”며 “가족들에게 조금이나마 보답한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양지호의 우승은 우연이 아니었다. 포기하려던 남편을 붙잡은 아내의 현명한 선택, 그리고 끝까지 서로를 믿은 부부의 사랑이 결국 한국오픈 역사상 가장 특별한 우승 스토리를 만들었다.
양지호가 코오롱 한국오픈을 제패한 뒤 우승 재킷을 입고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골프in 김상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