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SEN=고성환 기자] 승부보다도 더 중요한 이야기였다. 우크라이나 출신 복서 올렉산드르 우식(39)이 뒷맛이 찜찜한 승리를 손에 넣은 가운데 가슴 아픈 이야기를 털어놨다.
영국 '스포츠 바이블'은 24일(이하 한국시간) "우식이 리코 베르호번을 상대로 논란 속 승리를 거둔 뒤 비극적인 고백을 남겼다. 무패 복서는 매우 힘든 밤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우식은 같은 날 이집트 기자 피라미드에서 열린 '글로리 인 기자' 이벤트의 WBC 헤비급 타이틀전에서 리코 베르후번을 상대로 TKO 승리를 거뒀다. 11라운드 2분 59초 펀치 연타를 날려 베르후번을 다운시켰고, 주심이 경기 중단을 외치며 우식이 승자가 됐다.
다만 심판 판정 덕분에 승리했다는 논란을 피할 순 없었다. 이날 우식은 프로 킥복서 출신인 베르후번을 상대로 고전했다. 베르후번은 196cm의 큰 키와 긴 리치를 활용해 우식을 잘 괴롭혔다.

하지만 우식이 단 한 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승리를 손에 넣었다. 그는 11라운드에서 강력한 어퍼컷을 적중시키며 상대를 먼저 쓰러뜨렸다. 다운된 베르후번은 카운트 10초를 남기고 일어선 뒤에도 연타를 피하지 못했으나 완전히 다운되진 않았다.
그럼에도 심판은 라운드 종료 1초를 남기고 경기를 끝내며 우식의 승리를 선언했다. 베르후번 측에선 너무 빠르게 '레퍼리 스톱'이 나왔다며 항의했으나 소용없었다.
스포츠 바이블은 "팬들 사이에서는 현대 복싱 역사상 최악의 스톱이라는 비판까지 나왔다. 원래 킥복서인 베르후번은 헤비급 챔피언을 상대로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줬다. 많은 분석가들은 경기 내내 판정에서도 베르호번이 앞서 있었다고 평가했다"고 짚었다.
이어 매체는 "우식은 평소보다 유난히 둔해 보였다. 그는 11라운드에 들어설 때 판정에서 밀리는 분위기였다. 이는 결국 논란의 스톱으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그 덕분에 우식은 통산 전적 25승 0패(16KO)로 무패 기록을 이어가게 됐다.

다만 논란과 별개로 우식이 경기 후 내놓은 가슴 아픈 고백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는 'DAZN'과 인터뷰에서 신과 베르후번 모두에게 경의를 표하며 이번 경기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인정했다.
그리고 러시아의 침공으로 고통받고 있는 조국 우크라이나의 상황도 언급했다. 우식은 "지금 우크라이나에서는 내 국민들과 내 나라가 폭격을 당하고 있다. 사람들은 방공호에 앉아 있다. 내 가족도 그렇다"며 "내 딸이 메시지를 보냈다. '아빠, 사랑해요. 무서워요'라고. 나는 '오, 맙소사'라고 했다"고 밝혔다.
우식은 꾸준히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목소리를 내왔으며 최근에는 카이로 타이틀전을 앞두고 자국의 에너지 노동자들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그는 해당 노동자들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내며, 자신은 몇 달 동안 경기 준비를 하지만 그들은 매일 '진짜 어둠'과 싸우고 있다고 털어놨다.

우식이 우크라이나를 향한 도움을 요청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2022년 앤서니 조슈아를 꺾은 뒤에도 우크라이나에 승리를 바친 바 있다. 당시 그는 헤비급 경기 후 "이 승리는 내 나라와 국민, 그리고 군대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우식은 전쟁 초기 우크라이나 최전선 지역에서 생활하기도 했으며 2023년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이 본 참상을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나는 군인들과 함께 살았다. 그들을 위해 그곳에 있었다. 900m 거리에서 쌍안경으로 적들이 도망치는 모습, 탱크가 폭발하는 장면, 부서진 집들을 봤다"고 증언했다.
심지어 우식은 "팔다리가 없는 사람들도 봤다. 걸을 수는 있지만 마치 산송장처럼 보이는 사람들도 봤다. 모든 것이, 어디든 죽음뿐이었다. 차를 타고 도시를 돌아다녔다. 죽은 도시였다. 에너지는 전혀 없었다"라며 "놀이터에 그대로 있었지만 노는 아이들은 없었다. 죽은 공간이었다"고 덧붙였다.
이번엔 딸의 이야기까지 언급하며 안타까움을 더한 우식. 스포츠 바이블은 "우식 팬들은 이날 경기력 저하에 대해 궁금증을 가질 수 있고, 그의 승리를 둘러싼 논란도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경기 후 그가 남긴 비극적인 고백은 복싱보다 훨씬 중요한 문제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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