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SEN=우충원 기자] 홍명보호의 스리백이 달라졌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이기혁이 있었다. 트리니다드토바고전은 단순한 5골 대승 이상의 의미를 남겼다. 그동안 완성도 논란이 이어졌던 홍명보 감독의 스리백 전술이 처음으로 뚜렷한 방향성을 보여준 경기였기 때문이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지난달 31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유타주 프로보 브리검영대학교(BYU) 사우스필드에서 열린 트리니다드토바고와 평가전서 5-0 완승을 거뒀다.
손흥민과 조규성이 나란히 멀티골을 터트렸고 황희찬까지 득점에 가세하며 대표팀은 월드컵 직전 마지막 실전 점검에서 기분 좋은 결과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날 가장 눈에 띈 변화는 공격진보다 수비 전술이었다.
홍명보 감독은 최근 꾸준히 스리백 시스템을 실험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3월 유럽 원정 평가전에서는 전술 완성도에 대한 의문이 적지 않았다. 좌우 스토퍼의 움직임과 빌드업 구조가 매끄럽지 못했고 현대 축구에서 요구하는 유동적인 스리백과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트리니다드토바고전은 달랐다. 핵심 변수는 이기혁이었다.
이기혁은 소속팀에서처럼 왼쪽 스토퍼 역할을 맡았다. 그리고 경기 내내 공격 전개의 시작점 역할을 해냈다.
대표팀이 공격으로 전환할 때 이기혁은 자연스럽게 왼쪽 측면으로 넓게 벌어졌다. 윙백 옌스 카스트로프가 높은 위치까지 올라가면 사실상 포백의 왼쪽 풀백처럼 움직였다.
이 과정에서 홍명보호의 스리백은 상황에 따라 포백 형태로 전환됐다. 단순히 숫자만 바뀌는 수준이 아니었다. 빌드업과 공격 방향 전환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
특히 이기혁의 왼발 킥 능력이 큰 힘이 됐다. 왼쪽에서 반대 측면으로 한 번에 길게 연결하는 전환 패스가 여러 차례 나왔고 상대 수비를 흔드는 장면도 반복됐다.
정확한 볼 컨트롤과 안정적인 패스 능력 역시 돋보였다. 축구 통계 전문 매체 소파스코어에 따르면 이기혁은 이날 풀타임을 소화하며 패스 성공률 95%(69회), 상대 진영 패스 성공률 92%(44회)를 기록했다.
롱패스 성공률도 인상적이었다. 10개의 롱패스 가운데 7개를 정확하게 연결했고 24차례 볼 운반까지 성공시키며 공격 전개에 적극적으로 관여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스리백 전술 자체가 훨씬 자연스럽게 움직였다는 점이다.
그동안 대표팀 스리백은 다소 정적인 흐름이 많았다. 하지만 이날은 이기혁 움직임에 따라 포백과 스리백이 유연하게 오갔고 공격 숫자도 자연스럽게 늘어났다.

물론 과제는 남아 있다.
트리니다드토바고는 FIFA 랭킹 102위 팀이었다. 공격 전개와 압박 강도 모두 월드컵 본선 상대들과는 차이가 있었다. 한국이 대부분의 시간을 볼 점유와 공격 전개에 사용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반면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만날 멕시코와 체코,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전혀 다른 수준의 압박과 피지컬을 보여줄 가능성이 크다. 수비 전환과 공간 관리, 강한 압박 대응은 여전히 더 끌어올려야 할 부분이다. / 10bird@osen.co.kr
[사진] KFA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