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비냐? 1980년대냐”…아스날, UCL 결승 역대 최저 점유율 굴욕

스포츠

OSEN,

2026년 6월 01일, 오전 06:51

[OSEN=이인환 기자] 아스날이 꿈꾸던 첫 유럽 정상은 승부차기에서 멈췄다. 하지만 패배 이후 더 크게 남은 것은 미켈 아르테타 감독의 경기 운영이었다. 

아스날은 31일(한국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푸스카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5-2026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파리 생제르맹(PSG)과 연장까지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3-4로 패했다. 창단 첫 챔피언스리그 우승까지 한 걸음이었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출발은 아스날이 더 좋았다. 전반 6분 카이 하베르츠가 선제골을 넣었다. 결승전 초반에 나온 골이었다. 아스날 입장에서는 준비한 경기 계획이 가장 빨리 맞아떨어진 순간이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아스널은 추가골을 노리기보다 점점 뒤로 물러났다. PSG는 공을 잡고 밀어붙였고, 아스날은 수비에 많은 시간을 썼다.

후반 20분 우스만 뎀벨레의 페널티킥 동점골이 나왔다. 아스날은 이후에도 뚜렷한 반격을 만들지 못했고, 승부차기에서 가브리엘 마갈량이스가 실축하며 무너졌다. 결과론으로만 볼 수도 있지만, 경기 내용에 대한 비판은 피하기 어려웠다.

첼시 출신 축구 전문가 크레이그 벌리는 글로벌 스포츠 매체 ESPN을 통해 아스날의 전술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아스날은 전반 6분에 득점한 후 90분 동안 수비만 하려고 했다"고 지적했다. PSG가 먼저 골을 넣었다면 계속 공격하고 빈틈을 노렸을 것이라며, 두 팀이 축구를 대하는 방식 자체가 달랐다고 했다.

벌리가 특히 문제 삼은 장면은 킥오프였다. 그는 아스날이 킥오프 때마다 전방으로 긴 공을 차올린 것을 두고 "마치 럭비 경기 같았다"고 표현했다. 이어 "1980년대 영국 축구로 돌아간 것"이라며 단조로운 루틴을 꼬집었다. 결승전 무대에서 공을 소유하고 경기를 풀어가기보다, 긴 공에 기대는 방식은 우승을 노리는 팀의 접근으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였다.

숫자도 아스날에 불리했다. 아스날의 이날 점유율은 24.7%였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3-2004시즌 이후 챔피언스리그 결승 역대 최저 점유율이다. 더 충격적인 건 20년 전 바르셀로나와 결승에서 전반 18분 만에 옌스 레만이 퇴장당해 72분을 10명으로 싸웠던 경기보다도 낮았다는 점이다.

아르테타 감독은 경기 후 선수들과 스태프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프리미어리그 우승이나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보다 매일 함께한 시간과 기쁨이 더 중요하다는 취지로 말했다. PSG에게 배울 점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개인 기량에서 참고할 부분이 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결승전은 과정과 감정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아스날은 먼저 앞섰고, 그 우위를 우승으로 바꾸지 못했다. PSG를 상대로 84분 넘게 버티는 축구를 선택했지만 마지막까지 버티지는 못했다. 공격적으로 나갈 여지가 있었던 시간에도 아스날은 신중함을 버리지 못했고, 그 선택은 경기 후 가장 큰 논쟁으로 남았다.

아르테타 체제의 아스날은 분명 성장했다. 하지만 결승전에서 필요한 건 성장의 증명이 아니라 우승을 가져올 용기였다. 역사적인 첫 우승을 눈앞에 두고도 아스날이 남긴 숫자는 24.7%였다. 이 패배가 더 뼈아픈 이유다.

/mcado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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