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 왕실골프협회장이자 하산 2세 트로피 대회장을 맡고 있는 물레이 라시드 모로코 왕자(왼쪽에서 세 번째). 지난 20일 모로코 라바트의 로열 골프 다르 에스 살람에서 열린 PGA 챔피언스투어 하산 2세 트로피 프로암 대회에 참가해 미소짓고 있다.(사진=하산 2세 트로피 제공)
올해로 50주년을 맞은 하산 2세 트로피는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를 넘어 모로코 왕실이 50년 이상 추진해온 국가브랜드 전략의 핵심 상징으로 평가받는다.
베나주즈 위원은 대회의 출발점에 대해 “고(故) 하산 2세 국왕은 1971년 대회를 창설하며 스포츠를 통해 모로코를 세계에 알리고 관광산업을 육성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며 “당시 골프는 스포츠뿐 아니라 환대와 품격, 관광, 국제 교류를 함께 담을 수 있는 최적의 종목이었다”고 설명했다.
◇국왕 전세기 띄워 세계적인 선수들 초청
실제로 1970년대 초반 모로코는 내부적으로 군부 쿠데타 미수 사건 등을 겪으며 국제사회에 정세가 불안정한 국가로 인식됐다. 하산 2세 국왕이 쿠데타 직후 이 대회를 전격 창설한 것은 정권의 건재함과 국가 안정을 대회에 과시하기 위한 정치공학적 선택이었다는 해석이 따르는 이유다.
하산 2세 트로피 대회 개요.(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모로코 왕실은 대회 기간 선수와 캐디, 그 가족들의 이동을 위해 미국 마이애미까지 국왕 전세기를 보내고 최고급 숙식과 경찰 에스코트를 지원하는 파격적인 환대 스타일로 유명하다. 베나주즈 위원은 “골프 이벤트와 선수, 미디어, 방문객 모두가 결국 모로코를 세계에 전달하는 대사 역할을 한다”며 “풍경과 환대, 운영, 문화까지 패키지로 함께 보여주는 것이 우리 대회의 본질”이라고 부연했다.
특히 모로코 왕실은 1993년 창설된 레이디스유러피언투어(LET) ‘라라 메리엠컵’을 하산 2세 트로피와 같은 기간, 같은 장소에서 동시에 개최하고 있다. 남녀 프로 대회를 동일한 공간에서 함께 여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문 사례다. 이는 보수적인 아랍권 국가들과 달리 여성의 사회 참여와 양성평등을 지향하는 ‘개방적 이슬람 국가’라는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전달하려는 전략적 운영 방식으로 풀이된다.
◇오일머니와 달라…독보적 스포츠 생태계 모델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등 일부 중동 국가들이 막대한 오일머니를 앞세워 글로벌 골프 시장 재편에 나섰다가 다소 추진력을 잃고 멈칫하는 분위기인 반면, 모로코는 장기적인 골프 생태계 구축에 집중해왔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베나주즈 위원은 “모로코 모델은 단기 자본보다 지속성, 관광 가치, 생태계 연결에 기반을 두고 있다”면서 “식당, 교통, 미디어, 서비스업 등 실제 경제 활동과 유기적인 연결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회 기간 물레이 라시드 왕자가 주최하는 VIP 프로암은 글로벌 정·재계 인사들의 대표적인 네트워킹 공간으로도 확고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프로암의 효과를 단기적인 투자 유치 수치로만 환산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전방위 산업을 움직이는 직접적 효과는 물론, 모로코가 지향하는 개방적이고 품격 있는 국가 이미지를 세계 지도자들에게 각인시키는 소프트파워 효과가 무엇보다 크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유럽 부유층 중심이었던 모로코 골프는 최근 아시아 시장으로도 영역을 넓히고 있다. 베나주즈 위원은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발전된 골프 시장 중 하나로, 선수 육성 시스템부터 소비 시장까지 매우 탄탄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며 ”이미 모로코왕실골프연맹과 대한골프협회는 국제대회 공동 개최, 유소년 육성, 지도자 교육, 훈련 시스템 교류 등을 포함한 공식 협약을 체결한 상태다. 협력 체계를 바탕으로 양국 간 골프 교류를 본격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모로코는 단순히 골퍼를 많이 유치하는 국가를 넘어 국제 대회와 프리미엄 관광·문화, 친환경 운영이 공존하는 세계적인 골프 강국이 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강조했다.
짐 베나주즈 하산 2세 트로피 대회운영위원장.(사진=하산 2세 트로피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