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SEN=고성환 기자] 말 그대로 기적 같은 역전승이었다. '세계 1위' 안세영(24, 삼성생명)이 남다른 마인드셋으로 '숙적' 천위페이를 꺾고 결승에 올랐다.
안세영은 5일(이하 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2026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슈퍼 1000 인도네시아 오픈 4강에서 천위페이를 2-1(21-17 19-21 23-21)로 제압했다. 경기 시간만 1시간 18분에 달한 혈투였다.
이로써 안세영은 인도네시아 오픈 2연패까지 한 걸음만 남겨두게 됐다. 아울러 지난주 싱가포르 오픈에서 정상에 오른 데 이어 시즌 5승째를 수확할 기회다. 지난해 11관왕에 오르며 국제무대를 휩쓸었던 안세영의 여자 단식 독주는 2026년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안세영이 우승 트로피를 걸고 싸울 마지막 상대는 이번에도 일본의 야마구치 아카네(세계 3위)다. 공교롭게도 둘은 지난주 싱가포르 오픈 결승에서도 맞붙었다. 당시 안세영은 3게임에서 16-19로 끌려가며 패색이 짙었지만, 엄청난 뒷심을 발휘하며 역전 우승을 손에 넣었다.

이제 2주 연속 야마구치를 무너뜨리고 왕좌에 오르려는 안세영. 사실 그는 준결승에서 벼랑 끝까지 내몰렸다. 1게임에선 먼저 실점하며 끌려갔지만, 21-17로 무난하게 승리를 손에 넣었다.
2게임은 반대였다. 안세영은 한때 9-2까지 치고 나갔지만, 천위페이에게 조금씩 추격을 허용했다. 그 결과 2점 차이로 역전당했고, 끝내 그 간격을 극복하지 못하면서 19-21로 패했다. 게임 스코어는 1-1 동률.
두 선수의 치열한 접전의 백미는 마지막 3게임이었다. 천위페이는 초반에 무섭게 몰아치며 연속 8득점을 올렸다. 안세영이 경기 흐름을 끊기 위해 모든 비디오 판독 기회를 다 사용했지만, 소용없었다. 17-7까지 격차를 벌린 천위페이는 20-16으로 매치 포인트에 도달했다.
하지만 안세영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한 점 한 점 따라붙었다. 기세를 탄 그는 기어코 듀스를 만들었고, 잇달아 5득점을 올리며 23-21로 짜릿한 승리를 완성했다. '숙적' 천위페이를 제압한 안세영은 크게 포효하며 기뻐했다.

경기 후 BWF도 감탄을 금치 못했다. BWF 홈페이지는 "(안세영이) 절망의 끝에서 살아돌아왔다"라며 "어딘가 깊은 곳에, 심지어 안세영 스스로도 그 원천을 모르는 믿음이 존재했다. 그리고 그 믿음은 거의 불가능처럼 보였던 상황에서 그를 승리로 이끌었다"고 극찬했다.
안세영은 대한배드민턴협회와 인터뷰를 통해 승리 소감을 밝혔다. 그는 "(끝까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게 배드민턴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오늘은 천위페이 선수가 제 예상과 다르게 공격적인 면보다 반 스매시를 이용하면서 했다. 그렇기 때문에 나도 좀 많이 혼란스러웠는데 모르겠다"고 솔직히 말했다.
또한 안세영은 대역전승 비결에 대해 "오늘은 좀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점수를 보지 않고 계속해서 했더니 점수가 끝나 있더라. 그래서 좀 신기했다. 일단 배드민턴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라고 웃으며 답했다. 점수에도 신경 쓰지 않고, 랠리 하나하나에 몰입하면서 승리했다는 교과서 같은 이야기였다.
한편 통한의 역전패를 허용한 천위페이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중국 '넷이즈'에 따르면 그는 "안세영은 경기 막판에 매우 인내심 있게 플레이했다. 나는 몇 차례 실수를 범했다. 너무 이기고 싶었지만, 세부적인 부분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마지막 순간에는 전술도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패배를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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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BWF, 대한배드민턴협회/BADMINTON PHOTO.









