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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정승우 기자]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FIFA가 내린 '물병 반입 금지' 결정이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폭염이 예고된 상황에서 관중들의 건강을 오히려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영국 BBC는 5일(한국시간) "폭염 전문가들이 FIFA에 월드컵 경기장 물병 반입 금지 조치를 재고하라고 경고했다"라고 보도했다.
당초 FIFA는 경기장 운영 지침을 통해 최대 1리터 용량의 투명한 재사용 플라스틱 물병 반입을 허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개막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정책을 변경했다. 물병은 물론 컵, 유리병, 캔류까지 모두 반입 금지 품목에 포함됐다.
FIFA는 안전 문제를 이유로 들었다. FIFA는 성명을 통해 "선수와 심판, 관중, 자원봉사자, 스태프 등 모든 참가자의 안전을 보호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투척물로 인한 부상 위험을 줄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대신 경기장 내부에서 생수를 구매할 수 있으며 가격 역시 기존 경기장 행사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대회 기간 예상되는 폭염이다. 앞서 기후·보건 전문가들은 월드컵 개최지 16곳 가운데 14곳에서 위험 수준의 고온이 예상된다며 FIFA의 폭염 대응책이 충분하지 않다고 경고한 바 있다.
시드니대학교 열·건강 연구 권위자인 올리 제이 교수는 "이번 결정은 열 관련 건강 문제 발생 위험을 분명히 높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선수들은 최고 수준의 체력을 갖추고 있지만 관중은 다르다. 어린이부터 고령자, 만성질환자, 약물을 복용하는 사람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경기장을 찾는다"라며 "평균적인 관중은 프로 선수들보다 더위에 훨씬 취약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관중들은 경기장에 도착하기 전부터 장시간 이동 과정에서 열에 노출된다. 이미 탈수 상태로 경기장에 들어올 수도 있다"라며 "좁은 관중석, 직사광선, 높은 습도, 부족한 공기 흐름이 겹치면 신체가 감당해야 할 열 스트레스는 상당한 수준이 된다"라고 지적했다.
제이 교수는 지난 5월 FIFA에 공개서한을 보낸 전문가 20명 중 한 명이다. 당시 전문가들은 FIFA의 폭염 대응 지침이 선수들조차 위험에 노출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차양 시설과 냉각 장치가 매우 성공적으로 운영되지 않는 이상 물병 반입 금지 조치는 열 관련 사고 위험을 더욱 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런던 임페리얼 칼리지의 시어도어 키핑 박사 역시 물 접근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기후 변화로 인해 이번 월드컵의 폭염 위험은 더욱 커졌다"라며 "충분하고 공정한 수분 공급은 관중 보호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방어 수단"이라고 말했다.
팬들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잉글랜드 대표팀 응원단체 '프리 라이언스'는 FIFA의 갑작스러운 정책 변경을 두고 "이상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그동안 FIFA와의 논의 과정에서 무료 식수 제공과 개인 물병 반입 허용이 보장될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다"라며 "팬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생각은 결국 또 다른 돈벌이 수단이라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무더운 날씨 속에서, 특히 야외 경기장이 많은 상황에서 팬들이 원하는 경우 물병 정도는 들고 들어갈 수 있게 해야 한다"라며 "경기장 내 음수대만큼은 계속 무료로 운영되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BBC는 이번 조치가 최근 논란이 된 고가의 월드컵 티켓 가격과 교통비 인상 문제와 맞물리면서 팬들의 불만을 더욱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
FIFA는 이번 대회에서 전·후반 각각 한 차례씩 3분간의 공식 수분 보충 시간을 운영할 예정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선수보다 수십만 명의 관중 건강이 더 큰 문제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reccos23@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