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인 인종 차별' 뤼디거의 내로남불, “흑인 난민 한 명 범죄로 차별 하지마”

스포츠

OSEN,

2026년 6월 06일, 오전 08:50

[OSEN=이인환 기자] 안토니오 뤼디거가 다시 차별과 편견의 한복판에 섰다. 이번에는 조롱 논란의 당사자가 아니라, 난민과 이민자를 향한 집단 낙인에 반박하는 쪽이었다.

영국 ‘가디언’은 5일(한국시간) 레알 마드리드와 독일 대표팀 수비수 뤼디거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뤼디거는 시에라리온 내전을 피해 독일로 이주한 가족사를 언급하며 난민 문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는 “사람들이 원해서 피난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그래야만 하기 때문에 떠난다.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말했다.

묘한 대목은 뤼디거의 과거다. 그는 2022 카타르 월드컵 독일-일본전에서 상대 공격수 아사노 다쿠마를 따라가며 다리를 크게 드는 특유의 주법을 보였다. 당시 독일이 1-0으로 앞서던 후반 장면이었다. 공이 라인 밖으로 나간 뒤 뤼디거가 웃는 모습도 카메라에 잡혔다.

독일 전 국가대표 디디 하만은 곧바로 비판했다. 영국 ‘TNT 스포츠’에 따르면 하만은 뤼디거가 아사노를 깔본 행동을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상대를 존중해야 한다. 그는 그러지 않았다”는 취지로 말하며 뤼디거의 행동을 프로답지 못하고 오만하다고 비판했다.

독일은 그 경기에서 일본에 1-2로 역전패했다. 공교롭게도 결승골을 넣은 선수는 뤼디거가 앞서 마크하던 아사노였다. 뤼디거는 그 주법이 조롱 의도였다고 인정한 적은 없다. 독일 ‘스포르트1’은 2022년 9월 뤼디거가 자신의 독특한 달리기에 대해 “그렇게 하면 더 빠르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재미있어하면 같이 웃겠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월드컵 무대에서 일본 선수를 앞에 두고 나온 장면은 인종 차별 논란으로 남았다.

그랬던 뤼디거가 이번에는 집단 전체를 한 사람의 행동으로 판단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냈다. 그는 난민 중 일부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부정하지 않았다. 대신 범죄를 저지른 개인과 같은 배경을 가진 사람 전체를 묶어 비난하는 태도는 잘못됐다고 강조했다.

뤼디거는 “누군가 범죄를 저질렀고 그 사람이 흑인이라고 해서 모든 흑인이 범죄자인가. 아니다. 그 특정한 사람을 상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뤼디거의 가족은 1991년 시에라리온 내전이 시작된 뒤 독일로 향했다. 뤼디거는 베를린 노이쾰른에서 자랐다. 난민과 이민자가 많이 모여 살던 지역이었다.

뤼디거는 그곳에서 축구를 통해 거리의 유혹에서 벗어났고, 결국 독일 대표팀과 레알 마드리드의 센터백까지 올라섰다. 그는 자신의 가족사를 개인 성공담으로만 소비하지 않는다. 2022년 안토니오 뤼디거 재단을 세워 시에라리온의 초·중등학교 교육, 복지, 스포츠 인프라를 지원하고 있다. 이번에는 유엔난민기구(UNHCR)의 ‘게임체인징 팀’에도 합류했다. 난민 배경을 가진 축구 선수들이 편견에 맞서고, 강제 이주를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알리는 캠페인이다.

뤼디거의 말은 선명하다. 한 사람의 행동으로 집단 전체를 재단하지 말라는 것이다. 동시에 그의 과거 일본전 장면은 그 메시지를 더 복잡하게 만든다. 상대를 향한 인종 차별로 비판받았던 선수가, 이제는 난민과 흑인을 향한 편견 앞에서 더 깊이 생각하자고 말하고 있다.

독일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있다. 뤼디거에게는 세 번째 월드컵이다. 레알 마드리드는 두 시즌 연속 주요 트로피 없이 시즌을 마쳤고, 독일은 2014년 우승 이후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의 기억을 끊어야 한다. 뤼디거는 이번 월드컵에서 독일 수비의 중심으로 다시 출발한다.

/mcado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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