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이강인이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쿠웨이트와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최종전에서 승리한 뒤 열린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축하 행사에서 카메라를 보며 미소를 짓고 있다.2025.6.10 © 뉴스1 김진환 기자
2025-26 UEFA 챔피언스리그(UCL)의 주인공은 파리 생제르맹(프랑스·이하 PSG)이었다. PSG는 지난달 31일(한국시간) 열린 대회 결승전에서 아스널(잉글랜드)과 정규시간 동안 1-1로 비긴 뒤 맞이한 승부차기에서 4-3으로 승리, 트로피의 주인공이 됐다.
지난 시즌 처음으로 이 대회 우승을 차지한 PSG는 2연패에 성공, 유러피언컵이 UCL로 재편된 1992-93시즌 이후 두 번째로 타이틀 방어에 성공한 팀이 됐다. 레알 마드리드(스페인)가 2015-16시즌부터 2017-18시즌까지 3연속 챔피언에 등극했는데 PSG가 다시 정상을 지켜냈다.
전 세계 PSG 팬들에게는 환희의 날이었으나 밤새 이강인 출전을 기다린 한국 팬들은 2시즌 연속 씁쓸했다.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이강인은 연장전까지 120분 승부 동안 필드를 밟지 못했다. 지난 시즌 결승전에 이어 또 벤치에서 우승을 지켜봤다.
2023년 PSG에 입단한 이강인은 3시즌 동안 UCL 우승 2회를 비롯해 리그1 우승 3회, 프랑스컵 우승 2회 등 12개의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현재 유럽에서 가장 화려한 시간을 쌓고 있는 클럽에 한국 선수가 뛰고 있으니 놀랍고 자랑스러운 일이다. 한편 아쉬움도 남는다.
이강인은 올 시즌 39경기에 출전해 4골 5도움을 작성했다. 숫자상 출전은 적지 않으나 선발로 나선 경기는 절반에 그친다. 냉정히 말해 이강인은 PSG 백업 멤버다.
물론 전 세계 내로라하는 별들의 집합체에서 꽤 존재감을 떨치고 있으니 자체만으로도 대단하다. 하지만 이강인도, 이강인의 가치를 아는 이들도 성에 차지 않는다. 그래서 이번 북중미 월드컵에서 더 높게 비상하길 응원한다.
파울루 벤투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28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 가나와의 경기 후반, 교체 투입되는 이강인에게 작전지시를 하고 있다. 2022.11.29 © 뉴스1 이광호 기자
이강인의 2번째 월드컵인데, 그때와 지금은 많은 것이 달라졌다. 사실 4년 전 카타르 대회는 참가도 불투명했다. 전임 파울루 벤투 감독은 이강인을 선호하지 않았다. 2021년 3월부터 1년 6개월 동안은 호출조차 하지 않아 월드컵 꿈이 무산되는 듯 했다.
하지만 당시 소속팀 마요르카(스페인)에서의 활약을 발판으로 대회 전 마지막이던 2022년 9월 A매치 때 팀에 합류했고 극적으로 최종 엔트리에 승선했다. 본선에서는 예상대로 교체 멤버로 활용됐는데, 결과론이지만 비중이 달랐으면 어땠을까 되짚는 이들이 적잖다.
우루과이와 1차전 후반 29분 투입돼 당찬 움직임을 보인 이강인은 가나와의 2차전에서 강렬한 빛을 냈다. 0-2로 끌려가던 후반 12분 필드를 밟은 그는 가라앉은 분위기를 홀로 바꾸며 환상적인 크로스로 조규성의 헤더골을 돕는 등 펄펄 날았다. 덕분에 포르투갈과 3차전에는 선발 기회도 잡았다. 그러나 중요한 브라질과 16강전은 출전 못했다.
4년이 지난 지금은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축구의 에이스다. 홍명보호의 성패를 좌우할 '키맨'이라 칭해도 무방하다. 손흥민을 비롯해 황인범, 이재성, 황희찬, 김민재 등 묵직한 이름들이 많아졌으나 이강인이 큰 몫을 해줘야 한다.
세계 정상급 플레이어다. PSG에 이강인만큼 잘하는 이들이 많아 출전 기회를 쪼개 받는 것이지 결코 능력치가 떨어지는 게 아니다. 때마다 빅클럽들이 이강인을 향해 러브콜을 보내는데도 PSG가 놔주지 않는 것은, 시쳇말로 '남 주기는 아까운 재능'인 까닭이다.
또 시즌이 끝나자마자 이강인을 둘러싼 이적 루머가 돌고 있다. 기회다. 월드컵은 전 세계 축구계의 눈이 집중되는 기간이다. 이번 대회를 통해 PSG의 주전 레벨로 도약하거나 다른 팀에 내어줄 수밖에 없는 금액을 제시받는 선수로 발돋움하길 응원한다.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10차전 대한민국과 쿠웨이트의 경기, 홍명보 감독이 4대0 승리 후 이강인을 격려하고 있다. 2025.6.10 © 뉴스1 김도우 기자
홍명보호가 바라는 목표까지 나아가려면 이강인 활약이 필수다. 이강인의 가치 상승을 위해서도 한국 대표팀 성적이 뒷받침 돼야한다. 한국 축구를 위해, 이강인을 위해 아주 중요한 시간이다.
2022 카타르 월드컵을 마치며 이강인은 "매 경기 팀에 도움이 되고자 노력했다. 내가 뭔가 보여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형들과 좋은 추억을 쌓았고 많은 것을 배웠다"고 겸손하게 말하며 "앞으로 '매주' 발전하는 선수가 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멋진 각오를 피력했다. 그로부터 4년, 이강인은 충분히 성장했다.
'날아라 슛돌이'로 한국 축구에 등장한 작은 재능이 어느새 대표팀을 이끄는 '황금 왼발'이 됐다. 2001년생, 여전히 많지 않은 나이지만 경험은 차고 넘친다. 4년 전 첫 월드컵 때는 조연이었지만 이젠 주인공이다.
이강인은 현지시간으로 1일 오후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사전 캠프에 합류해 본격적으로 북중미 월드컵 준비에 돌입한다. 대회 개막까지 딱 열흘 남았다. 이강인의 쇼타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lastuncle@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